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시장이 외국인 주식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이 높아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본격적인 매수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매도세가 꺽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4개월 연속 지속되며 증시의 수급상황을 위협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월 3천290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지난 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으며 3월 들어서는 1조 1,830억원, 4월에는 1조 3천670억원, 5월 들어서는 10일 현재까지 8천290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올해 들어 5월 10일 현재까지 총 3조 7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중인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원화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어 외국인들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보다 구체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1. 미국 주식시장 회복 지연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증시의 약세에 대한 우려감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에 선행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회복은 미국 경제의 회복에 이은 국내 경제의 회복과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이 4월 중순 까지 미국 주식시장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증시에 연동된 매매패턴을 보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월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액과 나스닥지수 변화율의 상관계수가 2001년 한해동안 평균 0.55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서 1월에는 0.93, 2월에 0.93, 3월에는 0.69로 다소 하락하였지만, 4월 들어 0.71로 상승하고 있다. 올 4월까지 평균 0.82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이 작년 9.11테러사태 이후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의한 주요 거시 경제 지표들의 반전으로 반등세를 시현했지만 연초 이후 조정 국면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였고, 재고조정에 따른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생산도 증가세로 전환되었으며,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5.8%수준으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정부지출과 재고조정에 따라 견인된 것으로 실질적인 기업의 이익 개선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엔론 사태로 불거져 나온 분식회계 문제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회복세를 보였던 시카고 제조업지수(PMI) 및 소비자신뢰지수가 4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고 실업률도 6%로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등 최근의 경제지표는 경기가 다시 둔화될 거라는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이 미국경기의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의 회복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점차 약화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의 회복 없이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인 매도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 반도체 산업의 회복 미진
둘째, 반도체 산업의 회복 불확실성도 외국인 매도세를 가중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가격의 상승은 IT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실제로 반도체가격의 상승은 IT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미국 나스닥 지수에 선행되어 왔다. 그런데 반도체 가격이 4월 들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128MD램 반도체 가격은 2월에는 평균 4.03달러, 3월에는 4.07달러를 보였지만 4월부터 3.48달러, 5월 9일 까지 3.03달러로 줄곧 하향세로 돌아섰다. D램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경기가 조금씩 회복함에 따라 PC수요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올들어 PC판매가 재차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D램의 계절적인 비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재고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D램 가격의 상승추세가 3월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식 보유의 특성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가격에 민감함을 짐작할 수 있다. 3월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 총액은 119조원이다. 그 중에서 반도체 대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그리고 아남반도체 기업에만 34조 8천억을 투자하고 있다. 시가총액 대비 29%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 업종의 기대 수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도액과 반도체 관련 기업 외국인 순매도액 추이를 보면 외국인 순매도액 중 반도체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월 77%, 3월 82%, 4월 82%, 5월에는 86%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순매도액 추이가 반도체 업종 매도 추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D램 가격이 3월말 이후 다시 하향 추세를 보임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축소가 전체적인 한국증시에 대한 비중 축소로 나타난 것이다.
3. 환율과 외국인 매매패턴
셋째, 올해 들어 원화가치에 대한 평가 절하 기대 심리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원화환율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외국인들이 국내자산에 대한 투자에 나설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가치가 절하될 것이라고 예상할 때에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절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한국 주식을 살 유인이 커진다. 환차손 발생으로 인해 달러표시 수익이 낮아지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던 97년 8~11월 기간은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NDF환율이 치솟아 국내 원화환율에 대한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원화절하에 대한 기대가 확산된 시기였다. 반면 97년 12월~98년 4월 기간에는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급등했던 원화환율이 향후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자금을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주간경제 464호, 1998.4.29.참조).
NDF선물환율은 현물환율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수준의 차이를 반영하여 결정된다. 그런데 NDF 환율 프리미엄이 양국의 금리차보다 높아진다는 것은 NDF선물 환율의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원화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5>를 보면 (NDF프리미엄-한미금리차)가 작년 9월 0.11%에서 올 2월 -0.33%까지 하락세를 보인 기간동안 외국인은 2조 6천억원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하지만 (NDF프리미엄-한미금리차)가 올 3월 -0.02%, 4월 0.1%, 5월초까지 0.14%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증가된 것을 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말 1,262원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해 올 4월 12일 1331.9원까지 상승하였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급격히 상승한 상태에서 올해 들어 대두된 엔저현상으로 원화가치 절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매리트가 감소한 것도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월부터는 미국 경기회복속도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제기되면서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로 엔화와 원화가 동반 절상되면서 NDF 환율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증시의 약세가 외국인 매도 확대의 주요인
여러 요인들을 가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대한 요인별 영향력을 분석해 보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의 요인에 개별적으로 영향을 받기보다는 이런 요인들에 시기별로 종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시간 가변 파라미터 추정법을 이용하면 최근 외국인 순매도의 증가가 시기별로 어떤 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지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각 설명변수의 영향력을 시기별로 달리 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을 위한 설명 변수로 앞에서 언급한 요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다우지수, 종합주가지수, 외평채 가산금리, 원화환율, 반도체 가격을 이용했다.
분석결과 미국 증시의 침체가 최근 외국인 순매도세의 증가에 가장 영향력을 요인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순매수에 대한 각 요인별 단위당(1표준편차) 영향력이 작년 9월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평균 6.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5.5, 원화환율이 1.3, 반도체 가격이 1.2, 외평채 가산금리 1.1 순이었다. 그런데 올 4월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6.2로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6.1, 반도체 가격이 1.8, 원화환율이 1.7, 외평채가산 금리 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미국 주식시장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는 국내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상태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향방이 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외국인 주식투자에 대한 반도체 가격의 영향이 환율에 대한 영향보다 더 커진 점도 특징이다. 4월 들어서부터 환차손에 우려감보다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IT경기회복의 지연에 대한 우려감이 외국인 매도세에 더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올해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가 지속되었던 이유는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 IT산업의 회복 불투명, 환율의 평가절하 기대감 증대,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과 같은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미국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반등세를 보이면서 국내주식시장은 반등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그쳤는지 판단하기는 이른 듯 하다. 미국의 기업 실적 부진과 소비지출 위축가능성, 미국의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과대해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증폭, 미 달러화 약세에 대한 움직임 등 주식시장의 악재 요인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