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져 있는 기업가치를 찾아라 숨겨져 있는 기업가치를 찾아라

최병현 | 2002-11-13 |

서비스 산업 및 정보기술의 발달, 산업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유형자산 보다는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업가치는 현재 혹은 미래의 예상되는 현금흐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혹은 미래의 현금흐름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에 의해서 창출된다. 유형자산은 눈에 보이는 자산으로서 재무제표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무형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서 영업권, 산업재산권 등 기업회계기준에서 규정하여 있는 항목을 제외하고는 재무제표에서 파악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무형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게 기업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다.


무형자산 혁명의 시대

조립, 장치산업이 제조업의 주류를 이루었던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의 정보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1990년 후반 이후 IT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재무제표의 정보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게 되었다.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러한 동향에 대해 미국의 학자들은 “무형자산 혁명의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구성하고 있는 무형자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경영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무형자산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Sveiby이다. Sveivy는 기업가치의 근원을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또다시 무형자산을 종업원 역량, 내부구조, 외부구조로 구분하였다(<그림 1> 참조). 무형자산 가운데 종업원 역량에 관한 항목으로는 종업원의 기술, 경력 등을, 내부구조에 관한 항목으로는 IT투자액, 조직 효율성 등을, 외부구조로는 고객만족도 지수, 브랜드 가치,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을 세부 항목으로 도출하였다. 그리고 그 세부항목을 계량화하여 전체적인 무형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려고 시도하였다.

이처럼 무형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내부적으로 축적된 무형자산은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가 유형자산보다 더욱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가 유형자산 보다 큰 이유로는 무형자산이 지닌 세 가지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지식, 기술, 브랜드 등은 경영환경변화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지만 고갈되지 않는 자산으로 지속적인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둘째, 무형자산은 특정기업의 고유자산으로서 쉽게 모방되지 않는 자산이다. 반면 유형자산은 외부경쟁사에게 쉽게 노출되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것이 어렵다. 셋째, 무형자산의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들 수 있다. 무형자산은 시간적, 공간적, 양적인 제한을 받지 않는 자원이기 때문에 동시 다발적으로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자산의 활용이 가능하다. 활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효용이 높아지는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체득한 기술적 노하우를 예를 들어보자. 기술적 노하우가 유형자산이라면 체득한 현장에서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간단한 전달교육 만으로도 많은 공장현장에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숨겨져 있는 기업가치

이같은 특징을 지닌 무형자산은 기업가치의 창출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의 가치에 따라 숨겨진 기업의 가치는 결정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무형자산으로 브랜드 가치를 들 수 있다. 2002년 기준으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700억 달러,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640억 달러 규모이다. 그렇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어디에도 그 가치가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코카콜라,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브랜드가 현재 혹은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브랜드 가치로 평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영자의 리더십을 가치로 평가한 사례도 있다. GE의 잭웰치의 리더십의 자산가치는 71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잭웰치의 리더십은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계량화된 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는 많다. MIT 교수인 코타리는 1990년대 말 이미 무형자산 가치는 유형자산 가치의 3배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면서 숨겨진 기업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도 기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무형자산 가치는 유형자산 가치의 4.6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갈수록 기업가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무형자산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무형자산의 비중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순자산 가치를 초과하는 시가총액을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기업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PBR을 가지고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만약 PBR이 1보다 크다면 기업의 순자산 가치 이상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경우로서 무형자산이 기업가치 창출에 공헌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상장기업 시가총액 대비 무형자산 비중 상당히 낮은 수준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시가 총액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인정하는 기업가치라고 할 수 있는 시가총액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형자산의 비중보다 크거나 동등하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는 시가총액 대비 유형자산은 30%, 무형자산은 70%로 나타나 그 비율이 역전되었다. 무형자산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되어 2010년도에는 무형자산 80%, 유형자산 20%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일한 분석방법을 가지고 국내 KOSPI 200 소속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97년부터 2001년까지의 기간중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를 초과한 연도는 1999년 단 1개 연도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1999년의 시가총액 대비 무형자산의 비중도 32%에 불과하여 미국기업에 비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무형자산의 비중은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가 저평가로 무형자산 가치 반영 미미

또 PBR을 가지고 국내 상장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를 평가해보았다. <그림 4>는 1997년 이후 국내상장 기업을 KOSPI 200 소속기업과 KOSPI 200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여 PBR값(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가치(자본의 장부가치)로 나눈 비중)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PBR이 1보다 큰 기업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무형자산의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장부에 나타나 있는 순자산가치 이상을 시장에서 평가 받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는 바와 KOSPI 200 소속기업들은 IMF 이후인 97년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99년 평균 PBR은 약 1.5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 후 2000년도에는 0.8로 떨어진 후 2001년에는 1.0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KOSPI 200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은 97년을 제외하고는 KOSPI 200기업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PBR값을 나타내고 있다. 두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PBR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내 상장기업들은 아직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7년도 나스닥 산업지수 평균 PBR이 약 4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상장 기업들은 주가가 상당수준 저평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KOSPI 200 소속기업들은 PBR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시장에서 숨겨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OSPI 200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은 평균 PBR이 1 미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순자산가치 만큼도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전반적으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는 시장가치를 통해서 평가하기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숨겨진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미진한 까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숨겨진 기업가치를 찾아서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에의 투자는 결국에는 보이는 기업의 성과로 나타난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R&D 투자와 광고선전비 지출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기업회계 기준에서는 R&D 투자는 특정요건을 갖추는 경우 무형자산으로 계상되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고비 지출도 무형자산의 가치증대에는 도움을 주지만 당기 비용으로 처리된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 R&D지출의 증가는 평균적으로 순자산가치 대비 시장가치비율을 4.3%, 1%의 광고선전비 지출의 증가는 동비율을 1.8%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의 투자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가치로 나타난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하게 평가 받는 시점에서 무형자산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서 숨겨진 기업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첫째, 무형자산과 기업가치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자사가 지니고 있는 무형자산의 유형을 분류하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산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무형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핵심 성과평가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유형자산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재무적 성과평가 요소가 강조되었다. 그런데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재무적 성과는 물론 비재무적 성과를 강조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관리회계 학자인 Ittner는 비재무적 성과 지표는 재무적 성과지표의 선행지수(leading indicator)임을 실증을 통해서 강조하였다. 고객 만족도 지수 등 비재무적 성과지표의 향상은 당장의 재무적 성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향후 재무적 성과의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지표를 망라하여 무형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성과 지표를 선정하여 관리해야 한다.

셋째, 기업 가치 창출에 영향을 주는 무형자산에 관해서는 이해관계자 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무형자산의 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특정 무형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인지를 회계정보를 통해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치창출과 연결되는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자발적 공시 등을 통해서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미국기업들이 자사가 지니고 있는 무형자산에 대해서 자발적 공시를 통해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 숨겨진 기업가치로서 무형자산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지식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무형자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문구가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에 이미 접어든 것이다. 무형자산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숨겨져 있는 기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알리려는 기업가치 창출활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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