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인건비 및 퇴직금 부담 증가와 근로자의 노후소득체계보강 필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임금인상률과 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을 고려하여 퇴직금과 기업연금 수령액을 비교해 보았다.
기존 퇴직금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로서 기업연금이 도입될 전망이다. 노후소득체계 강화, 증시의 안정적인 수요기반 확충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관해서 정부, 노동계, 경영계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증시의 장기적인 수요기반 확충의 목적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자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노동계는 국내 증시와 같이 불안정한 시장에 퇴직자금을 맡기는 것은 무리라며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경영계 역시 현재 종업원에 대한 퇴직비용 이상의 추가적인 비용지출이 따른다면 기업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안을 살펴보면 우선 기업연금제도를 선택적으로 도입하도록 할 예정이며 과세혜택 등을 통해 퇴직금에서 기업연금제로 이행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업연금의 종류
기업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으로 구분된다. 확정급여형 기업연금은 연금액이 최종급여 또는 퇴직전 일정기간 기준급여의 일정비율로 정해져 있어 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연금기금 운용을 잘 해서 이익이 남으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반면 운용성과가 기준보다 미치지 못하면 연금손실을 인식해야 하므로 기업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감독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많이 요구된다. 기업의 존속 및 금융기관의 도산에 대비하여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을 보장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PBGC(Pension Benefit Guar-anty Corporation)와 같은 기관이 기업연금의 지급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은 매월 일정비율을 기업연금기금에 적립하여 퇴직시까지 투자수익률에 근거하여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투자수단을 종업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투자위험을 종업원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직률이 높거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도이다.
확정급여형의 경우 임금, 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불안정한 경우 연금기금자산의 가격하락으로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고 지급불능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근 확정급여형보다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Plan)과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 bution Plan) 중 노사간 합의를 통해 선택하도록 하고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더라도 최소보장 규정을 둘 예정이다. 기업의 부담은 퇴직금 수준으로 하고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과 국민연금과의 연계는 이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노후소득 보장이 목적이라면 퇴직금대상에서 제외되는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업연금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은 반대한다는 입장인데 퇴직금 운용의 책임이 근로자 개인한테 있는 만큼 퇴직소득의 보장이 기존 퇴직금제도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경영계는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추가적인 지출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며 현재 기업은 근로자 월평균소득에서 법정퇴직금(8.33% 이상)과 국민연금(4.5%)으로 12.83%이상을 부담하고 있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로 퇴직금제도 기능을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퇴직금 노후소득 보장기능 약화
퇴직금제도는 실업기간 중 생계보장과 퇴직 후의 소득보장의 목적으로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해 도입되었다.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퇴직시 법정퇴직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회사가 도산할 경우 퇴직금에 대한 수급권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퇴직금 지급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1997년부터는 퇴직보험을 가입하여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2001)에 의하면 사외적립비중은 2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실시함으로써 퇴직금의 노후소득보장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기업 퇴직금 부담 증가 추세
퇴직금 관련 기업의 부담을 알아보기 위해 비금융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인건비가 총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전체 부채 중에서 퇴직관련부채액 비중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인건비가 총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화 및 인력구조조정으로 90년대 초 18%대에 비해서 2001년도에는 16%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1999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전체부채 중 퇴직관련 부채액(퇴직급여충당금+퇴직보험충당금+단체퇴직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 90년대 초 8.5%정도에서 2001년도에는 8.8%로 비중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총원가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퇴직관련 부채의 증가는 근로자의 임금인상률 및 근속기간에 따라 퇴직금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구조조정으로 일시에 많은 종업원이 퇴직하게 되는 경우 장부상 사내 퇴직금이 적립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운영비를 쪼개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당기 퇴직금 지급으로 성과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대안으로서 기업연금
이러한 퇴직금제도의 한계로 말미암아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연금이 국민연금을 완전히 대체(오스트레일리아, 칠레, 홍콩), 부분대체(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보완(미국, 영국)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국민연금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면 사회보장제도로서 기능이 클 것이고 보완역할을 한다면 근로자의 인센티브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연금은 연금기금의 관리와 운용을 외부기관에 위탁하도록 의무화될 예정이므로 기업의 도산이나 폐업으로 퇴직금지급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수급권이 보장된다.
퇴직금과 기업연금의 수령액 차이
그렇다면 종업원의 수령액이 퇴직금과 기업연금 중 어떤 경우가 많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하에 두가지 수령액의 차이를 계산해 보았다. 26세부터 55세까지 30년동안 근무하고 초봉이 월 백만원이라고 가정하고 현재 근로기준법상 법정퇴직금과 임금상승률과 연금운용수익 변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확정기여형 연금 금액간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임금인상률을 3%에서 6%까지로 하고 운용수익률을 4%에서 9%인 경우를 가정하여 퇴직금과 확정기여형 연금액 가치를 계산해 보면 임금인상률이 3%인 경우 운용수익률이 5%이상이라면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이 퇴직금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임금인상률이 4%인 경우 운용수익률이 6%이상, 임금인상률이 5%인 경우 운용수익률이 7%이상, 임금인상률이 6%인 경우 운용수익률이 10%인 경우 퇴직금보다 확정기여형 연금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매년 동일한 수익률과 임금인상률을 실현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모범적인 연금운용기관으로 알려진 CalPERS(The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의 1984년부터 2001년까지 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매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12.92%정도라는 점에서 연금기금이 잘 운용된다면 퇴직금보다 기업연금이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http://www.calpers.ca.gov/ 참조). 하지만 현재 거시경제 여건을 볼 때 저성장국면에 진입해서 저금리기조가 계속된다면 퇴직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기업연금이 기업실적을 악화시킬 수도
기업연금회계는 기업연금의 종류에 따라 상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확정급여형의 경우 연금운용의 책임을 기업이 부담하여 장래 지급해야 할 연금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확정된 금액에 대해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확정된 연금액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고 지급해야 할 연금의 기대수준과 비교해서 실제 운용수익이 크면 기업의 이익으로 인식하고 작으면 손실로 인식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확정기여형 연금은 그 운용의 책임이 근로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회사는 매기마다 확정된 금액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 금액만을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
지난 2001년부터 주식시장의 약세로 미국 및 유럽 각국의 확정급여형 연금제도를 실시한 기업들은 연금기금으로 인한 손실폭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조사자료에 의하면 S&P500 지수구성 기업 중 70%이상이 확정급여형 기업연금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기업연금기금의 가치하락이 기업의 재무위험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경고하였다. GM의 경우 기금부족분이 2002년도에 193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기금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2002년에는 10억 달러를 손실로 인식해야 하는 실정이다. 2002년 순이익이 17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연금으로 인한 손실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연금자산의 수익률이 높아 연금자산이 연금부채를 초과하기도 했다. 확정급여형 연금제도는 연금기금운용으로 인한 손익이 기업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금운용 실적이 전체 기업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연금에 대한 대비 필요
향후 노령화사회로의 급진전이 이루어지고 퇴직금제도의 한계 및 정부의 유인책으로 기업연금제도 채택 기업이 증가할 전망이다.
퇴직금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매년 계산된 연금부담액을 사외에 적립하기 때문에 퇴직금비용을 예상할 수 있고 퇴직금 관련 자금관리를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도 기업연금제도를 설계할 때 근로자의 목표와 성과를 반영함으로써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상제도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계속적인 발전을 전제로 연금제도가 설계되었기 때문에 노사관계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퇴직금제도에 비해 노사간 합의를 통해 기업의 특성에 맞는 연금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한편,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으로 확정급여형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하락한다면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 수 있고 확정기여형의 경우에는 종업원이 받을 연금액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연금이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연금기금 운용기관을 선택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업에서 갹출금을 결정하고, 취급금융기관을 선정하는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부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업연금운영위원회와 같은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개별 근로자의 개별 확정기여형(DC형) 연금계좌에 대한 정기적이고 투명한 공시, 정기적인 정보제공, 교육서비스가 필수적이 될 것이다.
셋째, 사용주와 관리자의 수탁의무로서 1년에 2회 이상 공시할 것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측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제공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단위의 정보서비스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개별근로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교육 및 정보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연금제도는 퇴직금제의 대안으로서 우수인력 유치,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같은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연금기금의 운용성과가 낮은 경우 기업실적을 악화시키거나 연금급여액이 감소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연금제도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노사가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