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 2010-11-02 |
조직 내 세대 다양성(Generational Diversity)이 증가하고 있다. 조직의 상위 관리자 층으로 퇴직 시점에 놓인 475세대, 현재 조직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386세대 그리고 X세대, Y세대라는 신세대 등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이 같은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 세대 다양성 증가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을 낳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집단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에 세대별 특성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직 운영과 사람 관리의 방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세대별 다양성이 증가하는 현실을 접할 때 자칫 차별적인 HR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차별화는 원칙 없는 임시방편적 HR 제도를 만들기 쉽다. 세대별 차별적 HR이 아니라 세대별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HR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이해하고, 원활한 소통을 통한 상호 학습 촉진, 전문가가 인정받는 조직 문화 구축,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직 운영 등을 고민해야 한다.
< 목 차 >
Ⅰ. 세대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Ⅱ. 세대별 차이로 본 주요 HR 이슈
Ⅲ. 세대 공감의 HR 전개 방향
최근 우리 기업은 다방면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스마트화, 글로벌화 등 경영 환경의 변화가 더 이상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하지 않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앞선 기업들을 빠르게 모방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을 선도하는 이노베이션 기업이 될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전략 수립과 함께 효율적 조직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과 인프라 등 하드웨어 측면의 투자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람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측면의 이슈다. 구성원들의 열정과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인프라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창의적 기질로 똘똘 뭉친 인재들을 확보/육성하고, 이들이 선도적 혁신과 집단적 창의성 발휘의 주인공 역할을 하도록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하는 인사관리(이하 HR) 활동이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Ⅰ. 세대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HR과 관련해 최근 주목할 이슈는 ‘세대 다양성(Generational Diversity)’의 빠른 증가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기성 세대와 신세대라는 이원화된 틀로만 접근해도 큰 무리가 없었을지 모르나, 최근에는 최소 4개 이상의 세대가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조직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온몸을 바쳐 일해 오던 기성 세대(일명 475세대)가 조직의 최상위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때는 신세대라 불려졌던 386세대나 X세대는 조직의 중간 허리층을 탄탄히 채우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1980년 이후 태어나 글로벌화의 진전, IT기술의 발달, 경제적 풍요 등을 누리며 성장한 Y세대가 기업 내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이들은 서로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방식도 상이하다. 사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창의성 발현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세대 간 갈등과 불협화음을 낳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향후 회사를 이끄는 핵심 주체가 될 좋은 신세대 우수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대별 특성과 이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HR의 틀을 고민하고, 새로운 경영패러다임 구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세대 구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로 인해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각 시기별로 사람들이 태어나 성장해온 환경, 겪었던 경험이 그 이전과 사뭇 달랐던 것이 원인이라 하겠다. 경제 활동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세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구분하는 현재 우리나라 세대별 인구 구성비의 추이는 향후 10년 동안 최소 4개 이상의 세대가 공존하며 일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그림> 참조). 그렇다면, 각 세대별로는 어떤 특성 차이를 보일까? 세대 공감의 인사관리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먼저 이들이 자라온 시대적 배경과 이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조직 내 최상위 계층 : 475세대
기성 세대를 대표하는 두 개의 인력 집단은 1949년 이전 출생해 전쟁을 직접 경험한 전통 세대와 475세대로 구분된다. 먼저, 전통 세대는 현시점을 기준으로는 대부분 은퇴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1980년대까지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낸 주역들이다. ‘새마을 운동’은 물론 ‘한강의 기적’이란 신화를 창조한 인물들이다. 전통 세대와 달리 1990년대 40대를 보내고, 1970년대 대학 생활을 했으며, 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475세대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경제 급성장기 동안 경제 활동 인구의 젊은 피였다. 한국 전쟁 이후의 궁핍한 시기를 몸소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던 사람들이다. 강한 책임감과 근면성실로 어려움 극복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위계질서의 틀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기를 꺼리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었던 장본인이지만, 전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활동에 앞장서며 자기 자신보다는 국가와 집단의 번영을 우선시했다. 현재 활동 중인 475세대는 대부분이 조직의 최상위 계층을 형성하며 선진 기업과의 경쟁의 선봉장역할을 하고 있다.
중상위 관리자층 : 386세대
이들의 바로 다음 세대가 386세대이다. 소위 1990년대에 30대 시절을,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보냈던 60년대 출생자를 말한다. 이들은 475세대가 일궈놓은 경제성장의 후광에 힘입어 어느 정도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다고 평가된다. 그래서인지 경제적 빈곤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심사는 정치적인 민주화에 집중됐다. 전통적 가치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일에 도전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2000년대 들어 회사의 중간 허리 역할을 담당해 많은 일을 했다. 2010년 현재는 40대 중반 또는 후반으로 중상위 관리자의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 속에는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선배 세대들이 겪었던 구조조정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정년 보장 등 직업 안정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 아울러,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다른 신세대 인력들과 일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세대라 하겠다.
신세대를 넘어 조직의 든든한 허리 : X세대
1970년대 이후 출생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X세대는 기업에서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기성 세대와 신세대 간의 세대 차이 논의를 부추긴 주인공들이다. 또한, 이들은 IMF 외환위기 직전 경제호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IT 정보화가 비약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하고, 우리기업의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던 1990년대 말과 2000도 사회로 진출해 지금은 10년 차 베테랑 직장인들로 성장해 있다. 이들이 사회 진출을 시작할 당시, 일부에서는 ‘X세대는 응석받이로 자랐다’는 식의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사회상을 반추해 볼 때, 이들은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세대이다. 과거 집단적이고 통일성을 강조하던 학교 교육 시스템이 교복 자율화 등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기 시작할 무렵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느 세대 보다 사회 전반의 새로운 시도와 잦은 변화 속에서 혼란을 겪었던 인물들이다. 직장 생활 면에서도, IMF 외환위기 이후 서구식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험되어 오던 지난 10년 간 조직의 각 종 변화와 혁신적 시도를 기억하고 있다. 그 이전과는 달라진 직장 현실에 철저히 적응한 인물들이다. 그래서인지, X세대는 자유분방함과 개성을 대변하기 시작한 신세대였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있어 과거 세대들보다 더욱 신중한 성향을 보인다.
미래의 주역 디지털 네이티브 : Y세대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사회 진출 러시를 시작한 Y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10년 후면 Y세대와 함께 우리 기업의 미래를 짊어질 지금의 청소년층인 Z세대 신세대들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 보다 강한 개성과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 기관에서 이들의 특성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부모 세대는 대부분 전통 세대, 475세대, 386세대다.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기성 세대는 ‘나는 고생하더라도 내 자식만은 최고의 환경 속에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는 생각을 지녔다. 이렇다 보니 부모 세대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그 어느 세대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신세대 인력들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의 하나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팩(Spec)’ 갖추기 열풍이다. 폭넓은 지적 경험, 글로벌 감수성, 어학 능력 및 첨단 기술 활용 능력 등 기존 세대가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 등 각 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동시에 가상 디지털 공간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연대하는 커뮤니티 의식도 남다르다. 이러한 특성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집단의 창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직장 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Ⅱ. 세대별 차이로 본 주요 HR 이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 세대의 인력들은 자라온 환경이 다르듯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상이하다. 최근과 같이 집단의 창의성이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이 같은 세대 다양성의 증가 현상을 조직의 긍정 에너지로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이 성공하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세대별 사고 및 행동 방식의 차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HR 상의 주요 이슈를 한번 짚어 보자.
조직을 보는 시각 : ‘조직과 개인을 동일시’ vs. ‘조직과 개인을 분리’
먼저, 전반적인 조직 생활에 대한 생각 차이부터 살펴보자. 기성 세대(특히, 475나 386세대)에게 있어 회사는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었던 대상이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안정적 성장을 중시했으며, 회사와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 강한 로열티를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회사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들은 당연히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MF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고초를 겪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법도 한데, 지금도 이들은 “회사가 잘 되어야, 개인도 잘될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을 견지한다. 이는 기성 세대가 한참 일하던 시기의 경직된 노동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자연스런 생각일지 모른다. 당시만 해도 개인이 한 기업에 몸담게 되면 그 직장에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있었다. 게다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경제적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X세대를 거쳐 Y세대로 갈수록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모 세대들의 구조조정을 목격하고, 치열해져 가는 취업 전쟁을 경험하면서 신세대들의 가치관이 달라진 것이다. 부모 세대가 이룬 경제적 풍요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성장과 발전, 자아 실현을 위한 투자 마인드를 싹트게 했다.
이러한 차이는 때로 세대 간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예컨대, 신세대는 “조직이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 내 인생을 회사를 위해서만 희생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취미 활동은 물론 미래를 위한 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신세대들 중에는 다른 세대들의 젊은 시절과 달리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마니아가 많다. 그런데, 기성 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는 “신세대 직원들은 너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다. 딱! 자기 일만 챙긴다. 이래서 팀워크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어?”, “때로는 회사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다니, 직업윤리가 의심스러워?”라며, 신세대를 근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 이러한 오해가 인재 경영의 그릇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사람을 뽑을 때 태도와 품성을 좀 더 잘 파악하고, 우리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채용 원칙을 세웠다고 가정해 보자. 이 내용만 놓고 볼 때,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만일 그 생각이 ‘요즘 신세대들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품성을 보아야 한다’거나 조직에 적합한 사람의 기준이 ‘기성 세대에 좀 더 익숙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일을 잘 한다’는 식의 접근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좋은 인재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방식을 답습하다 쇠퇴하는 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집단의 안정과 조화,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익숙한 기성 세대의 가치관과 개인의 성장에 대한 투자를 선호해 개인주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신세대의 가치관은 각 시대적 상황에 맞게 형성된 것일 뿐,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HR은 세대별로 달라진 생각과 행동 방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HR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 : ‘과정에 투입한 노력 중시’ vs. ‘결과 중심의 스마트 워킹’
일하는 방식에서도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성공한 기성 세대들을 보면, 대부분 일에 투입한 시간과 노력의 양을 강조하는 투입(Input) 중시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워커 홀릭’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해야 조직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는 중간 세대 격인 X세대 조차도 유사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기존의 업무 수행 방식과 일의 속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기존의 한국 기업들은 선진 기업이 앞서간 길을 하루 빨리 따라잡는 것이 중요했다. 즉, 선도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진 기업을 경쟁자보다 얼마나 빨리 이들을 모방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이미 시장에는 모방해야 할 제품이 나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색다른 발상은 오히려 빠른 모방의 방해물이다. 비효율을 낳지 않게 하기 위해 짜여진 규정과 형식을 철저히 지키고, 강한 위계질서 하에서 팀워크를 발휘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 기업은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열심히 일하는 방식 만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창의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로도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선도적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워킹에 대한 관심이 크다. 창의성 발현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성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는 차원의 배려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의 본질적 속성과 사고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런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의 Y세대들은 과거와는 다른 업무 수행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어진 절차를 지키며 일에 투입한 시간이나 노력의 양으로 인정받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절차나 과정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Output)의 질만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리고, 결과를 창출하는 과정은 최대한 스마트한 방식으로 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기성 세대와 시각 차를 보일 수 있지만, 향후 기업이 이들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기존 세대들의 일하는 방식도 함께 바꾸어 갈 수 있다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동기부여 방식 : ‘장기적 관점’ vs. ‘즉각적 반응’
세대별 구성원들의 만족을 이끌고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요인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성 세대는 고용이 안정된 직장을 중시하고, 신세대는 성장 기회와 금전적 보상을 선호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이를 놓고 신세대는 고용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거나, 기성 세대는 성장 기회나 금전적 보상에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사관리학회에서 발표한 한 연구 논문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박오수 교수는 802명의 기업 구성원들의 설문 조사를 결과를 토대로,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은 기성 세대나 신세대를 막론하고 장기적인 고용 안정감이나 금전 보상에 대한 선호 성향이 다르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어느 세대나 고용에 대한 안정감이나 금전적 보상을 중시하지 않는 세대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세대별 구성원들의 특성을 감안해 볼 때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볼 여지는 있다. 예컨대, 조직의 중간 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하는 기성 세대는 상대적으로 노동 시장에서의 직무 이동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란 책임감 때문에 현 직장에서의 안정감을 더 선호할 수는 있다. 따라서 좀 더 장기적 관점의 동기부여 요인이 중요할 지 모른다. 반면에 이러한 요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신세대는 자신이 낸 성과물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기대하는 성향이 강할 수 있다. 그것이 금전적 보상이건 더 나은 성장 기회이던지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즉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기부여 방식만 놓고 볼 때 세대별 동기부여 포인트는 단순히 고용 안정이나 금전 보상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좀 더 꼼꼼하고 심층적으로 이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HR 방식의 필요성을 높이는 것이다.
소통 방식 : ‘수직적/이성적’ vs. ‘수평적/감성적’
소통 방식은 세대 간의 사고와 행동 방식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기존의 조직 내 소통 방식은 주로 경영자에서부터 말단 사원까지 일사 분란하게 짜여져 있는 수직적 명령과 보고 체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요즘 조직의 소통 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의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소통 문화를 버리고 대부분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요즘 신세대들이 잘 활용하는 블로그나 채팅 등 인터넷을 통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성 세대도 신세대가 즐기는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소통 문제가 크게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IT기반의 소통 툴에 익숙하지 않아서 문제였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실제로 소통의 차이는 감성적인 측면에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Y세대들은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성장했다. 게다가 인터넷 공간 속에서는 모두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피드백 받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데, 회사라는 조직은 위계 질서와 상하관계가 분명하다. 여전히 상사는 부하 직원들을 관리하고 이끄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부하 직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칭찬과 격려도 해야 하지만 때로는 강한 질책과 꾸중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정적 피드백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감정이 절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신중한 접근을 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리더십은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말이나 직책은 오히려 요즘 신세대의 업무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분노나 화를 표현하는 ‘감정(感情)’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감성(感性)’에 기초한 소통이 절실하다.
Ⅲ. 세대 공감의 HR 전개 방향
궁극적으로, 향후 HR은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HR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세대의 특성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HR로 개선해 가야할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자.
1. 다름에 대한 이해가 출발점
세대 공감의 HR의 출발점은 세대 간의 다름을 이해시키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학습 기회를 늘리는 데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신세대가 중요하니 신세대에 맞는 HR을 고민해야 한다는 식은 세대 간 갈등의 원인만을 제공할 뿐이다. 사실 세대 차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 왔다. 70년대 유행했던 장발 머리와 미니 스커트는 475세대의 상징인데, 당시 전통 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 큰 일이다’라고 말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기존과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였던 것이지 신세대들의 새로운 사고와 행동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 세대 차이의 진짜 문제는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해 부족이지 다른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세대별 특성을 이해하고, 상호 간의 이해의 폭을 넓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지혜롭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다양성 관리(Diversity Management)’ 프로그램이다. 원래 다양성 관리 프로그램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충돌 이슈 잦았던 미국 기업들이 생각한 관리 방식이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세대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접목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 내에 속해 있는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가치, 태도, 다양한 관점을 적절히 관리, 활용할 수 있다면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2. 원활한 소통을 통한 상호 학습
세대별 다양성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원활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세대 간에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을 없애고 상호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회식이나 단합 대회를 자주하면 친해진다는 식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직장 상사와 부하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다양화, 리더들의 감성적 리더십 훈련 강화, 일하는 현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소통 기회 확대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텍사스 상업 은행(Texas Commerce Bank)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한번 살펴 보자. 회사는 1995년 초 소매 부문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잠재력이 큰 종업원들에게 시니어 경영진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멘토로 활용해 오고 있다. 이들은 2일 간의 합숙 훈련과 함께 한 달에 한번 직접 대면,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접촉한다. 이 회사의 멘토링은 단순히 신세대 직원들의 조직 적응을 도와 주는 차원을 넘어서, 기성 세대와 신세대가 서로의 다양한 사고와 가치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관리자들에 대한 리더십 만족도가 높아지고, 신규 인력의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모여 일하는 과정 속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식품 회사인 벤앤제리스(Ben & Jerry’s)社는 다양한 세대의 인력들이 함께 모여 일터를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데 주력한다. 동사에서는 각 부서에서 지원자를 받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일터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임무를 부여한다. 월2회 이상 정기적으로 모여 일터를 더욱 즐거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한다. 예컨대, 야간 작업자들을 위한 한밤중 파티를 여는 등의 행사를 펼쳐, 구성원들이 세대를 떠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일터를 조성하고 있다.
3. 전문가가 인정받는 조직 문화 구축
세대별 다양성이 증가하는 현실을 접할 때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실수는 차별적인 HR을 전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원칙 없는 차별화는 임시방편적 HR 제도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수정을 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대별 차별적 HR이 아니라 세대별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HR을 고민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객관적인 성과와 능력에 근거한 평가’, ‘일한만큼의 충분한 보상’, ‘미래의 성장 기회’ , ‘고용의 안정감’ 등 선호 경향의 차이를 보일 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세대를 아울러 현 시점과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전문가들이 인정받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성 세대는 물론 신세대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기업의 조직 풍토는 중고령층 인력들이 임원이나 상위 관리자로 승진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있다. 현실적으로, 상위 직급이나 조직 관리 포지션을 무한정 늘리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면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더 이상 승진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것이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의 한계점이다. 향후에는 기성 세대들도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이 있다면 전문가로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예컨대,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R&D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관리자라는 제한된 성장 경로가 아니어도 전문성을 토대로 연구에 전념하며 정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세대 구성원들에게도 이러한 시도는 미래의 성장 비전을 심어주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4.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직 운영 방식 적용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수반될 필요가 있다. 회사의 사업 특성이나 인력 구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볼 수 있는데, 지금보다는 더 탄력적이고 유연한 방식의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세대의 경우 소규모 프로젝트 업무 경험의 기회를 주어 학습과 성장을 촉진하고, 기성 세대의 경우 고령 직원이 되어서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 등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社는 ‘단계별 퇴직’이라는 방법을 도입해 60대 직원들에게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게 한다. 이때 신세대 인력과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료내지는 선후배의 관계로 공동작업을 한다. 제약 회사 노바티스(Novartis)社도 은퇴한 관리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여 단기 프로젝트를 맡긴다. 이때도 신세대들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해 젊은 인력의 학습과 고령 인력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5. 마음의 구심점 찾기 : 가치와 철학 중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아무리 다른 세대가 모여 있어도 마음의 구심점을 모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이 어떤 철학과 가치로 사업을 수행하고 직원들이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맹목적인 충성심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를 공유함으로 서로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하게 만드는 것이다. 철학은 쉽게 만들기도 바꾸기도 어려운 것이다. 어느 세대든지 인재들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와 조직 내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社는 ‘선한 사람이 만든 선한 회사’라는 기업 이념 하에 고객, 종업원뿐만 아니라 세계와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3M社는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라는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 개개인의 아이디어에 의한 자율적인 혁신 풍토가 생기게 되었고, 3M에서는 기성 세대나 신세대할 것 없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하라.”, “이것저것 간섭하지 마라!”,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발전시키도록 배려하자.”, “유능한 사람을 고용해서 그들을 혼자 내버려두라.”, “실험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일을 장려하라.” 등 엔지니어라면 세대를 막론하고 일해보고 싶은 회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