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창출의 원천은 사람이다. 사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은 장기적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없다. 이제 기업은 인사 담당 조직을 코스트 센터가 아닌 가치창출의 중심 조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사부서의 전략적 역할과 그 혁신 포인트를 살펴본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llied Signal사의 CEO 레리 보시디는 ‘기업 경쟁력과 가치창출의 핵심 동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략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승부를 좌우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날 많은 CEO들은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밤잠을 못 이루며 고민하는 주요 관심사 또한 ‘어떻게 이러한 인적 자원을 기업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인가?’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빠른 변화와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디지털 시대에는 모방이나 대체 불가능한 자원만이 경쟁 우위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 주요한 원천이 바로 ‘사람’임을 CEO들이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HR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인적 자원이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인식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을 관리하는 패러다임도 기존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인적 자원 관리의 새로운 원칙과 철학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회사 내의 폐쇄적인 인력 공급 원칙에서 벗어서 우수한 핵심 인재를 확보/육성하기 위해 기업은 외부 노동 시장 메커니즘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둘째, 향후에는 획일적인 인사 제도 운영만으로는 효율성 및 효과성을 얻기 힘들다.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배려하는 맞춤식 인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칫 성과 향상만을 강제할 수 있는 일방적인 성과주의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기업은 종업원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성공을 추구하며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성과에 근거한 보상을 보다 철저히 적용해 진정한 의미의 성과주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이 이러한 인적 자원 관리를 둘러싼 새로운 패러다임을 올바로 수용하고, 인사 부서가 기업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을 보다 전략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인사 부문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HR 부서의 전략적 역할이 중요
그래서인지 지난 90년 대 이후 학계는 물론 인사 전문가들은 ‘조직의 성공적 사업 전개는 인재에 의해 실현된다’라는 인식 하에, 인사 부서가 R&D, 마케팅 등의 핵심 기능 부서와 함께 당당한 비즈니스 파트너(Business Partner)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해외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에 쏟는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GE, HP, McDonald사 등 몇몇 기업의 경우 인사 부서가 전략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 나라 기업들도 인사 부서 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언론이나 현업 담당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몇몇 소수의 기업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도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기업 본사에 인사 관련 이슈를 전략적으로 담당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고, 부가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업무에 대해서는 철저히 아웃소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변화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국내 몇몇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인사 부서의 혁신 과정에서 인사 부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등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이들 기업이 인사 부서 활동의 전략적 우선 순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인사 담당자들이 전략가, 효율적 투자가 및 변화 관리자 등의 전략적 역할 수행에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인사 부서의 외형 축소와 아웃소싱에만 너무 치중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사 부서의 행정적 역할의 비중이 작아지고 전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해서 기존의 인사 관련 업무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만이 능사가 아니라 할 수 있다. 인사 부서의 전략적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조직의 전략/구조 및 상황 특성에 따라 기존의 행정적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사 부서가 가치창출의 핵심 부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인사 담당자 스스로가 자신의 조직에 적합한 인사 모델 정립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 향후 조직에 새롭게 대두되는 인사 부서의 전략적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명해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HR 부서의 4가지 전략적 역할과 그 특징
인사/조직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미시간 대학의 Dave Ulrich 교수는 21세기 인사 부서의 역할을 4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이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먼저 ‘사람 vs 시스템 및 프로세스 관리 활동(Activities)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가’, 다음으로 ‘장기적이고 전략적 활동 vs 단기적이고 일상 운영 활동 중 어디에 초점(Focus)을 두는가’의 두 차원을 기준으로 역할을 규명한 것이다.
●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의 역할
이는 먼저 조직의 경영 이념 및 경영 전략 형성 과정에 인사 부문이 적극 참여함은 물론 그 실행 계획을 인적 자원 관리 입장에서 자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적 자원 관리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제반 인사 제도와 관행이 전략 실행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 기능을 수행 하는 것이다.
● 관리 전문가(Administrative Expert)의 역할
이는 효율적인 인사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운영하여 인사 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전략과 종업원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끊임 없이 전통적인 인사 업무(선발, 교육, 평가, 보상 등)를 혁신하고 개선함으로써 인사의 모든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시스템의 기반 구조를 관리해야 한다.
● 종업원의 대변자(Employee Champion) 역할
이는 일상의 업무 수행에서 종업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과를 높이고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사 부문은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 욕구 충족 및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의 사기를 높이고 업무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조성할 수 있는 인간 관계 활동 등 소프트한 차원의 관리 활동을 통해 종업원 기여 관리를 해야 한다.
● 변화 관리자(Change Agent)의 역할
이는 조직 내의 근본적인 조직 문화 변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인사 부문은 조직에 내재하고 있는 문제를 구체화하여 규명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 그에 따른 조직 문화 설계와 변화 관리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단계적으로 이의 실행을 주도함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변화 능력을 기르는 역할을 담당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위와 같이 제시된 인적 자원 관리의 전략적 역할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다음의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부가가치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인사 업무는 철저히 아웃소싱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업무의 경우 고도의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즉 전략적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인사 업무가 증가됨에 따라 비정형적이고 창조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화된 인사 서비스의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HR이 가치창출의 중심 부서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 부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어떠한 역할로 전환되어야 하는지도 확인했다.그렇다면 전술한 인사 부서의 역할과 기능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가치창출의 핵심 부서로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혁신 노력이 필요한가?
● 자사에 적합한 HR의 역할 모델을 구축하라
먼저 인사 부서가 가치창출의 중심 부서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사의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인사 부서의 역할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인사의 역할 모델이란 인사의 철학에서부터 시작해 인사 담당자들의 역할 행동에 이르기까지 인적 자원 관리와 관련된 큰 틀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철학, 전략적 방향 및 조직 문화와 적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인사 부서의 비전, 철학, 제도, 시스템, 구조 설계 및 인사 담당자의 요구 역량 등 자사에 적합한 인사 부문의 역할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의 역할 모델 구축 시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베스트 프랙티스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인사 담당자들은 성공했다는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지나치게 매료된 나머지 그저 겉 모습만을 모방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사 관련 이슈의 경우 기업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가 녹아 있음으로 자사의 최적 모델은 타사에 대한 벤치마킹만으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Hewlett-Packard사의 경우를 보자. 동사는 ‘Multiple HR 모델’ 정립을 통한 인사 부문 혁신을 이루었다. 이 모델은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HR 역할 측정 서베이’를 통해 인사 부서에 대한 내/외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규명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인사 부문의 비전을 정립하고 인사 부서의 새로운 4가지 역할을 구체화 하게 된다. 즉, 전략과 HR의 연계, 변화 관리, 양질의 인사 서비스 제공, 구성원 역량 및 몰입도 증진 등 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본사의 인사 담당 조직과 현업 담당자들간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향후 인사 부문에 요구되는 전문 역량을 규명해 놓았다.
● HR 조직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인사 부문의 역할 모델만 정립해 놓았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적합한 조직 구조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 인사 부서의 역할은 보다 전문화되고 가치창출을 중시하는 전략적 역할로 더욱 빠르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기업 본사의 지원 부서로서 인사 부서가 제반 인사 업무의 모든 책임을 갖는 조직 형태로는 확대된 인사 부문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효과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사 담당 조직 구조 자체에도 다변화가 필요하다.
저명한 국내의 한 경영학자는 국내 기업에 있어 인사 부서 조직의 변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그 골자는 향후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가치창출의 핵심 부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본사 조직’, ‘사업부 현장의 인사 조직’ 및 ‘전문화된 인사 지원 서비스 조직’ 등으로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고 앞에서 밝힌 HR의 4가지 전략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나누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2> 참조).
우선 본사의 인사 담당 조직은 기업 전략의 수립 및 실행의 파트너로써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적합한 조직 문화를 구축함은 물론 변화 관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둘째, 사업 현장의 인적 자원 관리 조직은 인사 업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 받아 사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자율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와 변화 관리를 위해 본사 조직과의 유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전문화된 인사 지원 서비스 조직은 과거에 수행하던 일상 행정 중심의 업무로부터 벗어나 본사와 현장 인사 담당 조직의 효과적 역할 수행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종업원 핵심 역량 개발에 대한 지원 및 인적 자원 인프라 관리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CVU(Cor-porate Venture Unit)과 같이 사내 벤처의 형태로 기업 내에 인사 지원 서비스의 전담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거나, 아웃소싱을 통한 외부의 전문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외부 노동 시장의 핵심 인재 획득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전문 헤드 헌터 조직의 활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기업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제반 인사 제도와 관행을 구체화하는 인적 자원 관리의 전략적 기능은 철저히 본사 조직의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다.
McDonald사의 경우, 1997년 이후 조직 내의 인사 부서를 3개의 조직으로 재편해 새로운 인사 모델을 구축했다. 즉 주요 인사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핵심 인사 전략 개발/실행 과정에서 경영자를 자문/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 센터’, 주요 인사 운영 규정과 프로그램들을 설계하고 인사 관련 지식 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디자인 센터’, 그리고 경영자, 직원 및 지역 인사 관리 조직에 효율적으로 인사 관련 정보를 지원하는 ‘서비스 센터’로 개편한 것이다(<그림 3> 참조).
● HR 담당자의 프로의식 및 역량 제고가 필요하다
전략적 역할을 규명하고 이러한 역할 수행에 적합하도록 인사 업무 체제를 개편하거나, 인사 담당 조직을 새롭게 설계하는 등 외형적 모습을 바꾸었다고 해서 인사 부서가 가치창출의 중심 부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담당자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역량 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 인사 담당자들이 변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프로 의식이다. 인사 담당자 스스로가 인사 관련 업무는 그저 아무나 할 수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갖춘 영역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왠만한 대기업에서도 보상 전문가, 평가 전문가, 스톡옵션 전문가 등 인사 관련 전문 인력을 찾아보기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향후 인사 부서의 변화상을 상기해 볼 때, 앞으로 인사 부서의 구성원들이 전술한 4가지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해 남보다 앞선 통찰력, 사람의 태도/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심리학적 지식, 그리고 통계 분석 등을 통한 과학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더욱 필요하게 된다. 이제 인사 담당자들은 ‘인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되겠다는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인사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한다.
●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확보하라
마지막으로 인사 담당자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면, 더 나아가 경영층 및 현업 담당자들과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인사 전문가는 자사의 사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키워 사업과 연계된 제반 인사 이슈에 대해 경영층 뿐만 아니라 현업 담당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경영층의 그릇된 판단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시의적절한 조언과 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인사 전문가가 전략적 및 창조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업 구성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최고 경영층의 이해와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No. 1 or No. 2 전략’, ‘벽 없는 조직’, ‘Session C 인사 위원회’ 등 현대 기업 경영의 혁신적 모델로 유명한 GE사의 잭 웰치 전 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내가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경영 혁신 및 전략 수립/실행의 배후에는 20여 년을 함께 해 온 인사 담당 임원들의 격의 없는 조언과 제언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