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냉소주의를 타파하라 조직 냉소주의를 타파하라

김현기 | 2003-09-03 |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수용하고 혁신을 주도하려는 열정과 의지가 부족하다면, 훌륭한 제도적 지원도 무용지물이 된다. 냉소적인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조직 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를 키우는 요인은 무엇이고 타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기업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혁신하지 못하는 조직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것이 최근 기업 경영의 현실이다. TQM, JIT, 자율경영팀,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지식경영, 기업문화 혁신… 등 수 많은 혁신 기법과 활동들이 유행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하지만 혁신 활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성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사전 준비 미흡, 구성원들의 역량 부족, 혁신 전문가 부재, 제도 및 시스템의 지원 실패 등 다방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연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다면, 기업이 혁신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가장 무서운 적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 활동이 실패하는 원인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제도나 시스템 등 하드(Hard)한 부분에서만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구성원들의 무관심, 비협조, 복지부동 등 냉소주의라는 소프트(Soft)한 요인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일찌감치 이를 간파한 해외 선진 기업들은 냉소주의를 예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요 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Walt Disney사는 ‘냉소주의 타파’를 기업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강조하여 왔다. 이에 대해 CEO 마이클 아이즈너는 ‘혁신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 중 가장 해로운 것이 조직 냉소주의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조직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조직 냉소주의란?

조직 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란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이 경영진, 정책, 제도, 변화 및 혁신 활동 등 조직 전반에 걸쳐 이유 없는 무관심이나 적대감, 극단적인 불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냉소적 반응은 감정적 동요, 부정적 태도 및 행동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그림> 참조).

첫 번째는 조직 구성원들이 무력감, 거리감, 소외감, 분노, 적대감 등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하면 뭘 해… 아무 소용없는데’ 혹은 ‘나한테까지 그런 정보를 알려주겠냐’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분명 회사의 주요 경영 정보 공유에 있어서 구성원들이 소외감을 갖거나,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이 무용지물이라는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해 항상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진, 각종 정책 변화, 혁신 활동 그리고 기업 문화에 대해 불신을 품는 모습을 말한다. 예컨대 경영진에 대해서는 ‘임원들한테 뭘 바라겠어’, 회사가 새롭게 제시하거나 도입한 각종 정책, 제도, 혁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년만 지나봐... 또 딴 소리하겠지’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냉소적 감정과 태도가 부정적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예컨대 ‘너나 해라, 나는 내 할 일만 하겠다’, ‘월급만큼 일하는 거지 뭐’,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야지’ 등 비협조 내지는 이직 등 조직에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나타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냉소적 반응들은 그대로 방치될 경우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직 냉소주의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의지를 손상시켜 조직의 혁신 활동과 변화를 가로막는 내부의 적이 된다.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해칠 뿐 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못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근본 원인이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회사 전체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럼으로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냉소주의를 초래하는 요인들

그렇다면 구성원들은 왜 이렇듯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걸까? 조직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존재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조직 운영 및 인적 자원 관리 측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과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

기업이 시도한 다양한 혁신 활동이나 정책 등에서 잦은 실패 경험이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는 과거에 느꼈던 실망스러운 경험들이 현재의 사건과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행동 특성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떠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실패할 것이 뻔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이 혁신적 변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한 구성원들은 ‘또 시작이군... 이번엔 얼마나 갈까?’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혁신 활동이나 정책들이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실패를 통해 학습하려 시도했는지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뿌리 깊은 냉소주의는 단순히 구성원들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생성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런 배움 없이 동일한 실수를 거듭하는 조직에 실망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학습의 기회로 삼으려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녹아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조직은 다시 되풀이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복잡하고 난해한 경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개별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개인적인 성공 체험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은 작지만 귀중한 성공 체험을 구성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철저히 공유함으로써 개별 구성원들이 실패를 확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생산적 실패를 용인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예컨대 Nokia사는 생산적 실패를 수용하는 ‘면책 문화(Blame-Free Culture)’로 유명하다. 지나치게 일의 최종 결과만을 중시하면 구성원들이 어려운 일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Nokia사는 구성원들이 중요한 과제를 추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웬만해서는 그 결과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실패했다고 해서 구성원들에게 징계를 내리거나 해고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도전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격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일시적 유행에 편승한 경영 활동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충분히 반영한 정책 수립과 혁신 활동을 전개하였는지를 반성해 봐야 한다. 90년대 중반 많은 기업들이 도입했던 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의 경우를 보자.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소개되었지만, 도입했던 기업들의 85%가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향후 필요로 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의 고유한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지는지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그저 유행을 쫓듯 혁신 활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Hewlett-Packard사는 80년대 후반 컴퓨터와 프린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기 재무 성과를 강조한 성과 평가 제도를 실시한 적이 있다. 회사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생산 인력의 40% 감축, 강력한 비용 통제, 아웃 소싱 등의 특단의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무 성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그 동안 경쟁우위 역할의 중심축이었던 인간 존중의 경영 철학 ‘HP Way’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구성원들 사이에 냉소주의가 팽배하면서, 회사는 이를 극복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 경직된 커뮤니케이션 채널

경직된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문제가 된다. 조직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거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오히려 왜곡될 경우에 냉소주의가 싹트게 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경직된 보고 채널과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형식적 의견 수렴 채널의 운영, 구성원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한 불충분한 피드백 등이 구성원들 간의 수직적 혹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율권을 갖고 경영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Ford사의 경우 ‘사원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직 사원들을 품질 향상 노력의 핵심 일원으로서 참여시켰다. 이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가 회사 내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으며,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Scandinavian Airlines사를 성장시킨 칼존 전임 사장은 구성원들과의 정보 공유를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주어진 일에 대한 정보가 없는 구성원은 그 일을 책임 질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정보가 주어진 다음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 불합리한 조직 문화

학연, 지연 등 연고에 의거해 자신들의 사람을 줄 세우는 연고주의나 내용보다는 겉모습에 치우치는 형식주의 등과 같은 불합리한 기업 문화도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고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조직 풍토의 정착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 풍토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조직 운영 시스템 전반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학벌 좋은 사람도 뽑아보고, 말을 잘하는 사람도 채용했다. 경험이 많은 사람, 실력이 좋은 사람도 써 봤다. 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는 GE 잭 웰치 전회장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리더십 부재

리더가 지나치게 독단적이거나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을 경우, 부하 직원들이 냉소주의자가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을 비롯해 중간관리층의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 리더가 앞장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전사적으로 전파하고, 실천하여 구성원들에게 신뢰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예컨대 3M사의 최고 경영진은 수년에 걸쳐서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였다. 이를 위해 리더는 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보다는 비공식적인 채널을 주로 활용했다. 즉 연구 인력들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경영진에게 설명하게 하고, 얼굴을 맞대고 그 아이디어를 같이 토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것이다.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노력과 의지를 구성원들에게 보여주었고, 이러한 관행은 3M사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대해 CEO 디시몬은 ‘최고 경영진의 최우선적인 임무는 조직 구성원들이 우리 기업의 경영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적 환경을 창조하는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료주의와 냉소주의를 타파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창의력을 지원하는 일이다. 이 임무는 기업의 경영진과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리더는 언행을 일치시키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가 특권층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도록 구성원을 먼저 배려하고 아끼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Intel사의 앤디 그로브 회장의 경우, 그가 구성원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모두가 동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그로브 회장은 자신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복지를 누리는데 아무런 차별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비서가 사용하는 방보다 조금 크고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다. 그 작은 방에는 방금 사용한 컴퓨터와 널려 있는 서류로 가득 차 있다. 또한 Intel 직원 주차장은 선착순이다. 그가 차를 몰고 나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그의 상징적인 행동들은 구성원들의 몰입을 증대시키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지속적인 신뢰 구축이 핵심

궁극적으로 조직 냉소주의를 타파한다는 것은 불신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열정과 헌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조직 풍토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 구심점이 바로 구성원들의 두터운 신뢰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 활동에 있어 일관성을 견지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만 무성한 변화와 혁신 활동은 불신과 무관심을 가져올 뿐이다. 특히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혁신 목표나 조직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냉소주의는 뿌리 깊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진은 일관성 있는 행동과 지속적인 실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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