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 2011-11-22 |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과거 90년대 후반과 같은 닷컴 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버블의 붕괴로 인한 파장이 크기는 하지만, 버블의 긍정적인 면 또한 존재한다. 과거 닷컴 버블이 붕괴했을 당시에도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살아 남아 현재 IT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버블은 자금과 사람, 아이디어를 결집시켜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한편, 버블이 붕괴됐을 경우에는 이러한 리소스들에 대한 옥석이 가려질 수 있다.
현재의 IT 붐과 과거 닷컴 버블은 환경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IT 산업의 속성상 가입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익모델도 없이 가입자 만으로 버블을 일으킨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엄청난 가입자는 그 자체가 생태계와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속성도 있다. 광고 수수료에 치중했던 닷컴 버블 당시 단순했던 비즈니스 모델도 이제는 다양해 지고 있고 그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이와같이 최근의 IT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며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견고한 기업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신흥 IT 기업으로는 페이스북 뿐아니라 구루폰, 리빙소셜 등 소셜커머스시장의 강자들, 위치기반 시장을 선점한 포스퀘어, 소셜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선점한 징가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현재의 IT 붐은 단지 버블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 수 있다. 이 혼란의 끝에 어떠한 기업과 어떠한 비즈니스가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시대를 이끌어 갈 선도 사업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 목 차 >
Ⅰ. 과거 닷컴 버블의 특징
Ⅱ. 현재 IT 붐과 과거 닷컴 버블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
Ⅲ. 미래의 IT 강자들
Ⅳ. 버블 이후 세상 준비해야
최근 들어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에 힘입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 소셜 커머스, 소셜 게임 등의 이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들의 기업 공개(IPO)가 이어지면서 IT 붐이 형성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도 기업 공개 대열에 동참하면서 버블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블 붕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파장은 매우 크다. 인류 역사에서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로 버블의 형성과 붕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때마다 버블 붕괴가 수습될 때까지 매우 큰 고통이 따랐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시작으로 2008년의 금융위기까지 이러한 버블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버블 역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버블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발생하는데, 금융이나 자산 시장의 과열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사업의 태동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버블은 새로운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19세기 철도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철도 버블, 20세기말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닷컴 버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IT 붐 역시 마찬가지이다. IT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시장 평가나 주식시장의 과열과는 별개로 이들이 가진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산업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버블 이후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과거 닷컴 버블의 붕괴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지만,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살아남아 현재의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Ⅰ. 과거 닷컴 버블의 특징
1995년에서 2000년까지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600%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인터넷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시장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들 기업들을 주로 닷컴 기업이라고 불렀다. 회사명이 ‘e’로 시작하거나, ‘.com’이 붙는 회사들은 기업 공개 시에 많은 자금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국내의 경우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닷컴 버블과 유사한 닷컴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이동통신사들이 3G 서비스에 대한 큰 기대로 막대한 주파수 경매비를 지불하면서 비슷한 거품이 발생했었다.
경제 호황 국면에 자금이 집중되며 버블이 확장
IT 붐에 힘입어 1994년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번성하였다. 연평균 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6%에서 4%로 감소했다. 여기에 낮은 물가상승률까지 겹치면서 소위 신경제(new economy) 시대로의 본격 진입을 알리는 듯 했다. 저물가 속에서도 고성장을 유지하는 신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9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은 이러한 신경제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제 호황 및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닷컴 기업들의 주가는 더욱 그러했다. 야후의 경우 1997년 1월에 0.76 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1999년 말에는 108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이나 벤처캐피탈들은 리스크에 대한 심각한 고려없이 이들 닷컴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특히 1998년과 1999년의 낮은 이자율과 맞물려 벤처 회사들은 자금을 끌어오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벤처캐피탈 간의 경쟁으로 인한 평가액 상승, 대기업의 벤처 투자도 광풍을 거들었다. 또한 신경제의 환상에 사로잡힌 투자자들 덕분에 닷컴 기업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상당히 수월했다. 이들 기업들은 주가가 오르면 액면 분할을 통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도 했다.
가입자 확보가 우선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
이들 닷컴 기업들이 고려하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단순했다. 먼저 자신들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를 유인한 후, 이들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그 때부터 광고나 유료화 등의 수익모델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우선시되었다.
따라서 가입자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여 비즈니스를 본궤도에 올려놓는가가 성공의 핵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기업 홍보에 나섰다. 광고비가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수퍼볼 중간 광고 시간에까지 이들 닷컴 기업들의 광고가 삽입되었다. 버블이 최고조였던 2000년도 수퍼볼의 경우 17개 닷컴 기업이 30초짜리 광고에 각각 2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한편 닷컴 기업들에게는 초기 발생하는 손실 속에서도 어떻게 버텨내는가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캐피탈이나 기업 공개에 따른 자금이 활용되었다. 즉 운영비가 부족할 때마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서거나, 기업 공개를 통해 이를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모든 닷컴 기업들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가입자를 충분히 확보하여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야 한다. 그래야 충분한 광고를 유치하거나, 유료화 시에도 충성도 높은 가입자들을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사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벤처캐피탈이나 기업 공개를 통한 운영비 조달의 경우도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했다.
버블 붕괴에 따른 시가 총액 5조 달러 증발
버블의 최고조는 2000년 3월 10일로, 이 날 나스닥 지수가 장중 5132.52까지 올랐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경제는 서서히 성장 속도를 잃기 시작했다. 외부적으로는 911 테러가 발생했으며, 산업 내부적으로는 미국 법원이 MS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지닌 사업자로 지정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나스닥 지수는 추락을 거듭하여 2002년 10월 9일에 1114.11로 최고점 대비 약 80% 가량 폭락했다. 이때 날아간 시가 총액만 총 5조 달러에 이를 만큼 피해가 막대했다.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았던 닷컴 버블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모든 현상에서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닷컴 버블 당시 한 기업의 사례를 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확보한 창업가가 회사를 설립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벤처 캐피탈로부터 8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후에도 손실이 계속되자 기업 공개를 통해 5,4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하지만 손실은 여전했으며, 이번에는 은행으로부터 7,500만 달러를 차입을 받았다. 그럼에도 영업 적자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있는 대로 끌어들였다. 만약 이 기업이 망했다면 최악의 회사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닷컴 버블의 어려운 시기를 견뎌냈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올발랐음을 증명했으며 창업주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바로 아마존이다. 즉 버블은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IT 대표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버블 붕괴에도 살아남은 것은 대표 기업뿐이 아니다. 당시 소개되었던 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시장에 재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인터넷전화의 효시인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는 국내에서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몰락하였지만, 결국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구글 보이스(Google Voice)가 탄생하는 데에 기반이 됐다.
또한 닷컴 버블은 새로운 인재들도 탄생시켰다. 닷컴 버블이 막 태동할 무렵 온라인 콘텐츠 퍼블리싱 회사인 Zip2를 창업했던 엘론 머스크는 회사를 매각한 후 버블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X.com이라는 온라인 금융 및 결제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이 회사는 페이팔(Paypal)이라는 최고의 결제회사로 부상했으며 이베이가 이를 인수했다. 이후 유명인사가 된 머스크는 민간 우주항공업체인 스페이스엑스(SpaceX),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를 창업했으며 청정에너지 회사인 솔라시티(Solacity)에도 투자하는 등 혁신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넷스케이프를 만든 마크 엔드리슨, 이베이 설립자 피에르 오미디아르 등도 모두 닷컴 버블이 나은 최고 인재들이다.
한편 닷컴 버블 시에 처음 소개되었던 비즈니스 아이디어들도 살아 남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오히려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실패한 경우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최초의 SNS를 표방했던 식스디그리즈닷컴(SixDegrees.com)은 버블 붕괴 당시 폐쇄됐지만, SNS라는 사업 자체는 페이스북이 성공시켰다. 또한 온라인 슈퍼마켓을 표방했던 웹밴(Webvan)은 실패했지만, 그 아이디어는 피팟(Peapod)이 유지하고 있다.
요컨대 버블은 자금과 사람, 아이디어를 결집시켜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버블이 커질수록 이러한 리소스들의 집중은 더욱 심화되며 버블 붕괴 이후에는 이들 가운데 옥석이 가려지게 마련이다.
Ⅱ. 현재 IT 붐과 과거 닷컴 버블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닷컴 버블 역시 마찬가지로 반복되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업자들이 시장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이러한 사업자에는 SNS를 비롯하여 소셜 커머스, 소셜 게임 사업자 등이 있으며, 이들의 성장과 기업 공개로 인해 IT 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SNS 사업자인 링크드인(LinkedIn),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인 포스퀘어(Foursquare)와 고왈라(Gowalla), 지역 정보 업체인 엘프(Yelp),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Groupon)과 리빙소셜(Living Social), 소셜 게임업체인 징가(Zynga) 등이 있는데, 본고에서는 이들을 IT기업으로 통칭하도록 한다.
IT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랠리
지난 5월 링크드인이 기업 공개를 단행한 데에 이어, 그루폰도 최근 기업 공개에 성공했다. 여기에 징가의 기업 공개도 코앞으로 다가왔으며, 리빙소셜과 옐프도 기업 공개를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업계에서 가장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페이스북도 조만간 기업 공개를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기업 공개를 하는 데 있어 이들 업체들의 기업 가치가 올바로 평가된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그루폰의 경우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 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공개를 강행한 것에 대해 '탐욕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받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루폰의 기업 공개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30%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른 환경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IT 붐은 과거 닷컴 버블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닷컴 버블은 인터넷 이용 확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면 최근의 IT 붐은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의 보급률이 높고 인터넷 접속 시간이 증가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IT 기업들이 이익을 거둘 가능성(Profitability)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등의 SNS 업체나 징가와 같은 소셜 게임 업체들은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경제 상황도 예전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닷컴 버블 시기는 미국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지금은 전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며, 기업에 투자될 수 있는 자금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비이성적인 태도 역시 많이 줄어 들었다.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공모가를 높이고, 일반 투자자들 역시 막연한 장밋빛으로 투자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특히 벤처 업체가 서비스를 처음 공개하게 되면, 이용자들의 이에 대한 평가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며 SNS를 타고 삽시간에 전파되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기대는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 망해가던 회사가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한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몇배씩 뛰는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 속성상 IT 붐과 닷컴 버블은 공통점도 많아
반면, 최근의 IT 붐과 과거 닷컴 버블 간 유사한 점도 있다.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과거 닷컴 기업들은 수익성보다 가입자를 우선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했는데, 최근 IPO를 단행했거나 준비 중인 IT 업체들 역시 가입자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입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IT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 승자 독식 구조에 따른 가입자 확보의 중요성
IT 산업은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특성이 있다. 승자 독식 구조(Winner takes all)가 매우 당연시 되며, 그 경향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매우 강하다.
물론 승자가 꼭 1개 업체인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가들은 한 업종에서 상위 3개 업체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브라우저 시장을 보자.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파이어폭스와 구글의 크롬이 맹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검색 서비스의 경우 구글이 압도적인 1위이고, 그 다음은 MS와 야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국내 포털의 경우도 네이버가 1위, 다음과 네이트가 뒤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네트워크 효과와 고착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효과란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그 이상으로 가치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고착 효과는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데에 유무형의 장벽이 존재하면서 기존 서비스에 그대로 머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쓸수록 페이스북에 더 많은 지인이 존재하게 되어 그만큼 가치가 계속 증가한다. 또한 페이스북을 쓰다보면 이곳의 지인들도 많고,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한 내용들이 모두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기업의 펀더멘털은 탄탄한 수익구조가 아니라 이용자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다.
●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는 이용자에 의해 결정
또한 IT 산업의 속성상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기존의 산업이나 비즈니스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듯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들에게는 자신들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보다는 얼마나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알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품을 쓰게 하느냐가 이들의 일차적인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컴퓨터, 인터넷, MP3(디지털 음악), 스마트폰 등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과거의 상품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상품으로 이동하는가와 연관이 깊다. 예를 들어 과거 많은 사람들이 PC 통신을 사용했는데, 이들이 모두 초고속 인터넷으로 이동해버리면서 PC 통신은 사라지고 초고속 인터넷만 살아남게 됐다. MP3 역시 마찬가지 방법으로 CD를 대체해 버렸다.
● 생존한 사업자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중요한 점은 이들 기업들이 가입자를 확보하기까지 수익은 발생하지 않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이익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우선 가입자를 모으고 경쟁사를 모조리 제치게 되면 종국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따라 오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트위터의 경우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특정 사람이나 기업을 사칭하는 사례도 늘게 됐다. 이에 따라 트위터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 인증료를 받는 수익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당초에 생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가 가입자 확보로 인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산업 관점에서는 매우 불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시각으로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입자 확보 우선의 비즈니스 모델을 산업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면 새로운 도전이라는 시각에서 IT 기업들을 재평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리콘밸리의 많은 IT 기업들은 이용자 수를 늘려 새로운 혁신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겠다는 마인드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주커버그와 세브린은 냅스터의 창시자인 숀파커에게 광고를 삽입하여 수익을 거두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숀파커는 “페이스북은 근사해. 광고로 그걸 망치면 안돼. 회사가 얼마나 커질지, 어디까지 진출할지 모르잖아. 파티를 열자마자 11시에 집에 가라고 할 수는 없어. 백만 달러는 근사한 게 아냐. 정말 근사한 건 억만 달러(billion dollars)야”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는 냅스터에 대해서도 “비즈니스는 별로였는지 몰라도 음악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영원히 변화시켰다”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비록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IT 업계의 신생 기업들은 재무적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막대한 돈을 벌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미래의 IT 강자들
앞서 살펴보았듯이 IT 산업의 특성상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IT 붐을 이끌고 있는 사업자들 역시 이러한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는 IT 붐이 어느 정도 사그라질 때 소수의 사업자만이 살아 남아 시장을 평정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향후 새롭게 IT 강자로 등극하는 데에 가장 근접한 사업자들은 누가 있을까.
SNS의 영원한 1위를 꿈꾸는 페이스북
먼저 SNS에서는 페이스북을 들 수 있다. 물론 페이스북은 이미 구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부상한 사업자이다. 현재 페이스북의 가입자 수는 8억 명을 넘어섰으며, 기업가치는 6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 기업 공개가 예상되는 내년 경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은 최대 경쟁자였던 마이스페이스(My Space)를 따돌린 지 오래인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수익성보다는 가입자 확보를 통한 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그 동안 성장세가 낮았던 아시아 등지에서 가입자가 대폭 늘고 있다. 또한 다른 사업자와의 서비스 연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장려하고 있다.
반면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에 인수된 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많은 광고를 삽입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을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숀파커가 말했듯이, 마이스페이스는 광고를 통해 기업을 망친 대표 사례가 되었다. 물론 페이스북 역시 최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루폰과 리빙 소셜에 의한 소셜 커머스 시장의 양강 구도
한편 치열한 가입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은 바로 소셜 커머스이다. 소셜 커머스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영역이다. 그 가운데서도 그루폰과 리빙 소셜은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며 2강 구도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루폰의 경우 단순히 할인 쿠폰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소셜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연동되어 있어 쇼핑 정보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등의 입소문 내기가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입소문을 낸 이용자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제공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포스퀘어와 협력하여 위치기반 서비스가 연동되도록 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리빙 소셜 역시 비슷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차원에서의 차별화 추구에도 불구하고 모방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많은 회원을 확보하여 이들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쿠폰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상점과의 협력 확장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 경쟁은 점차 과열되고 있어 1년 전만 하더라도 회원 1명을 모집하는 데에 약 8달러 정도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24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비용 증가로 인해 소셜 커머스 사업들의 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반면, 그루폰과 리빙 소셜의 방문자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소 사업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옐프와 같은 유명 사업자들도 소셜 커머스에서 손을 뗐다. 시간이 좀더 흐른다면 그루폰과 리빙 소셜이 소셜 커머스 시장을 평정하는 전형적인 IT 산업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치기반 시장을 선점한 포스퀘어
위치 기반 서비스의 경우 포스퀘어가 가장 앞서고 있다. 포스퀘어는 사용자들이 상점이나 음식점 등을 방문할 때 그 위치를 표시하고 방문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서비스이다. 이용자들의 이러한 행위를 체크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체크인에 따라 점수를 부여받거나 배지를 받는다.
포스퀘어는 현재 약 1,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일 300만 개의 체크인이 등록되고 있을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대략 6억불 정도로 추산된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최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대형 사업자들도 포스퀘어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포스퀘어 역시 다른 IT 기업들처럼 수익성보다는 이용자의 증가나 지역 상점들과 가능한 많은 거래선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체크인에 따른 배지나 점수를 받기 때문에 게임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지역 상점들은 방문자의 확대를 경험할 수 있어 포스퀘어의 사업 확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포스퀘어는 다른 IT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모델도 준비 중에 있다. 게시판에 지역 상점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입력 및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요금을 향후에는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역 상점들이 자신의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 접근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또한 상점들에 포스퀘어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지역 상점들의 수익 발생 시 서로 이익을 배분하는 데에 활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 사업자와 서비스를 연동하여 수익을 배분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물론 포스퀘어는 유료화할 수 있는 많은 서비스들을 아직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등 수익화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셜 게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한 징가
팜빌(FarmVille)이란 게임으로 유명한 징가의 경우 소셜 게임 부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사업자이다. 다른 IT 기업들과는 달리 게임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수익화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적어 수익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징가에게도 가입자의 확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고성능 PC로 이용할 수 있는 복잡한 온라인 게임과 달리 소셜 게임들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단순한 게임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징가가 선택한 방법은 게임을 구입하거나 이용을 시작할 때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유료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거두는 유료화 모델이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설립 2년 만에 이용자 규모가 1억 명을 넘었으며, 현재 월간 이용자(Active User)가 2억 3,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는 약 150~2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징가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지인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효과로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또한 징가는 야후, MS 등과 협력하여 징가의 서비스가 이들의 메신저에서 접속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동통신사인 AT&T와의 제휴로 AT&T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징가의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끔 했다. 수익 모델의 경우 기존의 아이템 판매에서 벗어나 광고형 모델도 도입하고 있는데, 배너 광고와 동영상 삽입 광고를 비롯하여 게임 화면에 광고주의 브랜드를 배치하는 광고도 시도하고 있다.
Ⅳ. 버블 이후 세상 준비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IT 붐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가입자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기업들의 몰락을 지켜봤던 사업자들은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들도 준비 중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에 의지하기보다는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수익화에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으로 등극한다면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비즈니스 모델들을 적극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의 IT 기업들은 가입자 확보 및 비즈니스 모델 토대 구축 외에 플랫폼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즉 다른 사업자와 제휴하거나 서로 간의 서비스를 서로 연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플랫폼화를 추구할 수 있는 규모에 이르기 힘든 사업자들의 경우 플랫폼을 지향하는 기업과 협력하면서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자리잡기 위한 노력도 가능하다.
IT 붐이 잦아들게 되면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겠지만 대표 기업들은 살아남아 새로운 IT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특히 이들 IT 강자들은 버블 붕괴로 인해 옥석이 가려진 인재와 아이디어 등을 흡수하며 더욱 세력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버블 자체보다는 버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떠한 기업과 어떠한 비즈니스가 살아남아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갈지에 대해 주목하고,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선도 사업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