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지향적 기업이 갖추어야 할 경영원칙 고객지향적 기업이 갖추어야 할 경영원칙

정용수 | 2006-07-21 |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영의 초점을 고객중심으로 바꾸고 고객 입장에서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하는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고객지향적 기업의 특징과 시사점을 찾아본다.

 

요즘 신문의 경제면에는 많은 기업들이 고객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실리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고객만족도를 제고 시키겠다.’, ‘고객을 위해 다양한 가치를 창조하겠다.’등 기업이 지향하는 핵심가치에 고객을 중심으로 놓겠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고객중심 경영을 표방하는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고객지향적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지향적 기업을 표방하는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겠다는 이상과 이들 기업이 처한 현실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지향적이라는 의미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객지향성을 달성할 것인가를 물어보면 명확한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고객지향성 아닐까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지 않나요?’라는 식의 단편적인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1990년대 이후 국내 기업에 적용된 다양한 경영 트렌드를 살펴보면 불꽃처럼 일어났다 벚꽃처럼 사그라진 경우가 많았다. 경영 패러다임의 본질과 도달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피상적으로 이를 모방하고자 했기 때문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실패했던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고객지향성도 고객지향적 기업의 본질, 특징, 전략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때 유행했던 경영 트렌드로 잊혀질 수 있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객지향성을 추구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고객지향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지향적 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에 고객지향성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고객지향적 기업의 특징과 우리 기업에 맞는 시사점을 알아보려고 한다.

 

1. 고객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공유한다


고객지향적 기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고객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Dell, HP, P&G 등 고객지향적 기업으로 유명한 기업들을 보면 고유한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이 있으며 이러한 철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종업원들이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에 스며들어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고객을 중시하는 슬로건을 만들고 이와 연관된 CI(Corporate Identity), BI(Brand Identity)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고객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에 대해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실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고객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이 이를 공유하고, 업무 프로세스에 체화시킨 대표적 기업인 Dell을 보자. Dell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만족도가 그만큼 올라가야 하고,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성장도 정체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에 Dell은 이러한 철학을 공유하기 위한 전사적인 고객중시 경영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의 이수 여부는 각 사원레벨까지 글로벌 지역담당 임원이 직접 체크하도록 하여 매우 철저하게 확인·평가된다. 그 결과, 일부 고객과의 접점 부서에서만 고객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과는 달리 Dell에서는 고객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물론, 연구개발, 조립, 운송 등 고객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서의 직원들도 모두 자신의 업무를 고객의 입장에서 규정하고 일을 하고 있다. 업무 현장에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고객이 Dell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나’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가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Dell은 모든 업무의 진행과정에 고객이 최우선시 되는 철학이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중심의 철학이 지속적인 사업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Dell 사례처럼 고객중심의 철학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객지향적인 슬로건을 지닌 기업이라는 의미와는 다르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고객중심의 철학을 전파하여 기업의 지향점이 정확하게 고객을 향하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2. 조직구성 원칙의 한 가운데에 고객이 있다


고객지향적 기업이 갖고 있는 두 번째 특징은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업의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전담 조직과 고객관리 전문 임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IBM은 기존의 제품 중심 조직구조에다가 고객 중심의 산업별 조직을 추가함으로써 조직의 운영이 고객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변화시켰다. 기존의 제품사업부와 대등한 수준으로 금융, 제조, 컨설팅 등 산업별로 고객을 전담하는 부서인 산업그룹(Industry Group)을 설치한 것이다. 산업그룹은 고객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로 구성되어 사업부의 이익과 고객접점부서의 역할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과 고객의 새로운 니즈에 대한 포착 및 사전 예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지향성을 제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고객관리 전담임원인 CCO (Chief Customer Officer)를 두는 것을 들 수 있다. CCO는 고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이해력을 지속적으로 습득하여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현재의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제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고, 다른 최고경영층과의 정기적 회의를 통해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업이 고객과 유리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Intel, Cisco, Pepsi, HP 등 많은 선진 기업에서 CCO를 설치하는 등 2000년 이후 CCO라 명명된 직위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CCO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고객중심의 새로운 조직을 두거나 별도의 CCO를 임명하는 것이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기 위한 선결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고객의 욕구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변화를 읽고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에 이를 반영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 과연 있는지는 반드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3. 제품이 아닌 고객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구성한다


고객지향적인 기업의 세 번째 특징은 제품이 아닌 고객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제품중심 기업이 신제품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비해, 고객지향적인 기업은 고객과의 관계강화와 고객 문제해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IBM이다. 1990년대 경영 위기에 처했던 IBM은 각 제품 사업부를 분리매각 하는 대신 통합된 제품과 서비스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1993년 非IBM 출신으로 최초의 CEO가 된 루 거스너 회장은 IBM이 위기에 처한 원인중 하나는 제조와 판매 중심의 기업문화에 있음을 깨달았다. IBM 임직원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개발한 것을 판매하려 하는 자세와 컴퓨터에 대한 지식은 많았지만, 컴퓨터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루 거스너는 고객과의 접촉을 최우선 사항으로 설정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회를 만들었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문제해결에 필요한 솔루션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네트워크의 요소에 해당하는 제품을 대부분 지니고 있던 IBM은 하드웨어 중심의 판매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도 함께 제공하는 솔루션 판매 회사로 변모에 성공할 수 있게 된다.


IBM의 성공과 같은 솔루션 사업은 다양한 사업부를 지닌 국내 기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목표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솔루션 사업에는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점이다. IBM이 고객의 사업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이해 했듯이 목표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4. 고객중심의 고유한 경영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고객지향적인 철학, 조직구조, 문화는 궁극적으로 고객지향적 경영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고객지향적 경영시스템의 특징은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가 경영활동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과 임직원들이 효과적으로 고객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고객 접점에서의 관리는 과거 인류학이나 심리학 담당자를 일선에 배치한다든가 하여 단순히 만족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발전적인 형태의 고객 중시 경영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쯔시타전공(MEI)의 ‘VOC21’ 시스템이 있다. 2004년 3월부터 개발되어 2005년 8월 본격 가동된 VOC21은 일종의 고객 불만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써 고객 센터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불만을 분석하여 종류별로 분류한 후에 기업의 각 계층에 알맞은 정보로 가공하여 매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시스템 도입 이전 고객의 불만이 기업의 경영층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척 길었던 데에 비해 VOC21을 통해 한층 빠른 현장 경영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과 각기 다른 사업부에서 고객의 불만을 공유함으로써 비슷한 불만이 재발하지 않게 한다는 점, 그리고 고객의 불만을 트렌드화 하여 이후의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영 시스템화 한 또 다른 기업으로는 HP를 들 수 있다. HP는 고객 Segment를 기준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경험가치(TCE: Total Customer Experience)를 측정하여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업부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는 TCE 점수를 분석하여 강·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개선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마쯔시타나 HP의 사례처럼 전사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의 도입은 전략사업부(SBU)단위로 실행되는 전략·전술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여러 개의 SBU를 지닌 국내 기업의 경우 전사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 수직·수평적 고객관련 정보의 공유, 고객 대응 능력에 대한 선행 학습, 그리고 고객에 대한 각 전략사업부의 통일된 접근법 사용 등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5. 성과 평가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


진정한 고객지향적 기업은 철학, 경영시스템과 더불어 고객관점에서 성과지표를 설계하고 있다. 성과평가 시스템은 기업의 지향점과 개인의 동기부여를 일치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기업의 경영 포커스를 고객중심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고객지향적인 기업의 성과지표를 분석해 보면, 매출, 수익과 더불어 고객 만족도나 추천의향, 주요 고객 확보율, 고객의 경험가치 등의 고객관련 지표들이 균형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지향적 성과지표 중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지표가 GE등이 도입한 NPI라는 순수추천의향지수이다. GE의 CEO는 추천이라는 요소가 GE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고객자산이라는 것을 파악한 후, 이를 전사적 KPI(Key Performance Indictor)로 도입하였다. 또 앞서 언급된 바 있는 Dell은 매년 목표 고객 만족도를 부여하여 이를 달성할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중요도로 KPI에 반영되고 있다.


여느 마케팅의 지표와 마찬가지로 고객중심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을 통해 자사에 알맞은 지표를 개발해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지표를 명확히 할 때에 고객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고객지향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철학, 조직, 비즈니스 모델, 전략, 성과평가 시스템의 다섯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전반에 고객중심적인 요소들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차원에서 동시에 모든 가치사슬에서 고객지향성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최근 고객지향적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 글로벌 기업의 고객관리 담당자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담당자는 “우리 회사도 고객지향적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10년 이상을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객에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우수한 고객지향적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고객지향적 기업이 되기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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