원화환율 적정 수준 얼마인가 원화환율 적정 수준 얼마인가

신민영 | 2002-07-31 |

균형환율 접근법과 구매력 평가 환율을 이용해 살펴본 결과 현재 원화환율은 적정수준에 비해 5% 가량 고평가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원화환율 연초 대비 12.6% 절상

원화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7월 하순 현재 원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연초대비 12.6% 절상된 상태이다. 특히 지난 4월 초에 비해서는 석달 보름만에 14.2% 절상되었다.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환율을 교역량으로 가중평균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6%, 금년 3월에 비해서는 7.3% 절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급속한 원화절상은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향후 우리 경제의 경기상승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원화가 엔화와는 거의 비슷한 속도로 절상되고 있지만, 달러화에 고정된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폭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올들어 16%를 넘고 있다. 그만큼 대중국 수출경쟁력의 약화는 불가피한 형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수출구조가 점차 유사해지고 있어 위안화에 대한 원화절상으로 중국제품에 의한 시장 잠식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금융시장의 불안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등 선진권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환율급락에 따른 부작용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으나, 만일 선진권의 실물경제까지 침체기로 돌아설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최근의 급변하는 환율 움직임은 적절한 것인가? 이는 현재의 환율수준이 경제의 펀더멘털 혹은 제반 거시변수들과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는가의 문제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과연 어느 정도의 원화환율이 적절한 수준이며 따라서 현재의 원화환율이 얼마나 고평가 혹은 저평가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아울러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원화환율 수준을 예시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로 판단된다.


균형환율접근법에 따를 경우 원화 8.5% 고평가

현재의 환율이 대내외 경제 여건상 적절한 수준에 있는가를 추정하는데 있어 일반적으로 적정환율 개념이 사용된다. 대내적으로 잠재 GDP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율이 적정환율이다. 따라서 적정환율은 대체로 ‘장기균형환율’의 의미를 가진다. 대표적인 적정환율 산출 방법인 균형환율 접근법과 구매력평가를 이용해 적정환율을 도출, 현 환율수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기로 한다.

먼저 균형환율 접근법은 교역조건과 국제금리 등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변수가 실질실효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뒤 이로부터 적정환율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림 2>는 이와 같이 구한 원화의 대미달러 적정환율과 실제환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환율은 장기적으로 적정환율과 유사한 추세로 움직이나 단기적으로는 상당폭 이탈하기도 한다. 9%대의 높은 저평가율을 보인 88년의 경우 우리 경제는 3저 호황을 누렸으며 이후 실제환율은 적정환율에 상당히 근접하여 움직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초부터 97년 2/4분기까지는 원화가 상당히 고평가되었으며 이것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편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 하반기부터 99년 2/4분기까지 원화환율은 적정환율보다 최고 30% 이상 저평가되기도 했다. 이후 2000년 들어 원화는 다시 고평가되기 시작했으며 2001년 2/4분기 이후 적정환율 수준을 유지하다가 금년도 2/4분기 이후 다시 고평가 추세로 들어섰다. 균형환율 접근법에 따를 경우 2002년 7월 현재 적정원화환율은 달러당 1284원으로 추정되어 고평가율은 8.5%에 이르고 있다.


주요국환율 및 교역조건 변화에 따라 적정환율 변화

향후 균형환율 접근법에 의한 원화의 적정환율은 다음의 몇가지 변수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제환율 동향이다. 현재 많은 시장참가자들은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 머지않아 달러당 110엔 수준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2002년 들어 적정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엔/달러 환율 하락에 동반한 원화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원화의 고평가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물론 엔/달러 환율의 변화가 전부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수출상품의 경쟁력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명목환율이 아니라 교역상대국의 무역비중과 물가변화 등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인데 실질실효환율의 변동폭은 엔/달러 환율의 변동폭보다 작기 때문이다.

둘째 변화요인은 교역조건이다. 99년 들어 악화되기 시작한 교역조건은 지난해 3/4분기 이후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불안한 움직임이나 우리 수출주력품목의 공급과잉 상태 등을 고려할 때 교여조건의 개선폭은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교역조건이 개선될 경우 적정환율은 낮아지게 된다.

국제금리 역시 적정환율의 추정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러나 국제금리가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 10년 만기 미재무성증권 수익률이 4%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못해 큰 폭의 상승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향후 원화 적정환율 수준 낮아질 듯

이렇게 볼 때 향후 원화의 적정환율 전망에서는 교역조건 변화와 엔/달러 환율의 변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표 1>은 향후 교역조건과 엔/달러환율의 변화에 따른 적정환율 수준을 시나리오별로 보여주고 있다. 적정환율은 엔화가 절상되고 교역조건이 개선될수록 낮아지고, 엔화가 절하되고 교역조건이 악화될수록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현재로서는 엔화의 추가적인 절상이 예상되고 교역조건의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향후 적정환율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역조건이 10% 개선되고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0%의 추가적인 절상이 이루어진다면 적정환율은 1187원으로 현재의 원화환율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 엔화절상에 따른 원화의 동반절상으로 어느 정도의 원화고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구매력평가환율 기준으로도 원화환율 고평가

구매력평가 환율로 보아도 현재의 원화환율은 적정환율 수준보다 적으나마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 구매력 평가 환율은 원화의 구매력과 외국통화의 구매력간의 균형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물가와 외국물가의 변동을 환율에 반영시킨 것이다. 일례로, 일정 기간 A국의 물가상승률이 B국보다 5% 높다면 A국의 환율이 5% 절하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매력평가환율은 기본적으로 상품의 구매력을 같게 해주는 장기적 균형환율의 성격을 띤다.

<그림 4>는 명목 원/달러 환율과 미국 소비자물가 및 한국 소비자물가간의 관계를 이용해 구한 균형환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서 93년부터 97년 3/4분기까지 원화는 적정환율보다 고평가 되었으며 이후 저평가상태를 보이다가 2002년 들어 균형환율에 접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으로 볼 때 2002년 7월 현재 균형환율은 달러당 1197원으로 추정되어 실제환율이 적정환율에 비해 3% 가량 고평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매력평가 환율은 구매력의 변화를 잘 반영하는 적당한 물가지수를 선정하기가 어렵고 기술진보 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상대가격변동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편 균형환율 접근법 역시 몇 개의 실물변수를 분석도구로 한다는 면에서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구매력평가에 의한 적정환율과 균형환율접근법을 이용한 적정환율은 상호보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적정환율은 두가지 방법으로 구해진 환율의 중간 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화 적정환율 1240원 수준

두 적정환율의 중간치인 1240원 수준을 적정환율로 본다면, 현재의 원화환율은 5% 가량 고평가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적정환율과 실제환율간의 차이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물가 차이나 실물 펀더멘탈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물론 미국기업의 회계부정에 따른 전반적인 신뢰 상실이나 주식시장 폭락에 따른 동요 등 심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의 신뢰 추락으로 인한 환율 하락폭이 약 5%에 이른다는 논리이며 따라서 회계부정이나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없었다면 현재의 환율 수준은 대략 1240원 수준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한편, 원화환율의 고평가는 우리 나라의 교역구조 변화나 외환시장의 새로운 양상 등에 의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비중이 급격히 높아가고 있는 데다 중국의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또한 종래 엔화 절상시 원화는 엔화에 대해 절하되어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경쟁력 강화 효과도 있었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의 엔/달러 환율 동조화 정도가 매우 높아져 이러한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종합적인 대응방안 요구돼

향후 달러화 약세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나 주가버블 등의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는 데다 기업 회계부정 등으로 인한 시장 불신에 더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당분간 원화의 고평가 상태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림 2>와 <그림 4>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환율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는 것은 드문 경우가 아니다.

따라서 그간 원화환율의 추가적인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며 향후로도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미일 양국의 입장 차이로 환율안정을 위한 국제적 협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원화환율 하락의 대세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지나친 변동성의 억제 혹은 속도조절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미국경제가 신뢰상실의 위기로부터 빠른 시일 내에 탈출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가적인 환율하락 혹은 원화절상의 장기화에 대비, 수출실적 등의 경영계획을 재점검하고 환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더욱 낮은 환율 수준에서도 수출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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