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사고방식, 한국 기업의 사고방식 글로벌 기업의 사고방식, 한국 기업의 사고방식

박은연 | 2008-07-21 |

지난 50년간 한국 기업은 ‘지기(知己)’로 성공해 왔다. 앞으로 50년간에도 성공을 지속하려면 ‘지피(知彼)’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조명해 봄으로써 ‘백전불패(百戰不敗)’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사람에 대한 생각을 비교해 보면, 글로벌 기업은 아웃풋(Output)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은 인풋(Input)과 성실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판단한다. 일에 대한 생각을 보면, 글로벌 기업은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에, 한국 기업은 경쟁사 제압에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한편 글로벌 기업은 전문역량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에서 담당자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반면, 한국 기업은 일반적 소양과 조직에 대한 충성을 높이 사는 수직적 조직에서 관리자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어 왔다. 경영에 대한 생각 역시 글로벌 사고방식은 업의 본질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한국식 사고방식은 기업의 규모와 매출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와 그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게 글로벌 방식을 적용하는 기업만이 세계시장에서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다.

 

< 목 차 >


Ⅰ. 논의의 배경
Ⅱ. 知彼知己…7가지 생각하는 방식 비교
Ⅲ. 百戰不敗…한국에 맞는 글로벌 사고방식의 적용

 

 

I. 논의의 배경

 


왜 지금 글로벌 기업을 보는가?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敗).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다 이긴다고 했다. 이 원리는 기업들이 활약하는 경제 전쟁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50년 간 일궈낸 성과를 보면 세계 무대에서 치러진 수많은 전투에서 이겨온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GDP가 1955년의 87달러로부터 시작하여 2007년에는 2만 달러를 넘은 것은 세계 경제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공의 기록이다. 한두 세대 전만해도 산업 기반이 전혀 없었고 천연자원도 대단치 않았던 나라, 게다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가 오늘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되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이런 도약이 가능하였던 것은 수많은 기업들이 경공업, 중공업, IT산업 할 것 없이 제각각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여 이겨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과 경제의 성공은 ‘나를 아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개발 시작 당시 제한된 내수시장 규모, 천연자원과 산업 기반 부족 등이 약점임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시장을 보호하고 수출과 인적자원의 활용으로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 경제개발이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싸고 풍부한, 그러나 훈련되지 않은 인력으로도 경쟁할 수 있는 경공업을 위주로 승부하였다. 그 후에는 전국적 교육 열풍을 일으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만큼 기본 소양이 높은 블루칼라 노동력을 기반으로 중공업을 키우고, 3D를 마다하지 않는 건설 노동력을 수출하고, 사무계층의 노동력을 증강하였다. 이렇게 우리의 강점인 인적자원을 십분 살린 것이 지난 반세기의 경제발전과 기업들의 성공의 한 가지 근원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은 우리가 다시 우리의 기업 문화와 글로벌 기업의 문화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면 시장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끊임없이 적응하여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숙명이고 일상사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적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환경의 변화가 오는 시기들이 있다.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세계적 경제대국들인 미국, EU, 중국,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 중 하나이다.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아 왔던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까지 한층 많은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년 사이 국내시장의 고객들도 빠르게 글로벌화되어 왔다. 해외여행객의 수가 1990년에는 연 100만 명 남짓했던 것이 이제는 연 1300만 명으로 늘었고, 추계인구의 15%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외시장의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국민들이 글로벌한 취향과 니즈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것까지 감안하면, 내수시장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얼마나 더 통할까조차도 의문이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의 50년간도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자들과 맞붙어 이기기 위해 ‘적을 아는 것’도 필수적인 생존 요건이 되었다.


한국의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적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한층 더 확연해진다. OECD 국가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2,354시간으로 단연 가장 길다. 노르웨이 노동자들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긴 시간을 일하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1.5배가 족히 되는 장시간 근무이다. 한국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가까이서 본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도 ‘건물의 불을 끄고 나가는’ 자세가 있음을 안다. 이것이 과거에는 우리 기업의 성공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을 겹쳐보면 그림이 좀 달라진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 노동생산성의 58%에 불과하다.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추어 보아도 20% 이상 낮다. 시장은 국제화되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이 가속화되는 마당에 외국 기업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생산성이 뒤쳐져서야 배겨낼 재간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라지만 하루에 24시간보다 더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글로벌 기업들, 특히 생산성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따라서 주요 연구의 대상은 소위 ‘잘 나가는’ 외국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업들의 제도나 일하는 방식을 무작정 모방해서는 안 된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했던 과거의 우리 기업들이나 지금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을 무시하면서 엉뚱한 남의 제도를 들여온다면 되려 일을 그르치기만 할 것이다. 많은 공을 들여 벤치마킹을 하여 성공한 기업들의 제도를 들여와도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이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흔히 듣는 실패의 이유이고, 또 사실 그러하기도 하다. 환경을 알고 ‘나를 알아’ 환경에 잘 맞춘 것이 성공의 원인이었으니, 남을 따라 배운다고 나를 잃어버려서는 큰 도움이 될 리 없다.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두 발 뒤로 물러서는 격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에 대해 무엇을 알면 우리 기업의 새로운 도약에 도움이 될 것인가? 기업의 일시적 행동이나 제도만 베껴와서는 부족하다. 그런 행동과 제도의 배경에 깔린 ‘생각하는 방식’을 알아야 그것이 우리의 기업 환경과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가려쓸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은 농구장이라는 환경에서는 세계 최고의 결과를 내지만, 누군가가 그 행동만 빌려다가 축구장에서 조던 같은 덩크슛을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결과가 나올 것인가? 반면에 조던의 덩크슛 배경에 깔린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한다’나 ‘공만을 생각한다’는 생각들을 배운다면 비로소 배구 경기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결국, ‘적을 아는 것’은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그들의 생각을 이해한 후에는 우리 기업에 맞도록 변형하여 쓸 수도 있고, 전혀 환경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골라서 버릴 수도 있다.


본문에서는 기업의 생각하는 방식을 크게는 사람에 대한 생각, 일에 대한 생각, 조직에 대한 생각, 그리고 경영에 대한 생각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7가지 중요한 사고 방식을 정리해 보았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의 예와 한국 기업의 예를 비교하였으나, 글로벌 기업도 천차만별이며 한국 기업도 시기와 덩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자 한다. 본문에서 글로벌 기업의 생각과 예는 외국기업들 중 성과와 생산성이 뛰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 중에서 찾았으며, 한국 기업의 생각과 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지금까지 흔히 보여진 문화와 행동양식들을 일반화한 것이다. 생각의 차이를 중심으로 하였으므로, 한국 기업 중에도 극히 글로벌적인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II. 知彼知己…7가지 생각하는 방식 비교

 


1. 우수한 인재란?


‘어떤 사람이 우수한 인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얼핏 보면 어떤 기업이나 상황에서도 같은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면에서부터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라면 글로벌이나 한국에서 다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겠지만, 기업에서 사람을 뽑고 승진시킬 때 모든 면에서 빠짐없이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때 무엇을 보고 사람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춰 인재인가의 여부를 판단할지, 그 기준이 다른 것이다.


Output - Input


글로벌 기업은 주로 그 사람이 내는 아웃풋(output)을 보아야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지만 한국 기업은 그 사람의 인풋(input)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나타나는 실행 상의 차이는 채용할 때 이력서만 보는가 인턴십도 거치게 하는가이다. 프린터 업계에서 세계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휴렛 팩커드는 전세계 120여개국에 총직원 수가 12만 명을 넘는다. 당연히 매년 뽑는 신입사원의 수도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서류전형과 인터뷰에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일을 시켜 그 사람의 결과물을 검증하고서야 사람을 선발한다. 아무리 뛰어난 이력서와 학력을 가진 사람도 결과물을 보지 않고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에서는 인턴이라는 제도 자체를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최근 인턴 제도를 활용하는 회사들이 꽤 많이 생겨났지만, 대개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력서이며, 특히 그 중에도 최종학력과 학점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어느 정도의 학력이 되지 않으면 인턴의 기회부터 주어지기 어렵다. 인풋이 아웃풋보다 우선적인 판단의 기준인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아웃풋이 인풋보다 극단적일 정도로 우선하는 예가 나온다. 1970년대 당시 월 스트리트에서 1위를 달리던 한 투자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데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 대부분이 하버드나 MIT를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었으나, 이 회사는 실전 인턴 시기를 거친 끝에 가장 높은 영업실적을 올린 고졸의 학력을 가진 무전걸식자인 흑인 지원자를 뽑았다. 이 ‘영화 같은 실화’의 장본인인 가드너 리치씨는 회사에 막대한 기여를 한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연매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기 기업을 설립한 CEO가 되었다.


창의성 - 업무수행성


사람의 어떤 면을 중심으로 인재라고 보는가도 차이가 난다. 싸고 성실한 노동력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성장의 기반으로 삼아온 한국의 기업 발전사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기업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을 우수한 인재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의 시장과 기업의 상황에 적절했던 것이고, 지금도 안정된 산업에서 전례가 있는 업무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장 좋은 인재인 것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인재의 개념은 전혀 달라져야 한다. 즉, 창의성과 자발적 의견이 중요해진다. 구글이 인재를 찾는 방법 중 하나인 ‘옵스큐어 광고(obscure advertising)’는 창의성에 중심을 두는 인재상을 잘 보여준다. 지하철 역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에 쓰인 엉뚱한 수학 수수께끼에서 시작되어 일련의 창의적인 수수께끼들을 풀어나가면, 구글의 특별채용 사이트에 연결이 되는 방식으로 별난 천재들을 찾는 것이다.


얼마 전 다수의 한국 변호사들이 다국적 기업 고객들과 만나 회의를 한 일화를 들으며 이런 관점의 차이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회의를 하면서 한국 측의 대표 변호사와 팀장 변호사가 주로 고객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회의가 만족스럽게 끝나고 모두 일어나는데 고객 측에서 갑자기 몇몇 변호사를 지칭하며 다음 회의에는 그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대표 변호사가 무슨 실수가 있었는가 물었더니, 고객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저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한 마디도 안 했으니, 기여하는 바가 없는 사람들이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생각으로 보면 회의를 준비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중요한 고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사가 주로 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글로벌식 사고방식을 가진 고객 쪽에서 보면 회의 중에 자기 의견을 한 마디라도 덧붙이지 않은 사람은 그야말로 ‘돈 주기 아까운’ 사람들인 것이다.


2.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인재를 뽑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즉 육성의 문제이다. 여기서도 커다란 생각의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일을 통한 육성이 많다. 휴렛 팩커드나 제너럴 밀스의 경우는 육성의 80~90%가 직장 내 훈련(OJT)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일을 맡기고 이를 수행하는 동안에 옆에 상사나 멘토가 붙어 지도와 코칭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항공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건재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타 항공사들에 비해 감독자가 일선 직원들을 코칭하는데 쓰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에서는 액션 러닝이나 성과와 연계성이 강한 교육을 강조한다. 자질이 있다고 보고 육성의 대상으로 선정한 사람에게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CEO 후계자로 지목되면 전공과 아무 상관없는 분야를 맡겨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기도 한다. 교육훈련의 효과는 교육이 끝난 직후가 아니라 업무에 돌아가 배운 것을 적용하여 내는 성과를 통해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언제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준비가 되는 즉시 빨리 발탁하고 다음 단계의 육성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GE의 고속승진제도(fast track)인데, 이를 통해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가 40대 초반에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한편, 한국 기업의 일반적인 육성 방식은 집합 교육과 훈련이다. 우리가 ‘기업 훈련’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큰 강의실에 모여 강사에게서 지식을 전달받는 모습이다. 물론 많은 우리 기업들에 사수제도가 있어, 사수가 입사 초기에 큰 힘이 되어주고 그 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통한 육성이 적용되는 시기가 글로벌 기업과는 다르다. 글로벌은 CEO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경력 전반에 걸쳐 일을 통한 육성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 기업에서는 입사 초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에서는 언제 사람을 육성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직급교육’이라는 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준비가 되면 아무 때나, 되도록 빨리”라는 글로벌 생각 방식과는 달리 “때가 되면, 차례가 왔을 때”라는 생각이 주가 된다.


3. 가치 있는 일이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다른 만큼 일에 대한 생각도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간에 차이가 있다. 우선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살펴보면, 성공한 글로벌 기업에서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철저히 실천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고객에게 무언가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요즘 고객 가치가 기업의 중심이라고 말하지 않는 기업이 드물겠지만, 이 생각이 얼마나 구석구석 배어들어 실행되는가를 보면 기업마다 큰 편차가 있다.


2008년 제네럴 모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업체가 된 도요타를 보자. ‘노조 무파업’,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자동차’, ‘도요타 생산방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용어를 잇달아 만들어낼 정도로 도요타의 성공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 도요타가 주문처럼 되뇌이는 것이 원가절감이다. 도요타식 원가절감은 흔히 생각하는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아니라 ‘이것은 고객을 위한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생산을 끊임없이 재검토하고 효율화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도요타에서만 40년 이상 근무한 조 후지오 회장이 한 강의에서 “나는 도요타에서 40년 동안 한번도 매출이나 실적을 올리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깜짝 놀란 청중들이 그럼 무슨 소리를 들었느냐고 묻자, “‘고객을 위해 가치를 올려드리고, 비용을 줄여라’라는 말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도요타의 현장에서는 고객을 위한 개선이 전부라는 말은 단지 말에서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글로벌 기업 GE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가치 있는 일로 일상에서 체험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GE는 모든 사업부의 핵심 경영지표에는 고객이 GE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도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순수고객추천지수(NPS·Net Promoter Score)를 포함하고 있으며, 차세대 경영진의 육성과정에도 이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예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 기업들에서 고객을 위한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그토록 철저하다고는 아직 볼 수 없다. 여전히 많은 회의에서 경쟁사 대비 매출과 수익이 얼마나 앞섰는가 뒤섰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99%의 시간을 쓴다. 소위 경쟁 중심으로 가치 있는 일을 규정하는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경쟁사에게 이기는 것이 일의 가치를 결정하는 우선적인 잣대라면, “이 사안은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는데 도움이 안 되니 철폐하겠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고 하기도 어렵다.


4. 일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


가치가 있는 일이 무엇이냐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 자연히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보고 및 의사결정 방식과 근무시간에서의 차이를 살펴보자.


우선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의 속도와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다. 도요타에서는 보고서를 “한 장으로 정리하라”는 것이 법칙으로 되어 있다. 일의 진행을 돕는데 꼭 필요한 만큼만 보고하는 것으로 시간의 낭비를 막는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그룹인 ABB는 “7 대 3 공식”을 주창한다. 한 번의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 신속하게 10번의 결정을 내려 그 중에 7번만 바른 의사결정이 나오는 편이 더 결과가 좋다는 생각이다. 실수할 소지가 늘어나지만, 대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빠른 의사결정과 맞물려 나타나는 또 한 가지 현상은 근무시간에 대한 태도이다. 요즘 빈번히 논의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은 이와 사뭇 다르다.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상세히 담는 것이 상식이며, 이를 위해서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숙고를 거듭하는 것이 정석이다. 한국 기업에서 ABB에서 하듯이 10번의 빠른 결정을 하고 그 중 3번은 틀린 결정을 하거나 번복한다면 신속하다는 칭찬은커녕 게으르고 신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행동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리스크는 줄여주는 대신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신중하게 생각하여 한 번에 올바른 답을 내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면, 공식적인 업무시간이 끝나자마자 귀가하는 사람은 충분한 숙고를 하지 않았다고 간주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사람이 태반이고 이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최근 정시퇴근이나 유연근무시간을 권장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행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한국적으로 생각하는 방식 위에 글로벌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5. 직업관


다음으로 비교해 볼 점은 직업에 대한 생각이다. 한국 기업쪽은 일반화된 평생 직장관으로 흔히 “00맨” “직장인” 이라 지칭되는 조직을 중심으로 한 직업관을 보인다. 글로벌 기업 쪽은 특수화된 평생 직업관으로 “XX 전문가”라고 불리는 개인을 중심으로 한 직업관이 흔히 나타난다.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채용공고를 비교해 보면 이런 차이가 확연하다(<그림 2> 참조).


직업이라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형성된 한국형 채용시장에서 구직인의 목표는 그 회사에 들어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오래 근무하며, 회사의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관리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일단 직장을 구하고 나면 자주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잘 되려면 직장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회사 측에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따라 일반적인 소양과 자질이 좋은 사람들을 뽑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채용공고의 직무 내용은 상세히 적을 필요가 없으며, 자격요건 역시 일반적이게 된다.


한편, 직업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반한 글로벌형 채용시장에서 구직인의 목표는 영업, 마케팅, 재무, 또는 인사와 같은 어느 특정 분야에 들어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자리매김하며 경력을 쌓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야만 맞으면 직장을 옮기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고 “내가 잘되는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회사 측에서는 특정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채용 공고의 직무 내용은 어떤 일들을 하게 될 것인지를 상세히 적어야 하며, 특수 분야에 대한 지식 및 경험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으려다 보니 자격 요건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된다. 사례나 실전문제를 푸는 면접과 인턴십이 많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것이다.


6. 조직관


위와 같은 직업관들과 연계되어 조직에 대한 생각 역시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에서 다르게 발달해왔다. 일단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이 여러 분야의 일반적인 업무를 거치고 오래도록 머무른다면, 자연히 누가 언제 들어왔는가가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관계가 형성된다. 업무는 관리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게 되며, 관리자도 담당자가 했던 업무를 거쳤기 때문에 담당자의 역량이 한 수 아래인 것으로 인식하고 훈육하며 조언하는 관계가 성립된다. 업무의 책임도 관리자가 지게 된다. 한국의 조직이 위계적이고, 연공 서열을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종종 성과주의와 대비하여 온정주의라고도 하는데, 이것 역시 모든 사람들이 일반적인 역할을 나누어 하는 만큼 특정 분야의 성과를 개개인의 성과로 분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한 직장에 반드시 오래 머물지는 않으며 직위와는 상관없이 개개인이 자기의 전문분야와 업무가 있으니, 이에 따라 담당자와 관리자의 관계가 형성된다. 업무는 분야 전문가인 담당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상위 관리자라도 그 분야를 모르면 담당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담당자의 발의에 의해서 일이 시작된다. 물론 업무책임도 담당자가 지게 된다. 글로벌 조직이 수평적이라고 하고 직장 상사라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연공서열을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런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제각각 맡은 분야가 확실한 만큼 성과주의를 통한 차별적인 보상이 용이하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을 예를 보면 철저한 상대평가를 통한 보상을 실천하며 직무 분야에 따른 급여가 차이가 크다. 마케팅 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직무급이 높고 입사 3년 이내에 매니저로 승진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한국 기업에서 생각하기도 어려운 파격적인 승진의 기회가 있지만, 동시에 철저한 “Up-or-Out” 문화, 즉 승진을 못하면 떠나야 하는 면도 있다. 이런 특성이 서양과 동양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동양의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도요타 역시 업무는 담당자 중심으로 생각하여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면 바보다”라고까지 이야기들 한다.


7. 잘 한 경영이란?


마지막으로 경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자. 한국이 수출로 성장을 하는 동안에는 세계 시장이 소비가 생산보다 많은 환경이었다. 따라서 기업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착실하게 생산을 잘 하는 것이 중요했었다. 이를 위해서는 매출이 커지는 사업은 종류에 상관없이 더 밀어주는 것이 경영의 기조였고, 투자자들도 기업의 규모를 우선적으로 따졌다. 한때 ‘문어발식(사업) 확장’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 발전을 이루는 동안 세계의 경제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 생산이 소비보다 많아져서 고객의 취향에 맞추지 않으면 ‘좋은 물건’이라도 팔리지 않는 시장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경영의 중심도 바꾸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고객 취향에 발빠르게 맞출 수 있는 민첩성이 요구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게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크기보다는 현금의 흐름에 주목하는 것이 글로벌 성향이니, 이것에도 적응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중 이런 식의 경영에 성공한 실례로는 제트블루(Jetblue)라는 항공사가 눈에 띈다. 다른 항공사들이 모두 고전하며 파산하는 시기에 미국의 항공 시장에 새로이 진입해 ‘동부의 출퇴근 항로’를 자기들 업의 본질로 삼고 여기에 철저히 집중하여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 밖에도 ‘미국 서부지역’을 업의 본질로 삼은 웰스 파고 은행(Wells Fargo) 등 비슷한 사례가 많다.

 


III. 百戰不敗…한국에 맞는 글로벌 사고방식의 적용

 


생각하는 방식, 문화를 주목하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변화하는 국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백전백승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지금까지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우리 기업들의 일반적인 생각하는 방식과 비교해 보았다. 문화비평가인 새뮤얼 헌팅턴은 최근 저서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1960년대 한국과 가나는 1인당 GNP 수준이나 공업화 수준, 외국의 원조를 받는 점까지 비슷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산업강국이 되었고, 가나는 한국의 GNP의 1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헌팅턴은 다른 물리적 조건들이 유사함에도 나타난 이런 엄청난 발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이라고 주장한다. “문화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의 상태인 문화가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지 않지만, 사실상 경제적 성취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그럼 문화란 무엇일까? 바로 그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과 행동의 방식이다. 말하자면 헌팅턴도 역시 생각하는 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성공을 좌지우지한다고 본 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앞서 열거한 사람, 일, 조직, 경영에 대한 생각들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관행이나 제도를 단지 모방한다고 해서 우리 기업에서 제대로 실행이 되거나 같은 성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내부와 외부 환경에 맞도록 제도와 실행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려면 배경에 깔린 생각이 다른 환경에서는 낯선 제도가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창의성 있는 것이 우수한 인재’의 경우를 보자. 3M의 창의성 발휘 방식을 보고 근무시간의 15%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쓰는 제도를 들여온다고 해도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창의성과 자발적 의견이 많은 사람이 인재라는 생각이 같이 따라오지 않으면 실행이 될 수가 없다. 또 성실하게 주어진 그대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창의성만 많은 사람을 인재라고 쓴다면 제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을 시킬 사람을 뽑는 것인지에 따라 말 많고 시끄러워 보이는 사람을 뽑을 수도 있고 묵묵하고 고지식한 사람을 뽑을 수도 있어야 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 적임자를 찾아내는 데 효과적인 학력을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일일이 인터뷰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다.


‘어떻게 사람을 육성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OJT의 개념만 들여와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글로벌 기업들처럼 일하면서 배우라’고 하면서 무언가 성과를 기대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GE나 휴렛 팩커드가 현장훈련에 투입하는 인력과 돈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알아야 한다. 집합교육을 하느냐 OJT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구성원들 간의 팀웍을 함양하고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합교육 쪽이 훨씬 적절할 수도 있다.


고속승진제도의 도입은 어떨까? 이 역시 한국 기업의 현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부작용이 없도록 도입할 일이다. 수십 년 간 회사에서 충성을 다하면서 ‘육성 받을 때’를 착실히 기다려 온 고참 구성원들이 “왜 외부 영입사원이나 어린 후배들이 자리를 먼저 차지하나?”하고 의기소침하고 불안하면서 생산성이 저하되는 사태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납득이 가는 설명과 장기근속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함께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고속승진의 대상자 입장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시장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마케팅은 연공보다 실력에 따른 고속승진이 제일 흔한 분야 중 하나이고 마케팅 담당 임원들의 연령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경우도 꽤 있다. 반면 재무분야는 승진 속도도 느리고 임원들의 평균 연령도 자연히 높아진다. 그러면, 고속승진이 되는 마케팅 분야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일까? 공짜는 없다. 한 조사에서 미국 기업들 상위 100개사의 분야별 임원의 평균 재임기간을 비교해 보니 마케팅 담당 임원의 재임기간은 26.8개월이었으나, 재무 담당 임원들은 그 2배나 되는 53.8개월 동안 임원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점을 잘 이해하고 끝없이 자기개발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우선 글로벌 기업의 제도의 바탕에 깔려있는 생각을 이해하고, 우리의 시장 상황과 기업 환경을 고려한 후에 이에 맞도록 변형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철저하게 밟는다면 제도와 실행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본래의 의도를 충분히 살린 ‘한국적인 글로벌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글로벌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글로벌한’ 것의 효과가 어떤지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보여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글로벌한 생각이 한국 선수들의 역량에 맞게 적용되었을 때 월드컵에서 4강의 기적이 일어났고 캐논 변주곡이란 가장 서양적인 고전 음악이 가장 한국적인 악기 가야금에 맞게 적용되었을 때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의 ‘카네기홀 공연 전회 매진’이 가능했다. 그들은 또 힙합을 한국 것으로 만든 비보이와 손을 잡으면서 파리를 열광으로 몰아넣었다. 이 같은 결과가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글로벌한 기업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다.  <끝>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