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들의 경영자 육성 Trend 해외 기업들의 경영자 육성 Trend

이주인 | 2002-06-12 |

경영자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상황 하에서, 해외 일류 기업들은 유능한 경영자의 확보 및 육성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쏟고 있다. 한편,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조 및 많은 외부 이해 관계자의 등장 등의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우리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경영자의 사전 확보 및 육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요즘 어딜 가나 축구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의 월드컵 1승, 16강 진출 여부 등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히딩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소신 있게 추진하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대표팀의 경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경기 성적도 개선시켰다고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표팀의 16강, 아니 8강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비전을 선수나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는 사실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감독의 리더십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팀의 성적이나 비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축구와 같은 운동 종목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리더십 역시 기업의 성과나 비전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시장 선도 기업에는 1등 리더가 있다

최근의 시장 추세를 보면, 시장 선도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즉, 특정 산업에서 전체 기업 중 상위 10% 기업들이 해당 산업에서 창출하는 총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의 거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PC 운영 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독보적 기업인 인텔, 이동 단말기 제조 업체인 노키아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성장 과정을 보면,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전직, 또는 현직 경영자의 리더십이 해당 기업을 시장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PC의 표준 운영 체제로서 MS-DOS가 될 것을 직감, 이를 단돈 $50에 사들이고, 당시 컴퓨터 업계 리더였던 IBM에 무상으로 사용할 것을 허용한 사례나, 노키아의 올릴라가 ‘선택과 집중’을 필두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단행하여 세계적인 이동 통신 전문 업체로 노키아를 변신시킨 사례 등은 경영자의 전략적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에게는 항상 최고의 경영자가 있다. 특히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구조나 시스템과 같은 하드(Hard)한 요인보다는 구성원의 지식, 창의성 등 소프트(Soft)한 요인이 보다 더 중요한 핵심 역량 요인으로 부각되기 때문에 경영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GE의 웰치 전 회장이 “유능한 Top 20%의 소수의 핵심 직원을 집중 육성하라”고 말한 것이나, “유능한 리더의 확보는 GE의 경쟁 우위 원천이며, 리더는 GE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라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의 경쟁력은 곧 기업 경쟁력

특히 자본 시장이 합리적이고 투명할수록 경영자의 리더십은 기업 성과로 직접 연결된다. 실제 미국 기업의 경우, 유능한 경영자의 신규 보임이나 외부 영입 발표 후,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피오리나가 HP의 최고 경영자로 취임할 것이라 발표되자 HP의 주가가 1.9% 상승한 바 있다. 또한 2000년 GE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맥너니가 3M의 최고 경영자로 영입될 것이라는 발표가 난지 2일만에 3M 주가가 11% 상승한 것 등은 유능한 경영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원리가 신속하고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유능한 경영자와 무능한 경영자를 더욱 명확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경영자의 재임 기간 등을 볼 때, 과거에 비해서 최고 경영자의 역할 수행에 있어 성공할 확률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예컨대 포춘지 선정 200대 기업의 경영자 평균 재임 기간이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58%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 경영자의 보임 실패 비율은 과거에 비해서 3배 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최고 경영자의 재임 기간이 짧아지고, 역할 수행에 있어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은 크게 다음 3가지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경영 환경의 복잡성 증대 및 글로벌 경영 등 기업의 국제화가 본격 추진되면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업 성과의 투명성 제고 및 시장 원리의 엄격한 적용으로 기업의 많은 정보가 여과 없이 시장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주, 투자자 등 기업의 이해 관계자가 더욱 많아졌으며, 이들은 경쟁 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전략적 판단과 결단을 내리는 경영자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영 환경은 향후 우리 나라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며, 우리 나라 시장에서도 경영자의 경쟁력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유능한 경영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렇다면, 각 기업들은 유능한 경영자를 어떻게 확보하는가?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외부 채용을 통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내부 육성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최적의 대안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경영학자들의 경우, 경영자의 외부 채용과 내부 육성은 기업의 전략적 상황, 특히 사업의 성장 주기(Life Cycle)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림 1> 참조).

● 외부 채용

유능한 경영자를 외부로부터 채용하는 방식은 새로운 사고와 경험, 최고의 전문성과 지식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으며,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인한 조직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능한 경영자를 외부에서 채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시스코를 들 수 있다. 현재 최고 경영자인 챔버스는 전임자인 모그리지에 의해 외부에서 영입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스코의 주요 임원들 역시 외부 회사의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표준의 ERP 시스템을 만들어낸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솔빅, A&D 전략을 체계화한 CSO(Chief Strategy Officer) 볼피 등 대부분의 임원은 경쟁사인 IBM, HP, Oracle, AOL, 3Com 등에서의 근무 경력을 가진 외부 영입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식이 모든 기업에 있어서도 반드시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경영자의 외부 영입이나 채용 등에 익숙치 않은 우리 기업들의 경우, 그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영입을 통해 기대했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높은 명성만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영입해서는 안된다. 우선, 적합한 지식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외부에서 경영자를 영입하는 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내부에서 성장해 온 사람들만 가지고서는 조직이 변화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 내부 육성

시장 진입 초기의 기업이나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 외에, 대부분의 해외 일류 기업들은 내부에서 경영자를 확보/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GE의 Session-C, Motorola의 OMDR (Organization Management & Development Review), Philips의 MD(Management Development), HP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3M의 Succession Plan, UPS의 TLAs (Talk, Listen, Act) 등은 경영자를 내부에서 육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이러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유능한 경영자를 육성하는 패턴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그림 2> 참조). 그 첫 번째 패턴은 엘리트 육성 방식이다. 잠재 역량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신입 사원을 입사 초기부터 경영자 후보군으로 선발,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육성 패턴은 경영자 후보군을 단계별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리급, 과장급, 차장급, 부장급 등으로 육성 후보군을 구분하고, 해당 직위별로 우수 인재를 선발,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육성 패턴은 일정 시점부터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육성 패턴은 팀장 등 특정 조직 책임자급부터 후보군(Successor)을 선발,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육성 방식은 해당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경영자 후보군을 확보/육성하는데 일반적으로 활용한다. 네 번째 육성 패턴은 자유 경쟁을 통해 육성하는 방식이다. 경영자는 의도적으로 육성되기 보다는 타고난 자질과 스스로의 개발과 노력을 통해 육성된다는 경영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영자 육성의 공통적인 특징

유능한 경영자를 회사 내부에서 가장 잘 육성하는 기업으로는 당연히 ‘경영자 사관학교’, ‘인재 양성소’라고 일컬어지는 GE가 손 꼽힌다. 특히 존스 회장이 웰치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이나 웰치 회장이 이멜트, 맥너니, 나델리 등 3명의 후보군 중 이멜트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은 경영자 후보군을 어떻게 육성하여야 하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웰치 전 회장의 육성 과정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의 경영자 육성시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3> 참조).

● 경영자 스스로가 후계자 개발에 열정을 갖고 참여

경영자 육성시의 첫 번째 공통점은 현직 경영자들이 자신의 후계자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차세대 리더 육성의 실질적인 원동력은 현재의 경영자가 육성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예컨대 웰치가 격주로 크로톤빌 소재 최고 경영자 훈련 센터에서 직접 리더십 과정을 주도했던 것이나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교육은 교육 전문가 등 다른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아니라, 관리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연간 5천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하고, 만나는 것은 인재 육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 잠재 역량을 갖춘 후보군을 조기에 발굴, 개발

경영자 육성시의 두 번째 공통적인 특징은 잠재 역량을 갖춘 후보군을 조기에 발굴, 개발한다는 것이다. 웰치 회장은 그의 자서전인 ‘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에서 “많은 동료들이 나를 GE와는 어울릴 수 없는 부적격자로 간주했다. 나는 GE에서는 너무 정직하고 솔직했고, 참을성이 부족해서 툭 하면 마찰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GE에는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GE의 전임 회장인 존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적고 있다.

이처럼 존스 전 회장이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0세의 웰치를 경영자 후계자로서 선발/육성하지 않았더라면,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라고 일컬어졌던 웰치의 명성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니의 大賀 회장 역시 34세에 CBS 소니를 설립하는 등 젊은 시절 경영자로서 발굴되어, 자신의 잠재 역량을 더욱 육성할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이처럼 현직 경영자보다 10~15세 정도 연령차가 나는 젊고 유능한 후보를 선발한 후 COO로 임명하거나 계획적인 시련을 제공, 경영 수업을 받도록 배려하는 것은 많은 해외 기업들의 일관된 특징이다.

● 체계적인 육성 기회를 의도적으로 제공

경영자 육성시의 세 번째 공통적인 특징은 경영자 후보군에게는 체계적인 육성 기회를 의도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다수의 기업들은 후계자 육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육성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째는 나이와 경험에 관계없이 젊고 유능한 인재에게 책임 있는 자리에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일을 통해 육성한다는 원칙 하에 우수한 인재일수록 신규 사업이나 실적이 부진한 핵심 사업에 배치하는 등 어려운 임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연수원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경우도 실제 업무 상황이나 경영 성과에 직결되는 핵심 이슈의 문제 해결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부하 직원을 리더 후보로 육성하는 능력이 곧 유능한 리더의 조건 중 하나임을 분명히 하고, 부하를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어려운 임무에서 기대했던 성과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포트폴리오 관점에서의 인재 육성

경영자 육성시의 네 번째 공통적인 특징은 다양한 경영 환경을 고려, 다양한 특성을 보유한 인력들로 경영자 후계자 Pool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능한 리더일 경우, 어떤 조직/사업을 맡거나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과거의 시각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즉, 개인별로 리더십 역량의 강/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직무 특성에 적합한 리더십 역량을 갖춘 리더를 선발/보임하는 것이 경영자의 직책 수행에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공격적인 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확보나 선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월 마트의 샘 월튼,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켈러 등과 같은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위험 도전형 리더(Risk-taker)가 필요하다. 반면, 사업 안정화 단계에서는 지속적 성장과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내부 관리의 체계화가 사업 성공의 포인트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있어서는 GE의

존스 전 회장(웰치 이전 회장)과 같은 체계적이고 세심한 관리를 통해 원가, 이익 등 운영 효율성을 제고 시킬 수 있는 관리형 리더(Care-taker)가 필요하다.

이처럼 기업이 처한 경영 환경이나 전략적 포인트에 따라 요구되는 경영자 상이 다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필요로 하는 리더를 확보하기 위해 자사가 지향하는 리더십 역량을 구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GE의 경우 성공적인 리더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자질 요건으로 ‘4E(Energy, Energize, Edge, Execute)’라는 4가지 요건을 설정하고, 후보자들의 리더십 역량을 360도 평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 시스코의 경우, 리더의 핵심 요건으로서 대담하고, 파격성 있는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으며, HP는 경영의 스피드와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리더십 요건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