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사업전략1부문 | 2015-12-29 |

구글, IBM 등 인공지능 영역의 강자들은 관련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사업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공지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딥러닝의 경우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모델을 설계해가는 비(非)지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많은 산업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또 한번의 산업 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의료 영역의 경우 취급하는 이미지 데이터의 대상, 각도, 색상, 조도 등이 일상적인 이미지에 비해 매우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딥러닝 적용 가능성이 높다. IBM은 자체 플랫폼 Watson을 기반으로 주요 병원들과 협업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폐암 진단, 백혈병 치료법 제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Deep Genomics, Enlitic과 같은 스타트업들도 딥러닝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법 제안 등의 사업화를 전개하고 있다. 금융 영역에서도 투자 자문 및 직접적인 투자, 그리고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들에까지 인공지능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로봇이 투자 상담을 대신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들이 취급하는 자산 규모는 5년 뒤 약 2조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 현장도 인공지능 기반의 진화 가능성이 크다. GE, BMW, 하이얼 등이 현재 전개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모습들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다품종 소량생산 패러다임의 서곡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산업 외에도 행정, 치안과 같은 공공 서비스, 온라인 유통, 교육과 같은 산업들도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이 기대되는 영역들이다.


향후 각 산업별로 인공지능의 적용 속도,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딥러닝과 같은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거나, 동작을 수반하지 않는 분야에 좀더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00%의 신뢰도와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인공지능도 인간의 인지 능력과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관점에서 향후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떠한 형태의 조화를 이루면서 세상을 바꿔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 목 차 >

 

1. 상용화 속도 내는 인공지능
2. 인공지능 이식 중인 산업 현장
3. 전망

 

 

1. 상용화 속도 내는 인공지능

 

 

최근 영화 속 인공지능의 모습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인간과 대화하면서 직장에서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구글은, 2013년 DNN리서치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 업체 딥마인드(DeepMind)를 약 4천억 원에 인수하였고, 이후에도 젯팩(Jetpac), 다크 블루 랩스(Dark Blue Labs), 비전 팩토리(Vision Factory) 등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들을 다수 인수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4대 인공지능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토론토 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을 영입했으며, 최근에는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텐서플로(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개방하여 전세계 개발자들과 협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강자로 평가 받는 IBM은, 일찍이 1997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인공지능 딥 블루(Deep Blue)를 개발하였고, 2011년에는 왓슨(Watson)을 개발하여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전설적인 우승자들을 이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왓슨을 이용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약 2천 명의 전문 개발자로 구성된 인지 비즈니스 솔루션 그룹이라는 사업부를 조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타의 글로벌 ICT 기업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ICT 기업들이나 바이두(Baidu)와 같은 중국 기업들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비즈니스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딥러닝 기술 자체는 최근에 발표된 것이 아니다. 이미 1943년 미국 일리노이 의대 정신과 부교수였던 워렌 맥컬록에 의해 인간의 뇌 구조와 유사한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이 최초로 등장하였고, 1980년대에는 입력 계층(Input Layer)과 출력 계층(Output Layer) 사이에 복수의 은닉 계층(Hidden Layer)이 존재하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이론이 등장했다. 이 심층 신경망 이론이 현재의 딥러닝이라 할 수 있다.

 

딥러닝은 복잡한 비선형 관계로부터 특징을 추출하여 모델링 하는 데에 탁월하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을 수 있는 정보 간의 구조 및 관계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여, 체계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머신러닝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단지 지금까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컴퓨팅 기술이 미흡해서 학습 과정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고, 충분한 학습을 진행할 만큼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로 각종 포털과 SNS에서의 방대한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에 대한 축적, 분석까지 가능해지면서 딥러닝의 구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 인공지능 이식 중인 산업 현장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그리고 주요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2016년은 인공지능의 진정한 잠재력을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여러 산업에 실제 적용 중인 인공지능의 모습들을 살펴보자.

 

딥러닝, 의료 산업의 질 향상을 이끈다

 

Sun Microsystems의 설립자이며, 현재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Khosla Ventures를 이끌고 있는 Vinod Khosla는 이렇게 설명한다. 심장병 전문의 40인에게 똑같은 차트를 보여주며 이 환자에게 심장 수술이 필요할지 물어보면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 2년 후 동일한 심장병 전문의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 그 중 40%는 2년 전과 반대의 대답을 한다.


언제, 어떤 의료진을 만나느냐에 따라 이처럼 진단과 치료법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항상 정확한 진단 결과와 최선의 치료법을 보장받는 방법은 없을까?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딥러닝이 유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의료 영역의 이미지 자료는 대상, 각도, 색상, 조도 등이 일상적인 이미지에 비해 매우 정형화되어 있어 딥러닝 적용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IBM은 Watson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료산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Watson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의료 지식에 기반해 항상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2015년 정식 출범한 Watson Health는 현재 뉴욕 Memorial Sloan-Kettering 암센터(폐암 진단) 및 MD Anderson 암센터(백혈병 치료법 제안)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사인 WellPoint는 의료진의 치료 계획안에 대한 적절성 판단에 대해 Watson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의료 산업 내 딥러닝은 최근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하이테크 기술 중 하나다. Deep Genomics는 유전학 관점에서 패턴 분석을 통해 변종/특이 유전자를 판별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질병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한다. 딥러닝 기술 이전에는 주로 질병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단백질 코딩 세그먼트’(전체 유전자 정보의 1.5%에 해당) 내의 변이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Deep Genomics는 미처 세밀한 분석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나머지 98.5%에 해당하는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효과적인 신약 개발과 맞춤형 의료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Enlitic은 X-레이, CT, MRI 등의 메디컬 이미지 패턴 분석을 통해 폐암이나 골절 진단을 지원하고,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환자들의 과거 치료법과 결과를 제시해 줌으로써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IBM의 Watson이 각종 의학 교과서와 저널의 전문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으로부터 출발한 반면, Enlitic은 실제 환자들의 의료 기록과 이미지 자료, 유전자 데이터, 치료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Watson이 향후 더욱 도전적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흡수하면서 진화할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 사의 분석 대상은 궁극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nlitic은 호주의 메디컬 이미징 기업인 Capitol Health로부터 최근 1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Vinod Khosla는 현재 의사가 하는 업무의 80%가 곧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의료 산업에서의 딥러닝은 아직 의사를 대체하겠다는 과감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의료진-연구기관-보험사 등 의료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는 환자 관점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제거할 수 있고, 개인별 유전자 특성 차이에 기반한 최적화된 치료법 적용도 가능해진다. 첨단 대형 병원에서 최고의 전문의가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표준화된 진단과 치료 서비스를 소도시의 중소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의료기관 단독으로 제공하던 진단이나 치료법 추천에 영상 의학 전문 기업이나 딥러닝 솔루션 업체가 협업 형태로 참여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도 가능하다.

 

인간 대 인간의 대면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위로, 위안 등으로 인해 컴퓨터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한 판단을 데이터와 실증자료로 뒷받침하는 딥러닝의 결과물은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 효율화 관점에서 분명 도움이 된다. 단, 양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딥러닝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화 자체가 더디고, 또한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개인들이 완전히 공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 등은 극복이 필요하다.

 

금융업, 인공지능의 날개를 달다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서 주인공의 뇌가 컴퓨터에 업로드되어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후 엄청난 투자 수익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금융 서비스에서도 인공지능의 적용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투자 자문업의 경우 사람의 직감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IT 적용 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 IBM의 왓슨과 같은 검증 받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은 자산관리 업무에 IBM의 왓슨을 이용하여 우수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IBM과 4.5억 달러의 계약을 맺어 투자자문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남아공의 네드뱅크(Ned Bank)에서는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같은 분야에 왓슨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핀테크 벤처기업들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직접 투자 자문업에 도전하고 있다. 20여년 전 온라인 증권 거래를 무기로 찰스 스왑이 미국의 증권사업을 재편했듯이, 이제는 로봇이 투자 상담을 대신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들이 기존의 온라인 증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웰스프론트, 퍼스널 캐피탈, 비터먼트 등은 고객이 목표수입,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 기본적 옵션을 선택하면 해당 유형에 맞춰 알고리즘이 최적의 투자를 선택해준다. 이들 기업이 취급하는 금액은 현재 약 200억 달러 정도지만, AT커니는 5년 뒤 약 2조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찰스 스왑과 뱅가드 등 기존 온라인 증권사들도 모두 기존 서비스에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투자 자문을 넘어 직접적인 트레이딩 영역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미 2002년 이후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활성화와 함께 컴퓨터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하는 방식은 확산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머신러닝과 같이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 중이다. JP모건의 헤지펀드 자회사인 하이브리지 캐피털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센션트 테크놀로지와 머신러닝 기반의 투자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며,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와 포인트72 애셋과 같은 헤지펀드들도 머신러닝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딥러닝 관련 스타트업이 직접 트레이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바이나틱스(Binatix)는 약 3년 전부터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한 투자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설립자들에 따르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 서비스가 보다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백오피스에도 딥러닝의 적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한 보안 기능을 들 수 있다. 페이팔은 시간 신호, 물리적 위치 등을 포함한 수천 개의 특징을 분석하여 특정 사기 유형 추정, 범행 수법 및 유사 수법 탐지 등이 가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 보고서 작성도 딥러닝 적용이 유망한 영역 중 하나다. 이미 Automated Insights나 Narrative Science와 같이 인공지능 기반의 기사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투자 자문 리포트도 발간하고 있다. 이외에도 Yseop, Capital Cube, 골드만삭스가 지원하는 Kensho Technologies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금융사는 수 천 개에 달하는 기업 정보를 빠르고 저렴하게 확보하여 고객사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 물론 이들 자동화된 보고서는 금융회사의 데이터베이스 또는 내부 문서 등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향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어 자연어나 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보고서의 질적 수준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가 점차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 다품종 소량생산 패러다임의 서곡

 

최근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다. 기존의 생산 설비가 인공지능, 로봇 기술과 융합되어 공정 자체가 더욱 고도화된 생산 현장을 의미한다. 독일 정부의 Industry4.0과 같이 주요 국가들이 저성장 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스마트 팩토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조 기업 중 하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GE는 인도 푸네(Pune) 지역에 자사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Brilliant Factory를 운용하고 있다. 축구장 38개 크기의 이 공장에서는 제트 엔진, 터빈 등 다양한 산업용 제품이 생산된다. 주목할 점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조립, 가공 등의 생산 공정이 스스로 최적화된다는 점이다. 제품이 출고된 이후에는 제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품 상태를 모니터링 하면서, 고객에게 제품 운용에 관한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IoT, 로봇,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 IT 기술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향후 딥러닝과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적용되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필요한 설비를 가동해서, 납품한 이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관리하는 일련의 공정이 모두 무인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BMW는 고도화된 로봇을 통해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하나의 로봇이 하나의 작업을 담당하던 종전 방식과는 달리 좌석 조립, 차체 도장, 유리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감당한다. 주문량과 재고량을 감안하여 작업 속도도 조절된다. 자동차는 기존 컨베이어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대차 위에서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부품과 모듈이 조립되고 최종 검사까지 진행된다. 사람이 하는 역할은 일부 정밀 부품 배치 정도다. BMW는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에서 i3, i8과 같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하나의 라인에서 다양한 BMW 모델들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부분 공정을 로봇이 담당하는 만큼, 기계 자체가 스스로 인지, 판단하는 머신러닝이 고도화될 경우 공정의 혁신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얼(Haier)도 중국 내에 4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의 특징은 소비자가 본인이 주문한 제품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기능, 사양 등을 맞춤형으로 선택한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diy.haier.com)을 통해 생산 공정의 각 단계를 영상으로 확인한다. 공장의 생산 설비가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이다.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었던 가전 제품 제조 방식이,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제조 노하우는 소수의 장인들이 경험에 의해 축적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날로그 속성이 강한 공정들의 경우, 소위 불꽃 색깔만으로 현 공정의 문제점을 알아차리는 장인이 존재했다. 하지만 향후 다양한 제조 공정에 로봇이 투입되어 경험이 축적되면 로봇이 생산 현장의 장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각 공정,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모두 연결되는 IoT 트렌드와 맞물리게 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은 기존의 공정 자동화와 별 차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딥러닝은 분명 제조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행정, 치안, 교통… 공공 서비스 전반의 진화

 

공공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공공 기관들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시험하고 있다.


우선 업무 과정이 복잡하고, 검토 과정이 까다로운 행정 서비스 영역에 인공지능이 결합되기 시작했다. 호주 특허청은 2015년 특허 업무에 IBM 왓슨을 활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왓슨은 일상 언어로 작성된 방대한 양의 특허 데이터와 업무 처리 과정을 스스로 학습해, 특허 심사 청구자에게 맞춤화된 조언을 제공한다. 또한 특허 심사관이 해당 특허의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도 지원해 준다. 이를 통해 9개월 이상 소요되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 또한 소득세, 비자 업무에 왓슨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2016년에 진행할 계획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 모델이 등장할 경우, 공공 기관에서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의 행정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습을 근시일 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제한된 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위험 요인을 파악/예측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치안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Camio 등이 제공하는 지능형 CCTV는 이미지 인식, 패턴 인식 등을 통해 기존에는 유형화하기 어려웠던 자동차, 사람, 동물, 이상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위험 장면만을 자동 선택해서 운영자에게 송부해주고, 운영자는 특정 유형의 이벤트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또한 운영자의 반응을 토대로 관심 영역이 무엇인지 학습해 이를 반영한 영상을 공유해준다. 이와 같은 지능형 CCTV는 소수 운영자가 광범위한 지역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게 해주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SF 영화에서와 같이 관제 센터에 앉아 범죄 발생 전에 적절한 예방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게 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교통 인프라의 진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갑작스런 보행자 출현’이나 ‘Stop 표지판’ 등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세계적인 그래픽 기술 기업인 엔비디아는 2015년 CES에서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식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360° 카메라를 이용해 보행자가 다른 사물에 가려져 있어도 머리와 다리 등 신체 일부만 감지되면 사람으로 정확하게 인식한다. 또한, 교통 표지판 및 주위 자동차의 차종을 신경망을 이용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는 주행 중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학습해 인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생성하고 다른 자동차에게도 전송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아직은 데모 시험 수준으로, 자동차에 본격 적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더 나아가서 도로, 교통 인프라의 지능화를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근본적 개념이 바뀐다


유통은 소비자들의 활동 데이터가 ‘제품 검색, 비교 및 구매’ 중심으로 명확하고, 거래 관련 데이터의 생성량도 큰 분야다. 그러한 관점에서 유통 서비스는 이미지 인식, 패턴 분석 등과 같은 머신 러닝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혁신 가능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이다.

 

알리바바는 딥러닝을 통해 상품 검색의 시행착오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는 이미지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타오바오 앱”을 출시하였다. 기존과 같이 이미지에 태깅(Tagging)된 상품 설명을 텍스트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마치 사람의 눈과 같이 제품 이미지를 직접 인지하여 알리바바 내에서 판매 중인 유사한 외관의 제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정확한 상품명을 모를 경우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야 했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준다.

 

아마존은 음성, 이미지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Amazon Echo는 댁내 어시스턴트 단말로, 음성 기반의 제품 주문 기능이 적용되어 있고, 아마존 폰에 구현된 Firely는 사용자가 사진으로 찍은 상품을 알아서 검색하고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생필품 등 주기적인 소비가 필요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순 버튼 클릭을 통해 구매-결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Dash Button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선호도 및 구매 주기를 분석함으로써,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하여 제시하고, 사용자는 단지 그것을 구매할 것인지 아닌지만 결정하면 되도록 하는 Predictive Sales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완전한 Predictive Sales는 아니지만, 이미 아마존은 지역별 소비자의 제품 수요를 예측하여 각 유통 창고별로 제품을 미리 구매해 비축해놓는 방식으로 제품의 배송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딥러닝은 그 밖에 콘텐츠 유통 영역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미 정확도 높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추천 정확도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 장르, 소비자의 콘텐츠 구매 이력 등 비교적 정형화된 정보를 활용한 추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지, 영상 정보 등 다양한 비정형 정보까지 활용한 추천 방식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매한 영화의 포스터를 이미지로 분석한 후 비슷한 느낌을 지닌 포스터의 영화를 추천하거나, 사용자가 폭력, 공포 등 특정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시청을 중단할 경우 그러한 패턴을 사용자의 콘텐츠 선호도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콘텐츠 소비와 연관성이 높지만 비정형화 되어 분석되지 못했던 정보들을, 딥러닝을 기반으로 분석하여 추천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온라인 유통 분야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검색 방법을 텍스트 중심에서 이미지 및 자연어로 확대하고, 정교화된 추천 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를 발굴,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제품별 수요 예측을 통해 각 지역에 위치한 물류 센터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온라인 유통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딥러닝 품은 교육, 나만을 위한 가정교사가 찾아온다


딥러닝은 교육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보다 개인별 맞춤 커리큘럼으로 학습 성취도를 높이고, 각 나라의 문화 차이를 초월하여 지식과 정보가 유통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익스펙트 랩스(Expect Labs)가 개발한 마인드멜드(MindMeld)라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채팅 참가자들의 대화를 분석, 문맥을 이해한 후 대화와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검색하여 제공한다. 사용자의 질문 혹은 명령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애플의 시리(Siri)와 달리 마인드멜드는 능동적으로 관련 내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서비스다. 익스펙트 랩스는 ‘예상 컴퓨팅(Anticipatory Computing)’ 기술을 내세워 앱 수준을 넘어 자신들의 시스템을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며, 향후에는 사용자의 행동을 10분 정도 관찰한 후, 다음 10초 동안 무엇을 필요로 할지 예상함으로써 의사결정 대행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술이 원격 수업에 적용된다면 교사와 학생들 간의 대화나 토론 중에 실시간으로 보조 자료가 제공되는 방식 등으로 수업 능률이 높아질 것이다.

 

개인별 맞춤 교육에도 딥 러닝이 활용되고 있다. 엘리멘탈 패스(Elemental Path)는 지난 2월, 킥스타터를 통해 스마트 장난감 코그니토이(CogniToys)를 발표했다. 코그니토이는 마치 영화 ‘토이스토리’처럼 장난감이 어린이와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교육 상황을 구현한다. 코그니토이는 IBM의 Watson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음성 인식 기능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어휘를 학습하고, 일종의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가 성장하면 그에 따라 장난감의 대화 수준도 진화한다. 부모들에게는 ‘부모 패널’이라는 기능을 제공하여 웹으로 아이들이 코그니토이와 어떻게 놀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코그니토이가 공개될 무렵, IBM은 스타트업 알케미(Alchemy) API를 인수해서 언어해석, 추상해석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언어와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알케미 API 기술이 왓슨에 적용되고, 그것이 코그니토이에 구현된다면, 같은 장난감이라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맞춤식으로 성격이 변하면서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에 접목되는 딥러닝 사례들은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람 교육자보다 더 정확하고 적절하게 학생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었듯, 학업에는 학생들이 얻는 지식보다 의욕, 끈기, 동기부여 같은 정신적 속성들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교육의 인간적 속성까지 보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3. 전망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딥러닝과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분명히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구현에도 제약은 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양의 디지털화된 빅데이터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자동적으로 인터넷 상의 정보 이동(Transaction)이나 각종 센서를 통해 빅데이터가 축적되는 분야 또는 매우 많은 수의 사람이 자발적으로 텍스트나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며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분야에 한해 딥러닝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봤던 산업 분야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많은 임상 정보가 축적되는 의료 서비스나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금융 분야, 연간 수십억 개 제품의 제조 영역, 시험 과정 데이터가 축적되는 제조 영역들은 모두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축적되는 영역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산업 영역마다 인공지능의 적용 속도,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해나가겠지만, 완벽한 수준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과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형화된 요소가 많거나, 상대적 가치 판단, 창의성 등이 요구되는 경우, 또는 불규칙한 동작 활동이 많은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주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고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간과, 능력치를 계속 높이고 있는 인공지능 간의 경쟁과 협조는 또 한번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빠르게 바꾸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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