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제도가 기업의 새로운 소유구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자의 ‘주인문화’를 기초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부가 증대되는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의 복지 향상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기업 및 정부 정책 지원 하에 근로자로 하여금 자사주를 취득, 보유하게 하는 제도이다. 지난해(2002년 1월)에 (구) 우리사주제도를 보완하여 도입된 근로자복지기본법에 근거한 우리사주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이하는 ESOP로 표시함)를 소개하고 우리사주제도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사주제도(ESOP)란
ESOP는 종업원기업소유제의 일종으로 근로자가 자본에 참여하여 기업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본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주장되어 왔다. ESOP는 (구)우리사주조합제도에 기업출연부분을 추가한 제도로 근로자복지기본법에 근거하고 있다. (구)우리사주제도는 증권거래법에 규정되어 기업공개 또는 유상증자를 할 때 자사주를 근로자 부담으로 취득할 수 있는 제도인 반면 우리사주제도는 우선배정 이외에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근로자에게 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근로자가 출연한 자금은 1년에 24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되고 기업이 출연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손금산입되는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우리사주제도에서 자사주는 개인별 계정과 조합계정으로 구분되어 관리되는데 근로자가 출연한 부분은 즉시 근로자 개인 계정으로 배정되고 회사가 출연한 자사주는 회사 사정에 따라 3년~7년동안 조합계정으로 두었다가 개인별 계정에 배정된다. 개인별 계정에 배정된 주식은 한국증권금융에 1년간 의무예탁을 한 이후 인출할 수 있다. 만일 의무예탁기간 이내에 인출하면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한편, 국내 우리사주제도는 현재 기업의 출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면에서 종업원주식매입제도(Employee Stock Purchase Plan)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사주제도는 미국의 ESOP 제도와도 몇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 1> 참조).
첫째, 미국의 경우 자사주 취득에 있어 우선배정제가 없으며 회사의 출연금을 통하거나 차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국내 우리사주제도는 회사의 출연이나 차입을 통해 가능하지만 주로 우선배정을 통해 주식을 취득하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둘째, 미국 ESOP는 ESOP를 통해 취득한 주식은 세제지원을 통해 퇴직시까지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세제혜택으로 근로자에게는 배당 등의 소득에 대해 퇴직시까지 소득세가 이연되며 기업에게는 출연금에 대해 손비를 인정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에 대해서도 손비를 인정해 주고 있다. 한편 우리사주제도는 개인배정 후 1년간 의무예탁 후 인출가능하며 3년이상 보유하면 저율분리과세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셋째, 미국 ESOP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 등의 신탁구조로 운영되어 ESOP운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수탁자가 운영하게 되어 있다. 국내 우리사주제도는 조합원총회에서 조합장 및 임원을 선출하고 우리사주조합운영회는 회사대표와 우리사주조합대표 동수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사주제도의 현황
미국의 경우 2002년 현재 10,000개 이상의 기업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상장기업 중에서는 10% 정도가 채택하고 있다. ESOP를 채택한 10,000개 기업 중 6,000개 기업에서 기업의 전략 및 문화를 결정하는데 근로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ESOP Association: www.the-esop-emplowner.org). 국내 기업의 경우 2002년말 현재 근로자가 전액 출연한 우리사주조합이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기업은 51% 정도이나 근로자의 보유지분율이 낮으며 보유기간 또한 1년 미만인 경우가 53.7%로 대부분 단기간 보유하여 근로자 재산형성, 노사관계 안정과 같은 우리사주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중 우리사주조합이 주식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은 1999년 419개사, 2000년 337개사, 2001년에 291개사, 2002년에는 289개사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에서 우리사주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사주제도는 우선배정을 근간으로 하여 근로자의 자금으로 증자나 기업공개시에 발행주식의 20%까지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2002년부터 회사의 출연이나 차입금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주가수준이 낮기 때문에 성과급 형태로 주어지는 우리사주에 대해 근로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여전히 우선배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근로자의 소유지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일정기간 보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998년까지는 7년동안 의무적으로 예탁하도록 하였으나 1999년부터 1년으로 단축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자사주를 단기간 보유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무보유기간 단축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장기간 보유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우리사주조합 지분율 상위 20위이내에 속한 기업과 전체 상장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24%로 전체평균인 7.21%보다 높지만 경상이익률과 순이익률은 3.76%, 2.68%로 전체평균인 6.43%, 4.86%보다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의 경영성과가 전체 상장기업의 경우보다 낮은 이유는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낮아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며 우리사주제도가 주로 주식시장의 안정적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기업 공개시 활용되어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기업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미흡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사주제도의 용도
우리사주제도는 기업들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으며 소유제도에 대한 개입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우선 근로자의 복리후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자사주를 보유함으로써 근로소득이외 배당소득을 누릴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차입형 우리사주제도를 이용할 경우 당장 현금지출이 없이도 근로자에게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될 수 있다. 우리사주제도는 기업의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ESOP 주식이 의결권을 경영진과 동일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한정되지만 대체로 근로자들은 적대적 인수,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호지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자금조달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ESOP를 통해 자금차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입형 ESOP를 활용하여 기업인수를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차입형 기업인수(Leveraged Buyout:LBO)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부 금융기관과 경영진간 제휴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지만 ESOP LBO는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외부차입금을 조달하고 근로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다 저렴하게 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기업인수 후 구조조정의 수위를 낮추고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사주제도의 성공조건
유나이티드 항공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우리사주제도 성공은 주인의식 창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주인의식 및 주인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서 권위적이거나 통제적인 관리방식보다는 근로자를 주인으로 대우하고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주인의식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근로자가 기업소유자라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영업상태 및 전망, 재무상태에 대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여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둘째,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자신의 업무성과가 기업의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방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즉 근로자의 역할과 경영자의 역할이 근로자 참여와 관련해서 어떤 것인지에 관해 근로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시장에서 경쟁이 극심한 경우, 기업의 고용인력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 노사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 등에 종업원 의사결정 참여가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근로자의 경영참여는 노사간 협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자들이 기업경영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근로자들의 행동이 기업의 전체 흐름에 적합하도록 기업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근로자들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사주제도와 기업경영성과와의 관계에 관한 교육, 훈련이 필수적이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주식을 이전에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주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모르므로 기업의 자산, 이익과 자신의 업무성과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근로자들에게 궁극적으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가격이 상승하여 이익이 된다는 것을 믿고 이해시킴으로써 우리사주제도가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 요인이 되도록 운영되어야 하겠다.
장기보유 인센티브 필요
2004년 이후 도입될 예정인 기업연금제도와 더불어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기업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향상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의 ESOP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퇴직이후 인출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연금제도와 더불어 퇴직 후 소득보장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사주제도가 종업원주주제도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재 단기보유에 치중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할 경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주가수준이 낮아 투자자산으로 매력도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성과급으로 자사주보다는 현금을 선호해 우리사주제도에서 기업이 출연하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우리사주제도가 기업의 새로운 소유구조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자들이 주인이라는 ‘주인문화’를 기초로 기업의 장기적 성과를 향상시켜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부가 증대되는 선순환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사주제도가 잘 운영된다면 근로자에게는 재산형성, 경영참여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생산성 향상, 자금조달,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부터 방어 기능을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전반에 걸쳐 소유분산을 촉진하고 부의 공평한 분배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