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 2003-04-23 |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CFO에게 새로운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CFO는 CEO의 지원 역할과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업 개혁의 리더의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CFO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닛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CFO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 최근호(2003.3.17)는 엔론 스캔들 이후 미국 기업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였다. 75명의 CEO와 214명의 CFO등 519개 미국 대기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 CFO의 64%가 기업 개혁에 있어서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등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답했다. 예전보다 CEO와 독대하는 경우가 더 늘었고, 일부 CFO는 CEO와 맞먹는 파워를 누리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시장, 정부 정책 등 기업 경영 여건이 CFO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외국자본의 대규모 진출이 기존의 금융관행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산이나 매출 규모보다는 수익성,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와 지배구조, 경영 투명성 등 정성적 요인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계 투명성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도 크게 달라져,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시장 규율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해졌다. 정부 정책도 주주, 채권자, 고객, 협력업체 등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시장, 금융산업의 변화, 그리고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서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 구성원 중 누구보다도 CFO에게 기업 개혁의 리더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새로운 CFO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일본 닛산자동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CFO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국내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닛산 재건 계획(Nissan Revival Plan)
닛산자동차(Nissan Motor Corp.)는 1999년 3월 프랑스의 르노(Renault)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전략적 제휴 이전 닛산의 상황은 거의 최악이었다. 닛산자동차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1974년 34%를 정점으로 1999년에는 19%까지 하락하였고, 해외 시장점유율은 1991년도 6.6%에서 1999년에 4.9%까지 하락하였다. 1998 회계연도(1998.4.1~1999.3.31) 영업이익은 1,097억 엔의 흑자를 보였으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이후 르노에서 현재 CEO인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이 COO (Chief Operation Officer)로, 현재 CFO인 티에리 무론게(Thierry Moulonguet)가 이사로 부임하였다. 카를로스 곤과 티에르 무론게의 주도하에 닛산 재건 계획(Nissan Revival Plan)을 수립하였다. 닛산 재건 계획은 2003년 3월 31일까지 영업이익률 4.5% 이상을 달성하고, 2003년 3월 31일까지 유이자부채를 1조 4000억엔에서 절반 수준인 7000억엔으로 축소한다는 구체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을 위한 기본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2002년 3월 31일까지 공장 5곳을 폐쇄하고, 차량 플랫폼 수를 24개에서 15개로 줄여 일본 내 잉여 생산 능력을 30% 삭감한다. 둘째, 일본 내 판매망을 재편하여, 직영 딜러(Dealer) 수를 20% 정도 줄이고, 계열 영업소를 10% 축소한다. 셋째, 2003년 3월 31일까지 전 세계의 14만 8천명의 종업원 중 2만 1천명을 감원한다. 넷째, 보유주식의 매각을 추진하고, 1,145사의 부품, 자재구입 협력회사를 600사 이하로 축소하여 2002년 3월 31일까지 구매비용을 20% 삭감한다.
축소지향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미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2000년도부터 2002년까지 신제품 22종을 시장에 출시한다. 브랜드 파워 구축 및 기술개발에 재투자하여, 연간 투자액을 2,100억엔에서 3,100억엔으로 확대한다.
피나는 구조조정의 결과 닛산은 달성 목표를 훨씬 뛰어 넘는 성과를 기록하였다. 1998회계연도(1998.4.1~1999.3.31)의 영업이익은 1,097억엔에서 2001회계연도(2001.4.1~2002.3.31)에는 4,892억엔으로 늘어났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7%에서 7.9%로 늘어났다. 유이자부채는 1.9조엔(1999년 3월말)에서 4,300억엔(2002년 3월말)으로 줄어들었다.
CFO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닛산의 성공은 카를로스 곤이라는 뛰어난 리더십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CFO인 티에리 무론게의 역할도 그에 못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론게가 르노를 거쳐 닛산 자동차의 이사로 취임한 것은 1999년 6월이다. 그리고 2000년 6월에는 부사장겸 CFO로 취임하였다. 무론게는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그룹이 발행하는 ‘CFO 아시아’와 현재는 IBM으로 흡수된 PwC가 주관하는 ‘2002년도 아시아 최우수 CFO’로 선발되는 등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CFO 중 한 사람이다.
티에리 무론게는 CEO가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 역할뿐만 아니라, 균형감각을 잡아주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렇듯 CFO가 CEO 견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데는 조직구조상의 뒷받침이 있었다. CFO가 단순한 집행임원이 아니라 이사회 멤버로서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지위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숫자의 신뢰성 확보
무론게는 닛산의 CFO로 취임하면서 숫자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무론게는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사내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자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관행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재경부문이 산출하는 데이터는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믿을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재경부문은 기획, 영업 등 여러 부서에서 빨리 숫자를 내라는 압력을 받는다. 이러한 압력을 받게 되면 재경 부문은 신속성과 신뢰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무론게는 보다 견실하고 정확한 숫자를 내기 위해 좀 더 시간을 들이는 것이 신뢰할 수 없는 숫자를 내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어떠한 압력이 가해졌다고 해도, 견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면 산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신뢰할 수 없는 숫자를 제공한다면, 그 시점이 바로 재경부문이 파멸하는 시기이다.”
대신, 무론게는 일단 산출된 데이터는 사내에서 보다 빠른 형태로 공유하고, 신속하고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무론게의 이러한 노력은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여기에 비해, 무론게는 재경부문이 산출한 데이터를 투자자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였다.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
두번째로, 무론게는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신속한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도 공을 들였다. 서구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투하자산수익률(ROIC)을 좀 더 단순화하여 닛산에 도입하였다. 닛산에 적용된 ROIC는 영업이익을 실질적인 자동차 관련 사업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ROIC가 14%보다 더 큰가의 여부로 투자의사결정을 하였다. 즉, 신차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신차 개발의 현재가치가 할인율 14%에서도 과연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1유로에 대해서 100엔이라는 환경하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ROIC의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사업 관련 자산, 부동산 관련 자산 등을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계상하는 것이 좋은가, 최적의 대차대조표의 포트폴리오는 무엇인가라는 것을 항상 점검하였다. ROIC관점에서 자산운용을 한 결과, 부가가치가 없는 자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자산이나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 내지는 정리하였다. 그 결과 자산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유가증권, 유휴 부동산, 협력회사와의 출자관계를 모두 정리해서 2년 6개월 만에 5,000억엔의 현금을 마련하였다.
또한, 생산, 영업 등 사내 전반의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비용을 삭감하였다. 재무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는 사안마다 반대의견을 반복하고, 재무제표상의 기본적인 숫자를 눈에 불을 켜고 연구하면서 비용을 줄이는데 몰두했다. 그 결과 구매비용을 20% 삭감한다는 목표를 당초 예정하고 있던 2002년이 아니라, 2001년에 달성할 수 있었다.
닛산 재건 계획을 위한 큰 기둥 중의 하나는 모든 재무자원을 핵심사업인 신차 개발에 돌리는 것이었다. 닛산은 르노와 제휴한 지 2년 만에 12가지 모델의 신차를 출시하였다. 이는 닛산의 역사 중에서도 최대의 신상품 개발 수였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하면 인원감축과 비용삭감 등 축소지향적 의미만을 생각하지만, 장래의 성장을 위한 준비, 미래의 토대를 만들기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반쪽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핵심사업의 매각과 비용 삭감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미래 성장을 위한 바탕이 된 것이다.
전략에 부합하는 평가제도의 구축
세번째로, 무론게는 전략에 부합하는 조직 업적평가제도를 확립하였다. 닛산 재건 계획의 목표는 전사적으로 2003년 3월까지 영업이익률 4.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연결영업이익의 관점에서 조직별로 성과 진척을 측정할 수 있고 정량화 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었다. 즉, 닛산이 사업을 전개하는 모든 지역 및 모든 상품이 그룹 전체의 연결영업이익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중심으로 조직을 평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는 사내에서 임원, 팀장, 팀원 등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조직별로 어느 정도의 진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피드백 해 주었다.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성과부진요인을 파악하여 개선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실적의 개선으로 나타났다.
사내 정보와 동일한 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
네번째로, 애널리스트, 주주, 펀드매니저, 은행, 신용평가기관 등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활동을 하였다. CFO는 기업 목표를 구체적으로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분기별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가능한 자주 제공하였다.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투자자에게도 사내 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였다.
CFO는 투자자의 평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자의 평가를 경영진에게 전달하였다. 투자자의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기업의 잘하고 있는 점과 못하고 있는 점을 파악하고, 못하고 있는 점을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데 활용하였다.
투자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닛산 자동차는 3명의 IR 담당자를 구성해 놓고, 애널리스트, 신용평가기관, 펀드매니저, 주주 등의 요구에 응대하고 있다. CFO는 IR팀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역량있는 사람들을 선발하였고, IR팀은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성과 등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라고 요청하였다.
자금조달의 최적화를 통한 금융비용 절감
다섯번째로, 자금조달규모의 최적화, 현금 매니지먼트의 체계화 등을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하였다. 금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규모를 줄이면 되지만 이는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이 없는 잉여자금의 잔금을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현금규모가 많을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현금에서 벌어들인 돈이 자금조달 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부족자금을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코스트로 조달하여야 한다. 최적 자금조달 규모의 파악을 위해 CFO는 매월의 현금흐름을 예측하였다. 어느 조직에서,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 운용 자금상의 수요인지, 설비투자 상의 수요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였다. 매월 미래 현금흐름의 파악과 예측을 통해 단기적, 중기적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자금조달 규모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현금 매니지먼트 방법도 개선하였다. 기업의 자금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금결제에 있어 네팅(Netting)을 행함으로써 협력업체, 고객 등과 거래 빈도가 줄어들고, 그 만큼 거래비용도 줄어들었다. 네팅 등의 방법을 통해 현금 매니지먼트 능력을 제고함으로써 현금의 과부족이나, 헛된 현금의 휴면기간(float)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효율적인 현금 매니지먼트 체제에 의해 기업 전체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유동성의 증가에 의해 지불능력의 리스크가 경감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현금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거래은행의 수도 대폭 줄이는 것도 필요하였다. 거래은행 수가 줄어들면 기업의 자금 집중, 지불 등의 측면에서 수월해지는 이점이 있다. 은행 선택의 기준은 첫째, 글로벌 영업망을 가진 은행이어야 하고, 둘째, 서비스의 비용 및 품질이 우수해야 하고, 셋째, 은행의 재무상태가 건전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 기준을 통해 12개의 주거래은행을 선발하였다. 주거래은행 중 3개가 일본계, 2개가 미국계, 나머지 7개가 유럽계 은행이다.
자금조달규모의 최적화, 현금 매니지먼트의 개선, 거래은행 수를 줄이는 활동은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9회계연도의 금융비용은 800억엔이었으나, 2001회계연도에는 300억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마지막으로, 기업 리스크 관리에 있어 정보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리스크 요인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룹 전반의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정비하였고, 동일한 회계기준을 적용하여 정보를 산출하였다. 정보 인프라를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이후, 기업이 직면한 비즈니스 리스크, 금융 리스크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 대응하면 좋은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명확히 하였다.
금융 자회사를 신설하여 사업 위험을 줄였다. 미국에 NMAC (Nissan Motor Acceptance Cor-poration), 일본에 NFS(Nissan Financial Service)라는 금융회사를 설립하여, 신차 등의 판매에 있어 이들 회사가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비즈니스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결국, 금융회사에 대해 전반적인 관리를 CFO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닛산의 사례에서와 같이 CFO는 기업의 사활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기업환경 하에서 CFO에게 새로운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CFO는 CEO의 지원과 견제기능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업개혁의 리더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