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고용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박지원 | 2003-04-23 |

제품 브랜드 만큼이나 노동 시장에서의 고용 브랜드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인재 전쟁의 시대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고용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Burberry는 체크 무늬 패턴 하나만으로도 오랫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 의류의 선도 기업인 NIKE는 ‘스포츠 강자’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전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충성도가 높아 불황기에도 고객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의 성공 비결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브랜드 가치이다. 그들만의 차별화된 브랜드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노동 시장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우수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가 되려면 모두가 근무하고 싶어하는 직장, 즉 고용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여야 한다. 차별화된 고용 브랜드 가치가 인재 전쟁에서 기업을 승리로 이끄는 핵심 요인일 것이다.


고용 브랜드란?

Fortune지는 매년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이 회사들은 우수 인재를 안정적으로 유치·유지하고 구성원의 로열티가 높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핵심 요인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고용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란 특정 회사가 고용 관계와 관련하여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총체적인 이미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노동 시장 내의 잠재 인력들이 특정 회사에 대해서 ‘일은 많고 보수도 적으며 배울 것이 없는 곳’이라고 인식한다면 그 회사는 고용 브랜드 가치가 매우 낮은 것이다. 반면 잠재 인력들이 특정 회사에 대해 ‘능력 개발의 기회가 되는 곳, 보수가 많은 곳, 또는 유능한 상사가 많은 곳’이라고 인식한다면 이는 고용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즉, 고용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는 우수 인재를 유인하는 매력적인 요인, 또는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 고유의 차별화된 고용 요인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이 높은 고용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재들이 회사에서 바라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고용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인들로는 기업의 문화, 경영 스타일, 현 구성원들의 질적 수준, 경력 개발의 기회, 일과 삶의 균형 정도, 그리고 동종업계나 지역 사회에서의 선도 기업 이미지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Southwest Airlines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통해 ‘유머와 즐거움이 있는 직장’이라는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였다. GE는 ‘세계적 수준의 경영에 동참하는 인재’라는 고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GE에서 근무한 관리자들은 많은 기업에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수 인재들은 GE를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선호하고 있다.


왜 고용 브랜드가 중요한가?

그렇다면 왜 고용 브랜드에 주목해야 하는가? 첫째, 높은 고용 브랜드 가치는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게 한다. HR 담당자들이 사람은 많은데 쓸만한 인재가 없다며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베이비 붐 세대 이후 출생률이 계속적으로 저하되면서, 2020년까지 노동 인력의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미국의 인구 통계 조사는 기업의 인재 확보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인재를 적절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 기업과 차별화된 확실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전자 부품 및 컴퓨터 용품 유통업체인 Arrow Electronics는 Intel이나 Motorola와 같이 확실한 제품 브랜드를 갖지 못하고 있지만 ‘구성원의 능력 개발’면에서 탁월한 고용 브랜드 이미지를 가짐으로써 세계 유명 대학에서 배출된 우수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높은 고용 브랜드 가치는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왜냐하면 고용 브랜드가 높은 회사는 인재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구성원들의 이직률을 낮춤으로써 이직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매업은 그 특성상 구성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Container Store는 ‘학습을 통한 구성원 능력 개발’과 ‘업무의 자율성 부여’라는 차별화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구성원 이직률을 동종업계 평균 이직률의 1/4로 줄였다. 또한 인재의 이직이 낮아짐으로써 업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우수 인재의 지식과 경험이 전수되어 학습 효과를 촉진하게 되었다.


고용 브랜드 가치 제고의 성공 포인트

Luverne & Company의 회장은 ‘HR 담당자들은 가장 경쟁적이고 우수한 HR 상품을 기획해서 인재들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인재들이 기업의 일원이 되어 회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HR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이제 기업은 구성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전략적이며 적극적인 HR 마케팅과 연계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인적 자원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제품 브랜드 만큼이나 고용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차별화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고 그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

● 회사의 특성에 맞춰라

고용 브랜드는 회사의 특성 및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Fortune에 선정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의 고용 브랜드를 그대로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회사의 고용 브랜드로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업무 특성이나 문화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의 비전이나 목적 뿐만 아니라 회사의 규모, 채용 전략, 위치, 업무 특성, 고유 문화 등과 구성원의 스킬, 업무 스타일, 행동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더 효과적인 고용 브랜드가 구축될 것이다(<그림1> 참조).

● 타겟 인재가 원하는 가치를 파악해라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고용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은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인지하고, 내·외부의 인재를 대상으로 그들이 회사에서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고용 브랜드에 반영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에 대해서 상세한 시장 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HR 측면에서는 현 구성원이나 외부 노동 시장에 대한 연구 조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재들이 원하는 가치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그림2> 참조). 이 과정에서는 조사 대상의 타겟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겟을 명확히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 내 업무를 분류해서 업무 특성에 맞는 인재 유형을 정의하고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IT 전문가, 고객 상담 및 예금 관리, 딜러 등 업무 특성에 따른 인재 유형을 구분하고, 각 업무에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회사에서 원하는 가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외부 인력에 대한 조사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니즈, 기대 등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적이고 신뢰성 있는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만족과 그들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경쟁사와 차별화해라

고용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이슈는 경쟁사와 다른, 자사의 독특한 고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별화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재들이 회사에서 바라는 가치 중에서 자사가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추출해야 한다. 핵심이 되는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의 강점이 될만한 요소들, 경쟁사와 고용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요소들, 그리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요소들을 기준으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그림3> 참조). 즉, 남들보다 강점이 있는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들을 반영하려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Multiple 브랜드도 고려해라

업무 특성에 따라 Multiple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니즈는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R&D 연구 인력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고, 영업 인력들은 성과에 따른 강한 보상을 원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회사는 각 업무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이 원하는 가치를 파악해서 업무 영역별로 적절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즉, 회사가 하나의 고용 브랜드를 갖추기 보다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공통의 가치들과 업무 특성에 따른 개별 가치를 적절히 혼용하여 다양한 고용 브랜드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 일례로 한 은행의 조사 결과 금전 출납원과 IT 전문 관리자, 그리고 예금 관리자들은 서로 다른 기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때 업무별 특성에 따른 고용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데, 고객을 대상으로 장시간 창구에서 근무하는 금전 출납원들의 경우, 그들이 회사에서 기대하는 유연한 시간관리와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의 요소들을 중심으로 개별 고용 브랜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니즈를 반영해서 유연하게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전 직무에 대한 정기 공채보다는 특정 직무에 대한 수시 채용이 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 내에서도 특정 분야에 적합한 다양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리가 필수

성공적인 고용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고용 브랜드는 결코 단기간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며, 구축 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관리되어야 한다. 제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케팅 팀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듯, 고용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HR 부문에도 브랜드 관리자가 필요하다. 브랜드 관리자는 지속적으로 회사의 고용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고, 내부 구성원과 잠재 인력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으며 회사의 핵심 가치와 구성원들의 니즈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고용 브랜드를 알리고 그들이 공감함으로써 내부적으로도 고용 브랜드를 정착시켜야 한다.

몇몇 회사들은 잠재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의 채용 광고를 실시한다. 또는 채용 박람회나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요란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단발적인 인재 유치 활동으로 고용 브랜드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고용 브랜드는 철저히 구성원과 잠재 인력의 입장에서 충분한 연구를 통해 기업이 갖는 강점을 부각시키는 장기적인 인재 경영 방안이다. 기업들은 이제 회사의 고용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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