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기업, 가난한 기업의 경영전략 부자기업, 가난한 기업의 경영전략

허민구 | 2004-01-14 |

가난한 기업은 부자 기업과는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부자 기업의 전략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투자전략”은 다르다. 부자아빠의 전략은 돈이 돈을 벌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가난한 아빠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가난한 아빠는 부자아빠를 따라 하기 이전에 종자돈을 마련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경영의 세계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부자기업, 즉 이미 우수한 자원과 역량, 브랜드 등을 보유하고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은 연구개발, 마케팅 등 필요자원과 역량을 더욱 확충하여 기존 시장의 심화, 관련 시장으로의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 나아가 이들 기업은 관련성은 낮지만 유망한 미래사업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지속적 성장을 추구해나간다. 즉, “자원과 역량의 축적 → 차별적 전략 → 핵심고객기반 확보 → 높은 성과 → 자원과 역량의 업그레이드 → 시장심화 및 확대”로 이어지는 ‘돈이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적어도 급격한 시장변화나 기술혁신이 없는 한 이러한 구조는 상당 기간 유지된다.

그렇지만 가난한 기업에게 이러한 성장구조는 꿈에 불과하다. 오히려 잘못된 전략적 선택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원과 역량의 축적 실패 → 저성과 → 자원과 역량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기업간 양극화 현상도 상당부분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한 기업의 전략은 부자기업과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도입되는 다양한 전략기법과 경영기법들은 모두 일류기업이 개발한, 부자기업의 전략이다. 이들 전략과 기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 인적·물적 자원, 경영능력 등이 필요하다. 예컨대, 적정 수준의 관련 다각화 전략이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지만, 사업간 시너지의 원천인 차별적 자원과 역량이 미비한 가난한 기업은 이 전략을 채택하더라도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내외의 요인으로 성과하락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유행하는 선도기업의 경영기법을 먼저 도입한다. 선도기업의 전략이나 프랙티스를 과감히 채택함으로써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선도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므로, 성공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접근은 모방과 저수익의 악순환을 통해 자기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유사 전략을 선택한 기업들은 가격경쟁이나 과다한 광고비 지출 등 소모적인 경쟁으로 저수익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 와중에 추가적인 투자를 소홀히 함으로써, 기존의 주력사업 기반을 경쟁기업 또는 신규 진입기업에게 잠식당하고 결과적으로는 미래 성장의 기회마저 놓치게 되기도 한다.

요컨대, 가난한 기업은 부자기업과는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데 몰두하기 쉽다. 그러나, 먼저 부자기업의 전략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가난한 아빠의 심정으로.


현재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라

사업다각화는 새로운 성장과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부자기업과 달리 가난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기 전에 현재 시장에서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에서 경쟁우위의 원천과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하며, 현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추가적인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은 이러한 노력에 병행해야만 한다.

설령 미래 성장사업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신사업이 본 궤도에 이를 때가지 기업을 지탱해줄 사업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업확장의 토대를 제공할 차별화된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우위 회복은 시급한 사안이다. 적어도 기존 사업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이를 토대로 관련산업으로의 사업확장은 물론 보다 나은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과가 낮은 기업일수록 경영자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여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과 수익을 보장받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여러 경영이론가나 컨설턴트들이 제안하는 바대로-수익사업의 매각, 여러 신기술 분야에의 과감한 R&D 투자, 유망 사업기회의 인수 등 과감한 전략을 선택한다. 그러나, 기술혁신이나 기존 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신규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반면, 투자와 관심이 소홀한 사이에 기존의 주력 사업기반마저 경쟁기업 또는 신규 진입 기업에게 잠식당하여 결과적으로는 미래 성장의 기회마저 놓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저성과 기업 경영자들은 자신이 속한 시장규모를 저평가하는 반면 자사의 시장점유율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당한 시장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다 정확하게 시장을 파악함으로써 추가적인 공략의 여지를 발견해야 한다. 또한 시장성숙에 따라 고객 욕구의 상당부분이 충족되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욕구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증대한다. 이러한 기회를 적시에 발견하여 활용하는 것도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경쟁측면에서도 기존시장에 대한 엄밀한 재평가를 통해 자사의 가장 견고한 영역과 경쟁자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취약 영역, 반대로 경쟁자의 영역중 최소의 노력으로 공략 가능한 영역을 파악하여 자사가 장악한 가장 견고한 시장영역을 보호하는데 자원을 집중하되, 상대적으로 경쟁자의 방어 의지가 취약한 부분을 공략함으로써 시장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실행 우위를 확보하라

이처럼 기존 시장에서 성과를 높이는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전이나 전략수립이 아니라 실행 우위(Operational Excellence)이다.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 훌륭한 기업과 위대한 기업의 차이를 밝혀 주목을 받은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습관’이나 ‘Good to Great’의 연구결과는 이들 기업들이 실제로 대담한 비전과 목표를 수십 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전과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업 내부의 실행 역량임을 강조한다. 하버드경영대학 Noriah 교수의 최근 연구 역시 기업의 장기적·지속적 성과는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특정 전략이나 조직구조, 경영 프로세스 등이 아니라, 전략의 효과적 수행 여부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예컨대, GE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Six-sigma, Toyota의 생산 시스템 등 세계적 기업들이 개발한 경영기법들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업이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실행 역량이 이들 기업 성과의 기반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때 경쟁력이 낮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LG전자 창원공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글로벌 시장공략의 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노력을 집중하여 실행역량을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 공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실행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없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고부가 신제품 개발을 추구하였더라면 지금도 품질과 생산성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중견 제조기업의 재활성화 전문가인 Ashton 등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성숙 내 지 사양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신규사업 다각화, 타사업체의 인수합병과 같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도 기존 시장과 내부 실행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실행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연 15~20%에 달하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IT기술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라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기업의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 프로세스 역량 강화 등에 있어 IT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또 IT투자에는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투자에 따른 경쟁우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도 IT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러나, 저성과 기업의 경우에는 IT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납기단축, 비용절감 등의 효율성 개선 효과는 물론 단기간에 일류기업의 프로세스 역량을 습득하여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각 기능별로 분산된 개별 시스템을 통합하여 고객, 생산, 물류 등 주요 부문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고객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전사 차원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되 시스템 연계의 범위를 고객과 공급사로 확장함으로써 고객서비스 능력을 제고할 수도 있다.

Solectron은 정보기술을 통합함으로써 생산성은 물론 실행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사업모델을 변환하고 확장함으로써 가치 창출 능력을 제고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Solectron은 회사 내부시스템을 기업간 경계를 넘어 고객사 시스템과 연계 내지 연동함으로써 제품의 디자인에서 생산 및 서비스에 이르는 제품수명주기상의 전체 활동을 마치 고객사와 Solectron이 단일기업인 것처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구현하였다. Solectron이 글로벌소싱을 통한 원가절감, 제품개발시간의 획기적 단축,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 등을 통해 EMS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도하며 성장과 수익창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IT시스템을 이용한 효과적인 프로세스 통합의 결과이다.

물론 이러한 IT투자는 비용을 수반하지만, 기업실정에 적합한 시스템과 구현방식을 선택하고, 외부 전문가와 더불어 내부인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상당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인력은 향후 계속해서 기업내부의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여 지속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귀중한 내부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


상품화 전략에 집중하라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와 기술인력 부족, R&D 역량 미비를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애로로 꼽는다. 역량있는 R&D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소요되지만, 성과는 불확실하거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R&D역량이 다소 뒤지더라도 산업과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상품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수익성을 배가할 수 있다. 상품화 전략(Commercialization Strategy)이란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주요 기능을 구현할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제품을 조립하여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프로세스상의 일련의 활동들을 포함한다. R&D활동이 원천기술, 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품화 전략은 기존 기술의 상품화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품화 전략은 프로세스의 통제방식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신상품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기업내부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신상품의 개념과 설계 등 상품화 초기단계 프로세스만을 내부에서 수행하고 이후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의 중간전략으로서 상품화 프로세스별로 기업 외부의 최적임자를 찾아 아웃소싱 방식으로 수행하는 전략이 있다. 각 전략의 효과는 제품 특성과 산업, 기업역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생산이 자사의 핵심적, 본원적 활동이라고 믿는 소위 ‘제조업 마인드’는 종종 상품화 전략의 유연한 선택과 운용을 가로막는다. 결국, 아무리 제품 아이디어가 우수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생산라인이 품질관리, 스피드 등의 측면에서 경쟁우위가 없을 경우에는 경쟁에서 뒤쳐지고 만다.

예컨대, 즉석사진기 메이커로 널리 알려진 폴라로이드사는 타 경쟁기업보다 먼저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하여 개발에 나섰지만 모든 상품화 프로세스를 내부화한 결과 시장선점에 실패하고 결국 파산에 이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가전회사 Whirlpool은 적절한 선택으로 신제품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비록 과거에는 상품화 과정에서 아웃소싱을 활용한 전례가 없는 Whirlpool이었지만 신제품이 기존제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내부 생산부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부 핵심제품을 제외한 타 제품의 개발은 외부의 전문 기업과 팀을 이루어 공동으로 작업함으로써 신제품을 적시에 시장에 출시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훌륭한 경영자는 오늘의 성과 창출 가능성과 내일의 성장 기회를 모두 고려한 전략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내일만을 꿈꾸며 현실을 놓치는 몽상가적인 경영자도 적지 않다. 그래서 여러 기업들이 잘못된 전략 선택으로 성장 기회를 놓치고 가난한 아빠의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전략의 대표적 연구가인 Christensen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전략기법 내지 이론 중에도 과연 언제 적용되며, 언제 적용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그러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검증이 채 되지 않은 것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경영자는 항상 전략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현재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저성과 기업의 경영자는 전략 선택의 우선 순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 체인의 강도가 여러 연결고리 중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전략의 성공여부도 기업내의 실행 역량이 취약한 부분에서 결정됨을 인식하고 실행역량의 강화에 전력해야 한다. 실행 역량의 뒷받침없는 전략은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