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과 금융변수의 움직임 경기순환과 금융변수의 움직임

조영무 | 2003-07-16 |

과거 경기의 상승 전환시 주가는 경기 저점 부근에서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금리는 경기 저점을 통과한 후에야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기진작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확대로 잉여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700포인트를 돌파하고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망지수들을 제외하고 산업생산, 도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대부분의 실물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하에서는 과거 경기가 하강기에서 상승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나타났던 금융변수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향후 이들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을 예상해 보고자 한다.


주가의 경기선행성 및 금리의 경기후행성

일반적으로 실물경기가 수축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전환될 때 주가는 경기 저점을 지나기 이전부터 상승세로 전환되지만 금리는 경기 저점을 지난 이후에야 상승세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 주식평가모형에 따르면 현재의 주가는 앞으로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현금흐름 즉, 기대이익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한 현재가치이다. 따라서 향후에 경기가 상승하여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가는 이를 미리 반영하여 실물경기 상승에 앞서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가계의 금융자산 가치가 증가함으로써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기업의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함으로써 투자지출이 늘어나 실물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금리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및 투자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채권 발행 감소로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경기회복세를 확인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매출 및 투자 증가로 자금 소요액이 늘어난 기업들이 채권 발행액을 늘린 이후에야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에 후행하는 금리

실제로 경기가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전환되는 경우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고 금리는 경기에 후행하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한 총 6차례의 경기순환 중 1990년대 이후 있었던 3차례 경기순환의 저점을 전후한 종합주가지수와 회사채수익률의 추이를 살펴 보았다. 1990년대 이후의 경기순환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외국인들의 주식소유 한도가 상향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채권시장의 수급 상황을 반영하여 금리가 결정되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금리는 예상한 바와 같이 경기에 후행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주가는 도리어 경기와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금리는 경기 저점 이후 4개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이후에야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반면 주가는 경기 저점 8개월 전에 저점을 기록하였지만 경기 저점 2개월 후까지도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다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상승하였다. 즉 경기 저점 통과시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기보다는 동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국면별로 비대칭적인 주가 움직임

그렇다면 주가는 경기 변화에 선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최근 각 2차례의 경기 고점 및 저점을 전후한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살펴 본 결과, 주가는 경기 국면에 따라서 비대칭적으로 움직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2> 및 <그림 3> 참조). 즉 경기가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되는 경우에 주가는 경기 고점에 선행하여 하락했지만 경기가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되는 경우에 주가는 경기 저점에 동행하여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하락 전환기였던 1996년 3월 및 2000년 8월을 전후하여 주가는 경기 고점보다 각각 16개월 및 8개월 앞서서 먼저 하락세로 전환되었으나, 경기 상승 전환기였던 1998년 8월 및 2001년 7월을 전후하여 주가는 경기 저점보다 각각 1개월 및 2개월 늦게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1990년대 이후의 나머지 경기 고점 및 저점의 경우에도 동일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편의상 그 결과는 생략한다.

이와 같은 경기 국면별로 비대칭적인 주가 반응의 이유로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위험회피적 투자 패턴을 지적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경기가 확장국면에서 수축국면으로 전환된다는 부정적인 정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여 신속히 주식을 매각하는 반면 경기가 수축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전환된다는 긍정적인 정보에는 신중하게 반응하여 경기 상승세를 실제로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이러한 위험회피적인 투자 패턴은 1990년대 이후 추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주가의 움직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단기 스프레드와 신용 스프레드

경기 전환에 따라 금리 자체뿐만 아니라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인 장단기 스프레드 및 우량채권수익률과 비우량채권수익률의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의 움직임 역시 달라진다. 즉 실물경기가 수축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장단기 스프레드는 확대되는 반면 신용 스프레드는 축소된다는 것이다.

재무이론 상으로 장기금리는 현재 단기금리와 미래 단기금리 전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래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이 변화하게 되면 미래 단기금리 전망치의 변화를 통해 장기금리도 변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장기금리는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 하락하고 경기 전망이 호전되면 상승하는 미래지향적 속성을 띠게 된다. 반면에 단기금리는 현재 경기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 공급을 확대할 경우 하락하고 경기과열을 우려하여 통화 공급을 축소할 경우 상승하게 된다.

장단기 스프레드는 이러한 장기금리 변화와 단기금리 변화의 상대적인 크기에 의하여 변화하게 된다. 경기가 저점을 향해 빠르게 하강하는 시기에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래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 인하 폭보다도 크게 하락하여 장단기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저점에 가까워짐에 따라 미래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 장기금리의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장단기 스프레드는 확대될 것이다.

한편 신용 스프레드는 채권 발행 주체의 도산 위험을 반영하여 변화한다. 따라서 경기 저점 부근에서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실시하거나 미래 경기 회복이 예상되면 신용 스프레드는 축소되고 경기 고점 부근에서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 정책을 실시하거나 미래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장단기 스프레드의 경기선행성 뚜렷해져

과거 경기 하락 국면에서 경기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장단기 스프레드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최근 3차례의 경기 저점을 전후한 장단기 스프레드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장단기 스프레드는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 1종 수익률과 단기금리 지표인 1일물 콜금리의 차이로 측정하였다. 장기금리의 측정치로서 국민주택채권 1종 수익률을 사용한 것은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 또는 회사채수익률보다 장기금리의 성격이 강하고 시계열의 길이도 길어 분석대상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기 변화와 장단기 스프레드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하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경기 상승에 앞서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1993년 1월의 경기 저점 통과시에는 장단기 스프레드의 움직임이 불규칙했지만 1998년 8월 및 2001년 7월의 경기 저점 통과시에는 각각 경기 저점 7개월 및 5개월 전부터 장단기 스프레드가 추세적인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7월 경기 저점 당시 확대되던 장단기 스프레드가 10개월 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뒤이은 경기 하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장단기 스프레드의 경기선행성이 뚜렷해진 원인으로 통화정책의 변화를 들 수 있다. 1998년부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통화량 목표제(Monetary Targeting)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로 전환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이 단기 정책금리인 콜금리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단기금리의 수준 및 변동이 경기 상황에 따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잘 반영하게 되어 장단기 스프레드의 경기선행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권 발행 물량을 사전에 조절함으로써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치던 기채조정협의회가 1998년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채권의 발행이 자유로워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기금리가 채권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더욱 잘 반영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의 정보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신용 스프레드의 경우에는 근래 경기동행성이 매우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5> 참조). 신용 스프레드는 3년 만기 회사채수익률과 동일 만기 국고채수익률의 차이로 측정하였다. 신용 스프레드는 비우량회사채수익률과 우량회사채수익률의 차이로도 측정할 수 있지만 자료상의 제약으로 인해 분석가능 기간이 길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어 회사채수익률과 국고채수익률의 차이를 이용하였다. 분석 결과 신용 스프레드는 경기가 상승하면 축소되고 경기가 하락하면 확대되는 경향을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2년 이후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신용 스프레드의 추이를 살펴 보면 방향은 반대지만 두 변수가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상승 전환시 급증했던 잉여유동성

마지막으로 잉여유동성 추이를 분석함으로써 과거 경기가 수축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전환될 당시의 시중유동성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잉여유동성은 실질통화량증가율에서 산업생산증가율을 차감한 것으로서 실물경제활동 수준을 감안한 유동성 공급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저점을 향해 빠르게 하강하는 시기에는 통화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경기 급락을 방지하려 하지만 일단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후부터는 점차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경기 과열이 유발되지 않도록 통화 공급을 조절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총유동성(M3)을 기준으로 잉여유동성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잉여유동성이 경기의 상승 전환시마다 크게 증가했다가 경기 저점 통과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6> 참조). 특히 1989년, 1993년, 1998년의 경기 저점시마다 잉여유동성은 거의 20%p까지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저점 부근에서 나타났던 이러한 잉여유동성의 급격한 증가는 일정 부분 실물경제활동의 급격한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와 함께 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시중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했던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이 경기의 상승세 전환에 일조했음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유동성 공급 확대 고려할 필요 있어

최근 주가와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6월 이후 장단기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경기 저점 통과시의 금융변수 움직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금융시장 움직임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경기 저점 통과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 및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보다 크게 작용하였고 몇몇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이 과거 경기 저점 통과시와는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거액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의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금리의 상승세 반전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의 호전보다는 국제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금리가 상승한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에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신용스프레드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으며 잉여유동성은 도리어 줄어들어 2%p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도 실물 부문에서 아직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2분기 또는 3분기 중 저점을 통과한다고 상정하고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을 전망해 보았다.

경기 저점에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주가는 실물경기의 상승세를 확인하는 시점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저점에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금리는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려할 경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으며 경기 저점 이후 일정 기간 경과 후에야 본격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경기 저점에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장단기 스프레드는 경기 진작을 위한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과 점진적인 장기금리의 상승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기 부진을 반영하고 있는 신용스프레드는 경기 저점을 지나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기 저점 부근에서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반대로 올해 들어 도리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잉여유동성 추이를 감안할 경우 경기 회복의 촉진을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추가 확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