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디커플링 지속되나 원-엔 디커플링 지속되나

신민영 | 2003-11-12 |

원-엔 환율의 동조화 현상은 장기적인 추세인 것으로 보이나 지난 수년간의 동조화는 지나친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요인이나 엔화에 대한 절상압력 등을 고려할 때 원-엔의 디커플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하순 두바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달러에 강세를 띠었다. 그러나 이후 엔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달러 당 1,150원 수준을 유지하더니 10월 중순 들어서는 오히려 달러에 대해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이후 올해 9월 중순까지 100엔당 980원~1,02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며 거의 완전한 동조화를 나타내던 원/엔 환율은 10월 말 현재 1,100원에 근접, 한달여만에 10%에 가까운 절하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림 1>의 맨 오른쪽 부분에서 두 환율이 벌어지는 모습에 잘 나타나고 있다.

원화와 엔화의 디커플링 현상은 수출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동조화 혹은 커플링은 두 통화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며 디커플링은 이러한 현상으로부터의 이탈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원-엔 커플링의 배경이 무엇이고 현재의 디커플링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원-달러 동조화에서 원-엔 동조화로

먼저, 장기적인 시각에서 원화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그림 2>는 90년대 이후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발견되는 한 가지 사실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이었고 원/엔 환율이 불안정적이었던 데 반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원/달러 환율이 들쭉날쭉하고 오히려 원/엔 환율이 안정성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의 연간 변화율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직전연도에 비해 연평균 3.8%의 변화율을 보였고 원/엔 환율은 10.1% 변화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러한 양상이 역전되어, 원/달러 환율의 변화율이 7.6%로 증가한 반면 원/엔 환율 변화율은 2.4%로 크게 낮아졌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변화할 경우,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엔/달러 환율 만큼 변화해 원/엔 환율이 변하지 않고 있다. 즉 달러화에 동조화되던 원화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엔화에 동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원화만이 아니고 대만 달러나 태국 바트화의 경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의 디커플링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동조화로 이해돼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원/엔 환율 움직임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의 엔화동조화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후 1998년 원/엔 환율이 1,078원을 기록함으로써 이전의 700원대 후반에서 300원 가량 오른 후 줄곧 1,000원대 중, 후반을 기록함으로써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원/엔 환율은 평균 1,060원을 기록했다. 따라서 최근의 원/엔 환율 움직임은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뚜렷한 디커플링이지만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에는 엔화로부터의 이탈이 더욱 크게 진전되지 않는 한 원화와 엔화 간 커플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한·일 수출경합도 증가가 동조화의 원인

원-엔의 디커플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엔 커플링의 배경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혹은 커플링은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우리 나라와 일본 두 나라 기업들 간에 해외시장에서의 경합도가 증가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와 일본간의 수출경합도 추이는 <그림 3>에 나타나 있다. 양국간 수출경합도를 살펴보기 위해 HS 2단위 수출품목을 기준으로 두 나라간의 수출상관계수를 추정했다(수출상관계수에 대해서는 주간경제 665호 “엔저영향 크지 않다” 참조).

그 결과 지난 10여 년간 우리 나라와 일본 간의 수출경합도가 꾸준히 증가, 90년대 후반 0.7을 갓 넘던 두 나라 간의 수출상관계수가 외환위기 이후에는 0.9를 넘고 있다. 참고로, 중국과 일본 간의 수출경합도 역시 한-일간 경합도의 10년 전 수준이지만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를 들어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0% 절상되는데 원화의 달러화 환율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원화는 엔화에 대해 10% 절하되는 꼴이 되어 일본시장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두 나라간의 경합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나라의 수출증가를 초래, 국제수지 개선 요인이 되고 이에 따라 원화의 달러화 환율은(결과적으로 원화의 엔화환율도) 절상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역내교역 증가로 엔화 환율 안정 필요

둘째, 아시아 역내교역의 증가세를 들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의 입장에서 역내 무역이 증가함에 따라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인 일본 엔화와의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아시아 13개국간의 역내교역 비중은 지난 1990년까지만 해도 28.9%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37.6%로 크게 늘어났다(아시아의 역내 교역 증가세에 대해서는 주간경제 748호 “역내 교역 확대 필요하다” 참조).


달러화 동조 외환위기의 한 원인

엔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각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외환위기 직전 당시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달러화에 동조화되어 있었고 95년 4월부터 시작된 엔저기를 맞이해 엔화에 대해 강세를 띠었다. 이 결과 우리 나라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보다 큰 폭의 자본수지(포트폴리오수지 중심) 흑자를 통해 환율을 지탱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전 년도인 1996년에는 23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자본수지는 23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은 달러화 중심의 환율운용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것이 엔화와의 동조화의 배경이 되었다.


외환거래 자유화 동조화 강화

셋째, 외환 및 자본거래의 자유화 진전도 동조화 추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엔/달러 환율 변화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외환시장에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자본이동에 대한 제약이 존재했던 과거에는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주된 경로가 무역수지로서 엔화환율의 변화가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어 원화환율 변화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 2차 외환자유화를 통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엔화환율의 변화가 원화환율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을 즉각 반영해 행동함으로써 엔화와 원화 간의 동조화가 강화되어 왔다.


양국간 경제여건 차이 최근 디커플링 배경

위의 여건들을 고려해 볼 때, 원화의 엔화에 대한 동조화 추세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2001년 12월부터 2003년 3/4분기까지) 나타난 원화의 엔화에 대한 동조화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다음의 몇 가지 사실들은 원-엔의 동조화보다는 디커플링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우리 나라와 일본의 경제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는 2분기 연속 소비가 감소하는 등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반면에 일본경제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개선되는 가운데 지난 10여 년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일본의 분기별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플러스 성장세에 진입한 이래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3%의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환율이 직접적으로는 외환시장 내 외환의 수요와 공급관계에 의해 결정되지만 국가 경제의 건전성과도 관련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급격한 강세를 보인다고 해서 원화가 덩달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우리 나라와 일본의 성장률 격차와 원/엔 환율 간에는 비교적 뚜렷한 관계가 발견된다(<그림 4> 참조). 우리 나라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좋을 경우 원/엔 환율은 하락했고(원화 강세) 우리 나라의 성장세가 부진할 경우에는 원/엔 환율이 상승했던(원화 약세) 것이다.


엔화절상 압력도 디커플링의 강화 요인

둘째, 엔화 절상에 대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의 압력이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 더불어 최대의 대미 무역 흑자국이면서 올들어 13조 엔에 달하는 커다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엔화 절상압력이 올해 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하순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채택된 성명서에서 ‘유연한 환율정책’을 촉구했을 때 주된 타겟 국가가 중국과 일본이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이후 6년 연속 대미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본만큼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을 받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도 원-엔의 디커플링이 설명된다. 우리 나라의 무역구조에서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커지고 일본과의 교역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위안화가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달러화 사용국의 교역가중치가 더욱 높아짐에 따라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화보다는 달러화에 동조화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당분간 디커플링 유지될 듯

넷째,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오래고, 최근 들어서는 외환보유고의 과다가 문제시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에는 각국이 자국통화를 엔화와 동조화시킴으로써 심각한 국제수지 악화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이유에 의한 엔화동조화 동기는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특히 현재는 달러와 엔의 관계에서 달러가 약세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엔화보다는 달러와의 동조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0월 이후에 두드러지고 있는 엔화와의 디커플링은 원화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림 5>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대만 달러와 태국 바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9월 이후 엔화와의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자국통화의 대미달러 환율 변화가 작아 엔화 환율이 급격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요컨대, 원-엔 동조화는 장기적인 추세인 것으로 보이나 지난 수년간과 같은 동조화는 극단적인 것으로서 당분간 디커플링이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동조화의 배경요인들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띠는데 비해 디커플링의 요인들은 비교적 단기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투자 수지 흑자 줄이는 노력 시급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사정에 걸맞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튼튼하고 국제수지 흑자를 보인다면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마땅하며 경제가 부진하고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약세를 나타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최근까지 지속되어 온 엔화와의 지나친 정도의 동조화, 그리고 이에 따른 원화의 급격한 강세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수준의 디커플링은 일정 정도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디커플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치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자본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띠고, 이에 따라 적절한 수준 이상으로 원화 강세가 진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 특히 포트폴리오투자수지 흑자를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가운데, 자본수지마저 흑자를 지속할 경우 경제상황과 관련 없이 원화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것이 강세를 띠는 엔화와의 동조화를 촉진시키는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포트폴리오 투자수지 흑자로 인한 절상압력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헤지수단의 다양화 등 국내 자본의 해외 증권 투자여건을 확충시킴으로써 필요시 자본유출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 규모 확대도 장기 과제

둘째, 장기적인 차원에서 외환시장 규모의 확대가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원화가 엔화에 대한 지나친 동조화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급변하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할 때 시장참가자들이 역내 최대의 금융 센터인 일본 외환시장의 동향을 참고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동조화를 초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01년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거래규모는 일본의 1/15밖에 되지 않으며 GDP 규모를 고려했을 때도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작다. 외환시장이 작기 때문에 시장이 외부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약점도 있으며 특히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이 취약해 일본 외환시장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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