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사업화 움직임 활발하다 OLED 사업화 움직임 활발하다

최정덕 | 2008-09-09 |

최근 OLED의 단점인 짧은 수명, 낮은 수율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사업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OLED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물량 중심의 공급자 관점을 버리고 고객 관점에서 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 들면서 기업들이 매출 성장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CD를 중심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수요 침체로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수익 확대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미 상당 부분 브라운관 시장을 대체한 평판 디스플레이인 LCD와 PDP 분야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기술 개발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도 상용화 기술이 계속 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디스플레이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좋은 화질과 슬림한 디자인 때문에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를 사업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투자와 본격적인 상용화가 지연되었던 OLED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를 낳은 동인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OLED의 상용화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물론 상용화가 곧 OLED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OLED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왜 OLED인가


뚱뚱하고 부피가 큰 브라운관에서 LCD, PDP 등 슬림한 디자인의 평판 디스플레이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된 것이 불과 10년도 안 되었다. 50여년 이상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이었던 브라운관이 그 자리를 내어주기까지는 5~6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후 평판 디스플레이는 빠른 기술 발전과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빠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90% 정도에 이를 만큼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디스플레이 시장 내 LCD라는 ‘골리앗’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왜 많은 기업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특히 OLED의 대중화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OLED는 LCD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파르게 성장한 LCD는 조금씩 성장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5년간(’03~’07년) 연평균 약 30%씩 성장하던 시장이 향후 5년간(’08~’12년)은 매년 약 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기업의 상징인 IT 제품도 가전의 얼굴인 TV 도 시각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디스플레이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LCD의 시장 지위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OLED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OLED 고유의 높은 화질 성능과 슬림한 폼팩터를 들 수 있다. LC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백라이트 유닛(backlight unit)과 같은 별도의 광원이 필수적일 뿐 아니라, 액정의 움직임에 의해 화면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별도의 광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고 응답 속도, 소비 전력, 색 재현성, 명암비(contrast ratio) 등 화질 성능에서 기본적으로 자발광 디스플레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OLED가 디스플레이 발전 로드맵 상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의 발전 방향에 가장 잘 부합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브라운관, 프로젝션 TV, PDP, LCD 등과 같은 구부러지지 않는 디스플레이의 다음 세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OLED 역시 유리 기판 위에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어 구부릴 수 없지만, 유기 박막트랜지스터과 머지 않아 유기 발광물질을 통해 디바이스 자체에 유연함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술적 난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


위에서 언급한대로 OLED가 다른 디스플레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 동안 디바이스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이상적인 디스플레이였을 뿐 짧은 수명, 낮은 생산성, 대형화의 어려움 등으로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웠다. 가끔 전시회나 컨퍼런스에서 ‘몇 인치 TV를 몇 년에 양산하겠다’는 식으로 선언적으로 계획을 표명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라인 규모, 투자 금액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소형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삼성SDI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소니, TMD(Toshiba-Matsushita Display), CMEL 등이 저마다 적게는 약 200억원, 많게는 5,000억원 정도를 1년 이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OLED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결정적 원인은 제품의 기술적 불완전성이 해소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OLED의 가장 큰 약점은 짧은 수명과 낮은 수율에 의한 높은 원가 부담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약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 기술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발광 물질의 효율 증가 및 공기, 수분 등을 차단시키는 봉지(encapsulation) 성능 향상이 이뤄지면서 수명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 발광 물질의 효율 측면에서는 2002년 1만 시간 정도의 수명이 최근에는 10만 시간 이상까지 향상될 만큼 빠르게 연장되고 있다(<그림 2> 참조). 발광 물질의 효율 향상을 디바이스에서 유지하기 위한 봉지 성능도 다양한 공정과 소재(sealant) 개발을 통해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발광 물질과 관련해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UDC(Universal Display Corporation)의 매출을 연구, 개발, 상용, 기술료 등 단계별로 나눠 보면, 연구와 개발 단계의 제품 매출은 줄고 상용제품과 기술료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그림 3> 참조). 기술 검증이 필요하고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아 샘플 수준의 제품 판매가 주를 이뤘던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듀폰, 코닝 등 큰 규모의 소재 기업들도 OLED의 발광 물질 및 공정, OLED용 유리기판, 봉지 소재 등에 대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LCD의 노광 공정 설비를 공급하는 캐논이 OLED의 유기물 증착 설비 기업인 토키(Tokki)을 2007년 말 인수함으로써 OLED 장비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 동안 열악했던 OLED의 연구개발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어 향후 기술 개발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임팩트는 크지 않을 듯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본적으로 자본집약적인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일정 규모의 생산 라인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존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기판과 증착 공정의 대형화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양산되고 있는 OLED 제품은 핸드폰용 중심의 중소형에 국한되어 있다. LCD와 달리 OLED는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해 비정질 규소(Si)을 결정화시켜 주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불량이 많이 발생되어 수율 향상을 어렵게 하고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직 양산 초기이기 때문에 중소형 OLED의 판가는 LCD 대비 2배 정도로 대중적인 제품에 채용되기에는 아직 이른 실정이다.


2007년 초 가전산업의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이 디지털 TV 선택 시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가격(59%), 화면 크기(14%), 디스플레이 종류(13%), 해상도(9%), 기타(5%) 순으로 나타났다. TV에 국한된 설문조사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가격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선택 기준의 최우선 순위가 가격이기 때문에 우선은 가격 경쟁력 확보가 큰 관건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규모의 경제 실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기업들의 낮은 참여도 문제가 기술적 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OLED 산업의 향후 전망은 밝다. 참여 기업 수와 관련 인프라가 증대되면 자연스럽게 규모의 경제 실현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OLED의 시장 진입에 부정적이었던 LCD 기업들의 OLED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접근 필요


자본 집약적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후발 주자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발 기업을 따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목표만 가지고 공급자 관점에 의지해 사업을 전개한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LCD와 동일한 평판 디스플레이인 OLED가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에 줄 수 있는 신선함은 LCD와 PDP의 출현이 브라운관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줬던 충격보다는 덜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들이 공급자 관점에서 고객 관점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성공의 필요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명, 대형화 등의 이슈를 제외하면 OLED는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화질 특성, 폼팩터 등 여러 측면에서 LCD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LCD의 지속적인 판가 하락으로 인해 OLED가 니치 플레이어(niche player)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적어도 1~2년간은 높은 가격을 상쇄시킬 수 있는 OLED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 즉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OLED의 주요 어플리케이션인 휴대폰, PMP(Portable Media Player),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PC 등은 모두 이동성, 디자인, 실외 환경에서의 화질 등이 중요한 제품들이다. OLED의 폼팩터를 충분히 살린다면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 구현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색 재현성, 명암비 등의 우위를 통해 고객에게 자연스러운 화질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인화와 모바일화가 강화되면서 노트북PC의 성장 여력이 모니터 또는 TV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의하면 향후 5년간(’08년~’12년) 노트북PC, 모니터, TV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각각 7%, -4%, 3%로 노트북PC는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비해 성장 여력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화 이슈 및 생산 인프라 구축 문제가 일부 해소되는 시점에서 OLED를 채택한 노트북PC는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OLED의 시장 파급력 증대 가능성


OLED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관련 인프라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OLED가 본격 성장의 선순환 고리로 접어드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소니, 마쯔시타, 도시바 등 일본 가전 기업들의 OLED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현은 OLED 산업에 있어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 생산 라인을 확보할 경우 자사의 OLED 패널을 노트북 또는 TV에 사용하면서 판로를 확대한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IT 제품과 가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건재하다. 일례로 브라운관의 덫에 걸려 평판 디스플레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소니가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 삼성과의 JV를 통한 LCD의 안정적인 공급 등을 통해 LCD TV의 북미시장 점유율을 2005년 2분기 약 5%에서 2006년 1분기 약 20%로 크게 증가시켰다.


향후 OLED가 TV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LCD 또는 PDP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OLED의 성장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현재 OLED를 채용해 양산되고 있는 대형 TV가 없어 기존 디스플레이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형 TV 시장에 먼저 진입한 PDP와 후발 주자인 LCD간 판가와 시장 점유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OLED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그림 4> 참조). 40~44인치 TV 시장에서 2004~2005년 상반기까지는 LCD TV의 가격이 PDP TV의 100% 이상 높았다. 이 때만 해도 LCD TV의 비중이 3% 이내였지만, 2005년 하반기 이후 가격 차이가 50% 이내로 좁혀지면서 LCD TV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LCD TV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수용도가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인 OLED TV 역시 LCD TV 대비 50% 정도의 가격 프리미엄에 맞춰 양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LCD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OLED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2011~2012년부터 OLED T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TV의 교체 시기가 8~10년인 점을 감안할 때, OLED TV의 출시 시점은 공교롭게도 2003~2004년에 판매된 기존 LCD TV나 PDP TV의 교체 시기와 일치한다. OLED 기업으로서는 교체 수요와 신규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주력 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력 제품이 LCD에서 OLED로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시점에서 2005년 예상 LCD 수요는 90만대였으나, 실제로는 예상치의 3배가 넘는 약 290만대가 판매되었다.

 

지금은 대형 LCD TV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지만 2000년 당시만 해도 LCD를 20인치 이상으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렇듯 기술 발전 속도와 소비자의 수용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LCD 기업 및 관련 소재·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3~4년 후의 모습을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따라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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