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의 광고(PPL)에 관한 몇가지 오해 스크린 속의 광고(PPL)에 관한 몇가지 오해

박정현 | 2003-07-09 |

최근 기업의 상품을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매체에 등장시키는 PPL(Product Placement) 기법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해하기 쉬운 PPL에 관한 궁금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 보았다.

최근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로고를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매체에 등장 시키는 PPL (Product Placement) 기법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개봉되어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매트릭스’ 후속 편에는 국내 모 전자업체의 휴대폰이 등장한다고 하여 관심을 모으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PPL은 과연 그 효과면에서 기존의 상업 광고 기법에 비해 탁월한 것일까? 이에 관하여 쉽사리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동안 영화에 등장했던 PPL의 사례들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에 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해하기 쉬운 PPL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한다.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 PPL(Product Placement)

PPL은 영화나 TV 드라마 등과 같은 영상 매체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간접 광고 기법이다. 브랜드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버클리 대학의 데이비드 아커 명예 교수는 소비자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광고는 여전히 중요시 되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PPL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실제로 작년 포춘 500대 기업의 마케팅 임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에 매체 광고에 대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기업 PR, PPL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PPL의 전성기를 마련한 계기는 유명한 1982년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한 Leese’s Piece 회사의 초코볼 ‘m&m’은 PPL 효과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증명하였다. 작고 못생긴 외계인이 영화 속에서 초코릿으로 덮여있는 땅콩 과자를 먹는 행동만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ET가 상영된 후 3개월만에 m&m의 매출은 66%나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PPL의 어떠한 특성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더불어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왜 PPL(Product Placement)인가?

최근 PPL이 더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스럽게 브랜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기존의 광고가 가진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는 광고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수많은 광고물로 인한 심리적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일상적인 제품들은 극의 현실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다.

둘째, 극의 몰입으로 인하여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효과적이다. 영화 만큼 사람을 집중 시키는 매체도 드물다. 실제로 미국 마케팅 학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화 장면 속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된 영화가 개봉된 이후 콜라 소비량이 늘었다고 한다.

셋째, 2차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만이 PPL의 대상소비자가 아니다. 영화가 극장의 간판에서 막을 내린 후에도 비디오, 케이블 TV, 공중파 방송 등의 2, 3차에 걸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PPL의 노출률은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넷째. 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PPL은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가 성공을 거둘 경우 전세계 3~4억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어떤 매체와도 비교가 안될 만큼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영화가 급성장 하면서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 사례가 빈번해 지는 만큼 PPL의 효과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PPL(Product Placement)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 풀어보기

이와 같이 PPL은 기존의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광고 기법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해외의 유수 기업이 PPL을 한다고 하여 이를 명확한 기준 및 체계적인 관리없이 따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PPL에 관하여 자칫하면 오해하기 쉬운 사항에 관하여 짚어보도록 한다.

● PPL은 매출 증대가 목표이다?

광고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잘못된 신념중의 하나가 ‘광고는 매출을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광고 한 편이 매출 증대의 일등 공신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매출 부진의 모든 책임을 혼자서 뒤집어써야 하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출을 결정짓는 변수는 광고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잘 만든 광고도 소용없다. 판촉이나 기타 변수들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광고의 목표는 ‘매출 목표’보다는 인지도 제고나 태도 향상 등의 ‘커뮤니케이션 목표’에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PPL도 마찬가지다. PPL을 통해 매출의 폭발적 신장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기대’이다. 영화 E.T.에 등장한 m&m 초코볼의 매출이 66%나 신장한 사건이 우리 브랜드에도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은 일찍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PPL을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PPL이 브랜드 회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태도 형성이나 구매의도에 대한 영향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속 화제가 된 브랜드에 대해 특정 계층에서 일종의 유행이 된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유행에 민감한 속성을 가진 우리 소비자를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현상이나 이는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시적 유행인 패드(Fad)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PPL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회상률 제고에 맞추어져야 하며 기업은 PPL을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여 그 효과를 과대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PPL은 모든 제품에 효과적이다?

기업의 모든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나 호의적 이미지 구축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PPL을 통해 해당 브랜드를 구매 단계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PPL로 등장시킬 브랜드의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가진 브랜드가 PPL에 상대적으로 효과적일까?

PPL에는 무엇보다 신제품이 효과적이다. PPL이 기본적으로 인지도와 회상률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PPL은 신제품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거액의 자금을 들여 영화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호화로운 신제품 등장으로 유명한 영화 007 시리즈 중 1995년에 개봉한 ‘GoldenEye’에서는 BMW가 신제품 ‘Z3 Roadstar’ 홍보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면서 광고 및 이벤트, 각종 프로모션 등이 결합된 대 고객 유혹에 만전을 기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PPL은 제품 노출이 많을수록 좋다?

PPL에서 노출되는 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영화, 드라마 등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을수록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고 의도된 연출에 의한 제품 노출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해를 미칠 우려가 있다. 자연스럽고 적합한 상황에서 출연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노출될 경우가 오히려 효과적이다. 특히, 이러한 부정적 효과가 더욱 우려되는 분야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모 드라마에서 극중 냉동고, 생식 등에 관한 성능 및 효과를 여러 회에 걸쳐 지나치게 강조해 시청자 들의 빈축을 산 경우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영화는 다소 직접적인 언급과 노출이 오히려 더 큰 자연스러움과 현실감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의 모 카드 사례는 매우 적합한 사례이다. 막무가내로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주인공에게 중년 신사가 “아니, 온 국민이 다 쓰는 ○○카드를 왜 안 받아요?”라로 얘기하는 장면은 영화 속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면서 관객들에게 제품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사례로 꼽힌다.

또한 영화 ‘공동 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중사역을 맡은 배우가 “내 소원은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라고 말하며 초코파이를 입에 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개봉 이후 초코파이의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매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과 업체로서는 초코파이와 제작 지원비 100만원을 통해 예상치 못한 횡재를 한 것이다.

● PPL은 통제할 수 없다?

007 시리즈에서 BMW, 포드, 벤츠 등 막강한 자동차 업체들은 일명 ‘본드카’로 간택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이들이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 BMW가 본드카로 채택된 영화에서 벤츠가 악당의 차로 등장하자 다음 편에서는 벤츠가 본드카로 등장하여 BMW를 탄 악당을 박살내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경쟁사의 브랜드에 악역을 맡기는 이른바 De-PPL이라 할만하다. BMW나 벤츠로서는 악당의 차로 나타날 바에야 아예 등장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키고도 부정적인 평판만 듣게 된 이런 결과에 대해 PPL 통제의 어려움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간섭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촬영 도중 콘티가 바뀌고 편집 도중 잘려나가는 일이 많아 기업들이 PPL에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PPL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인가? 2000년 개봉된 ‘캐스트 어웨이’에서 페덱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덱스는 사장이 영화의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관여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총 상영시간 2시간 30분 중 70여분 동안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뿐만 아니라 무인도에서 구조된 주인공(페덱스 직원)이 우편물을 잊지 않고 고객에게 배달함으로써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기업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주도 면밀하게 이루어진 페덱스의 PPL사례는 통제의 어려움만 탓하며 영화사가 ‘알아서 해주기만’ 기대하는 관행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PPL은 단순히 영화 속 일시적인 제품 노출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제품 노출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케팅 활동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PPL은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요즈음 단순히 제품 노출에 불과하던 PPL을 이벤트, 홍보 전시회, 공동 프로모션, 게임, 뮤직 비디오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통합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증대 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들의 전략적 역할을 비교 검토하고 브랜드 이미지의 명료성과 일관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상호 연관성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단순한 조합을 통한 고객 유인은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국내 모 화장품 업체는 영화 ‘시티 오브 엔젤’의 영화 포스터 비주얼을 이용한 해외 영화사와의 공동 프로모션 전략을 활용하여 제품 컨셉트와 어울리는 영화 주인공이 마치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편, PPL로 인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폭되도록 지속적이고 시의적절한 ‘화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제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구매로 유도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으며 이런 활동이 긍정적인 구전과 결합한다면 더욱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PPL 전담 조직의 활용을 통하여 더욱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BMW는 007 시리즈 ‘GoldenEye’의 ‘Z3 Roadstar’를 홍보하기 위해 화려하게 꾸민 ‘Z3’를 시민 광장, 백화점, 영화관 등에 전시하였으며 길거리에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전국 로드쇼를 통해 거리 시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더불어, PPL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PPL 전담 사업 팀을 조직하여 영화 기획 단계 이전부터 꾸준히 신제품 ‘Z3’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였다.

PPL은 분명 현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영화 속에서 기업이 의도적으로 노출 시키는 제품에 관하여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지도 모른다. 소비자는 기업만큼 PPL의 대상 제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관심 없이 흘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업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잘 나가는 영화, 드라마 등에 단순히 노출 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이며 지속적으로 유혹하여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PPL이 소비자를 겨냥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도록 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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