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의 주역, 20대의 소비패턴 미래 소비의 주역, 20대의 소비패턴

임일섭 | 2002-04-17 |

현재 우리사회에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소비패턴은 주로 젊은 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20대의 소비패턴을 살펴보고 향후 정착될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가늠해 본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사회환경이 변하면서 소비패턴도 크게 달라져 왔다.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는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에 나타난 소비 구성 항목들의 상대적인 비중변화로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10여년간 소비지출 중에서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항목으로는 외식비, 기타주거비, 전기료, 공동주택난방비, 가사서비스, 교재비, 보충교육비, 교양오락서비스, 개인교통, 통신, 이미용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주거비나 전기료, 난방비 등의 비중 증가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주거생활의 고급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되며, 교육관련 소비지출의 비중 증가는 우리 나라에 특징적인 높은 교육열 및 사교육의 활성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면 외식, 교양오락서비스, 개인교통과 통신, 이미용 관련 소비지출의 비중 증대가 최근 우리 나라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소비지출에서의 비중이 증대한 이들 소비 항목들을 연령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특히 젊은 세대가 이같은 소비패턴 변화를 주도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타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은 20대 통신비 지출

소비지출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들 중에서 1990년 이후 지출비중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정보통신 관련 소비이다.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정보통신 관련 소비지출은 이러한 통념에 반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가계의 소득이 크게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소비 항목들에 대한 지출도 감소하였으나, 정보통신 관련 소비지출은 이 해에도 증가하였다.

그런데 소비지출 중에서 통신비의 비중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연령층의 경우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통신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적으로 1991년의 1.76%에서 2001년에는 5.48%으로 상승하였는데, 20대 연령층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에 2.15%에서 6.8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통신관련 소비에 지출하는 절대 금액 자체도 젊은 세대들의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20대의 소득은 다른 세대들에 비해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통신비의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더 크다는 사실은, 정보통신 관련 소비의 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젊은 세대임을 잘 보여준다. 인터넷 서비스의 활용에서 젊은 세대가 가장 적극적이며, 심지어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신 이동전화기로의 주기적인 교체가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버린 사정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대 전체 식비의 49%가 외식비

소비지출 중에서 식료품비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소득증가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인데, 그 와중에 두드러진 것은 외식비의 비중 증가이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소득이 감소했던 1998년을 예외로 한다면 외식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식료품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중에도 외식비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외식비의 증가율이 매우 높음을 의미하는데, 식료품비 중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23%에서 2001년에는 43%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더 높아서 1991년 26%에서 2001년에는 49%로 증가하였다. 이들의 외식에 대한 선호경향은 젊은 층 취향의 외식산업, 즉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나 서구식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크게 증가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소비지출 중에서 외식비의 비중 증가는 가장 기본적인 소비행위인 식생활에 있어서도 즐거움을 추구하는 트렌드의 영향인 동시에, 여성의 사회참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라 가사노동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사정과도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에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며 맞벌이부부의 비중도 더 높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외식비 비중이 유난히 높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파출부나 가정부 등의 이용 실태는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중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20대와 30대의 가사서비스 지출 비중은 각각 1.06%, 1.40%로서 40대, 50대 이상의 0.42%, 0.58%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문화비용, 20대에게는 필수재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또다른 소비항목은, 영화, 공연 및 스포츠 관람, 놀이동산 이용료, 수영이나 헬스클럽 이용료 등을 반영하고 있는 교양오락서비스 지출이다. 도시근로자가구 전체로 볼 때 1991년에서 2001년 사이에 교양오락서비스 지출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7%에서 2.26%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20대의 경우에는 1991년의 1.94%에서 2001년에는 3.19%로 증가하여, 소비지출에서의 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지출수준 자체도 다른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교양오락서비스 관련 소비지출 비중은, 소득상위 30% 계층의 비중(2.64%)보다도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상위 30% 계층의 레저관련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것은 고소득층으로서의 여유를 즐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20대의 지출비중이 그보다도 더 높다는 사실은 이들의 소비성향이 기존 세대와는 다른 것임을 시사한다. 즉 문화생활이나 레저 관련 소비지출에서도 최근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젊은 세대이다.


20대는 외모가 경쟁력-몸에 소비한다

앞에서 살펴본 교양오락서비스 지출 항목 중에는 문화생활 관련 지출 이외에도 수영이나 헬스클럽 등의 건강관련 지출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관심의 증대가 교양오락서비스의 지출비중 증가에 기여했을 터인데, 최근 들어와 건강 못지 않게 미용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에도 고급 화장품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성형수술 등의 연간 국내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러한 관심의 증대를 반영하여 이미용 관련 소비지출의 비중은 1991년의 2.32%에서 2001년에는 2.82%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세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같은 기간에 대부분의 소비 항목들의 지출비중이 오히려 감소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연령별로 살펴볼 경우 여기서도 20대의 이미용 소비지출 비중이 단연 높게 나타난다. 이들 젊은 계층의 미용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단지 이미용 소비지출의 비중이 높다는 점뿐만 아니라, 소비지출액의 절대규모 자체가 연령이 높은 다른 세대들과 비교하여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앞에서 살펴본 통신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의 소득수준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미용 관련 시장에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의 새로운 소비패턴-싼 물건은 더 싸게, 비싼 물건은 더 비싸게

최근의 소비 트렌드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중산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의 소비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최근의 경기회복기에도 고소득층의 소득이 먼저 상승하면서 고소득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도 소비의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양극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비가 저가품과 고가품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 개인의 소비에서 기본적인 품질이 보장되는 필수재 성격의 재화에 대해서는 저가품의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첨단기술을 응용한 제품이나 패션 관련 상품에서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선호와 더불어 고가품 소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최근 유통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는 할인매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대신에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제품의 판매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즉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에 구매하던 일반 제조업체의 브랜드를 쉽게 버리고 상대적으로 값싼 할인점의 자체 브랜드나 무명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고가품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우는 고가의 수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비자들이 저가품과 고가품에 대하여 각각 차별적인 기대와 선호를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저가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품질만 보장되면 가격대 효용이 높은 무명 브랜드 제품을 기꺼이 선택하려는 의사를 보이는 반면, 고가품에 대해서는 단지 실용적인 차원에서의 소비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한다는 사실로부터 심리적인 만족감을 동시에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용적 소비와 과시적인 소비의 공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중저가 제품의 선택에 있어서 브랜드를 무시하고 오직 품질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풍토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가 제품의 선택에 있어서 소위 명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집착은 타인에 대한 과시욕, 또는 유명 브랜드의 소비에 따르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품 소비의 유행을 주도하는 것 역시 젊은 세대들이다. 20~ 30대의 젊은 계층들은 연령이 높은 계층이 비해 소득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명품매장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내 모 백화점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전체 명품 매출의 25.5%, 32.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수준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명품 선호경향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20대는 능동적 소비자

과거 우리 나라에서는 소비의 고급화를 과소비라는 이름 아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으며 수입품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고급품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이러한 시각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는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소비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젊은 세대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젊은 세대의 높은 소비성향은 정보통신 관련 소비지출의 비중을 증가시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가능해진 정보통신 관련 인프라의 구축은 역으로 다시 소비 지출의 증가와 트렌드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이 소비에 끼친 영향으로는 우선 사이버 쇼핑몰과 전자상거래의 성장을 들 수 있다. 2000년 말에 사이버 쇼핑몰 업체수와 거래액은 각각 1,851개와 6천 5백억원이었으나 2001년 말 현재 업체수와 거래액은 각각 15.3%, 50.8% 증가한 2,135개와 9천 8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2001년 말 현재 거래되는 주요 상품들의 구성을 보면 거래액 기준으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가 20.6%, 가전,전자,통신기기가 19.2%를 차지해 상위권에 있으며 기타 생활용품과 자동차용품이 8.0%를 점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컴퓨터 사용에 상대적으로 익숙하며 컴퓨터 관련 제품의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이버 쇼핑몰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이라는 흐름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들의 소비 주도는 단지 이러한 측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이 운영하는 사이버 쇼핑몰 뿐만 아니라 외국의 언어와 상거래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해외의 쇼핑몰에 주문을 대행해주는 업체마저 생겨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신속한 유통과 확산은 해외제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직접 해외 쇼핑몰에 접속하여 신상품이나 명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는데 이는 국내시장에서의 소비 고급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단지 소극적인 상품 구매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단체구입을 통하여 ‘공동구매’라는 형태로 소비자의 협상력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사이버 불매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비 주도세력으로서의 젊은 세대는 정보통신 관련 소비지출의 비중 증대, 소비의 고급화 및 국제화 뿐만 아니라 소비자 주권의 강화라는 측면에 이르기까지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과정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층에 비하여 젊은 세대일수록 소비성향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최근 몇몇 소비항목에 대한 젊은 세대의 높은 지출비중도 새로운 유행에 민감한 이들 세대의 속성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소비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들 중에서 정보통신이나 레저 및 문화생활, 이미용 관련 지출비중의 증가 등은 단지 이들의 연령상 특성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이동전화로 상징되는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레저와 문화생활의 중요성 증대도 경제 전반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필연적 추세이다. 따라서 최근 젊은 세대들의 소비패턴은 이들이 고령화되더라도 여전히 유지될 것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여 신규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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