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절상과 기업수익성 원화절상과 기업수익성

신민영 | 2003-09-24 |

원화가 10% 절상될 때 제조업의 경상이익률은 3%p 하락하며 전자, 건설중장비 등의 업종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여 기업수익의 환율민감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불안하다. 9월 중순 현재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1,170원 수준으로 지난 4월 초순 이후 지속적인 절상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98원으로 지난해 평균인 1,252원에 비해 4.5% 절상된 것이며, 9월 중순 환율 수준 1,170원은 지난해 평균에 비해 7.0% 절상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원화강세 양상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약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본수지 흑자가 맞물려 원화의 추가적인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많은 국제투자은행들이 2004년 상반기 엔/달러 환율을 110엔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4년 우리 경제는 지난 해 및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원화강세는 수출을 감소시키고 수입을 증가시켜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국내총생산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율절상은 당장 수출채산성과 기업 수익률이 악화시킨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 증가가 우려되는데다 환율하락으로 기업의 수익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환율하락으로 인한 기업의 수익성 변화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하에서는 산업별로, 그리고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환율하락의 수익악화 효과가 얼마나 될지를 추정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보기로 한다.


상위 50대 제조업체 분석

먼저, 제조업을 대상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화가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분석대상은 거래소 상장 제조업체 중 2002년 기준 매출액 상위 50개 기업으로 선정하였다. 이들 50개 기업의 총 매출액은 226조원으로서 전체 제조업 기업 매출액 293조의 77%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 주요 기업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환율 변화가 전체 제조업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표 1>에는 세부 업종별 분석대상 기업들의 생산품, 분석대상 기업수, 전체 매출액 중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 원재료비에서 수입중간재 투입액이 차지하는 비중, 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차감한 순 외화부채 등이 제시되어 있다. 전체 분석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51%로서 매출 중 약 절반 가량이 수출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중간재 투입 비중은 38%, 순 외화부채는 6조 1천억원으로 조사되었다.

<표 2>에는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는 경우 제조업 기업들의 경상이익률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세부 업종별로 제시하였다. 또한 환율 변화시에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매출액, 매출원가, 이자, 외화자산부채 등 4가지 변화 요인들이 각각 얼마 만큼 경상이익률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았다. 분석에서는 수출입의 결제는 모두 달러화로 이루어지고 외화예금 및 외화차입금도 모두 달러화 기준이라고 가정하였다.

수출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달러화로 수취하는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 매출액이 환율 하락분만큼 줄어들게 된다. 반면,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원재료비 중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부분 및 해외로부터 수입해서 판매하는 상품의 수입대금과 같이 달러화로 지급하는 매출원가 역시 환율 하락분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기업이 외화예금, 외화매출채권, 외화미수수익과 같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외화매입채무, 외화차입금과 같은 외화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 수취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이자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동시에 이들 외화자산 및 외화부채를 원화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평가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본 분석에서는 이들 요인들을 모두 감안할 경우의 기업 경상이익률 변화를 측정해 보았다.


환율 10% 하락시 이익률 3%p 하락

분석 결과, 제조업 전체적으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상이익률이 3%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이익률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출 매출액의 감소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제조업 전체 매출의 약 절반에 달하는 수출 매출액은 환율 하락 분만큼 줄어들어 수출 매출액 감소는 경상이익률을 5.1%p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반면, 수입중간재 도입 비용의 감소를 통해 매출원가도 1.8%p 감소하여 경상이익률 하락을 일부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화자산 및 외화부채의 존재로 인한 경상이익률 변동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제조업체의 속성상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음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 지급이자 감소 및 외화부채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크기는 경상이익률 하락을 각각 0.01%p와 0.27%p 상쇄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타운송장비, 전자의 수익률 하락 커

그러나 원/달러 환율 변화가 기업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조업 세부업종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운송장비와 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상이익률이 각각 5.8%p와 4.6%p 하락함으로써 크게 줄어드는 반면, 철강은 하락 폭이 1.3%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유와 음식료의 경우에는 도리어 경상이익률이 각각 2.4%p와 0.5%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 하락시에 제조업 업종별로 경상이익률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을 살펴보기 위하여 매출액, 매출원가, 이자, 외화자산부채 등 4가지 변화 요인별로 경상이익률 변화의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그림 1> 참조). 먼저 기타운송장비, 전자와 같이 경상이익률의 하락 폭이 큰 업종의 경우 매출액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타운송장비와 전자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8%와 71%로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매출이 환율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유의 경우 매출원가의 감소 폭이 매출액의 감소분을 상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제품 제조원가의 구성상 원재료의 비중이 높고 수입원재료의 투입 비중이 86%에 달해 환율이 하락할 경우 매출원가 절감 효과가 수출 매출액의 감소 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한편, 전반적으로 외화부채의 존재로 인한 지급이자 감소효과 및 외화부채 감소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음식료와 철강의 경우 각각 0.8%p와 0.6%p의 경상이익률 감소분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비중 클수록 이익률 악화 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기업 손익의 변화는 해당 기업이 매출 중 어느 정도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가, 매출원가 중 어느 정도를 수입중간재 또는 수입상품이 차지하고 있는가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 업종별로 매출액 중 수출 비중과 원/달러 환율 10% 하락시의 경상이익률 변화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 2>를 살펴보면 양자 사이에 강한 부(-)의 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해당 업종의 매출액 대비 수출매출의 비중이 높을수록 원/달러 환율 하락시에 경상이익률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입중간재 투입 비중과 경상이익률 변화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 3>을 살펴보면 양자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해당 업종의 매출원가 구성상 수입중간재의 투입 비중이 높을수록 원/달러 환율 하락시에 경상이익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 제외 서비스업 영향 미미

이러한 특징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비제조업 기업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거래소 상장 기업 중 2002년 기준 매출액 상위 50위에 포함된 비제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달러 환율 10% 하락시의 경상이익률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2%로 비교적 높고 수입중간재 투입 비중은 7%로 낮은 종합상사 등 도매 및 상품중개업은 경상이익률이 3.3%p 하락한 반면, 내수업종으로서 수출매출이 거의 없고 수입중간재를 사용하는 전기 및 가스, 소매업, 통신업 등은 경상이익률이 소폭 늘어나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즉 상대적으로 비제조업 위주의 내수업종이 제조업 위주의 수출업종에 비하여 원/달러환율 하락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기업수익의 환율민감도 낮아질 듯

향후 환율하락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 악화 정도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이익률 악화 정도가 높고 제조업 분야의 이익률 악화가 전 산업의 이익률 악화에 비해 높음을 보았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우리 기업들의 수출비중은 30%대 초반에서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수출비중은 우리 기업들의 성과에 달려 있으나 커다란 추세적 변화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업수익의 환율 민감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환율변동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의 환율과 기업수익간의 분석은 물량변화라든가 가격전가효과(Pass-through)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율절상에 따라 수출상품의 원화표시 가격이 하락할 경우 채산성 악화로 인한 수출물량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수출물량 감소의 영향은 가격전가에 의해 일부 완화되겠지만 우리 기업들의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결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익이 환율변화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과 기능면에서의 우위를 확보하여 원화절상으로 인한 가격하락 압력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격결정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프리미엄 제품 및 사업 개발에 주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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