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위험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김종호 | 2003-09-10 |

기업 경영에 있어 위험관리의 중요성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험관리의 목적과 실행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위험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성공적인 위험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알아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 사전적인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환경은 수많은 위험들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열쇠로써 위험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위험관리”를 중요한 실행 전략으로 설정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무엇을 위해서, 어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위험관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지금까지 위험관리 하면, 기업 재무활동의 한 부분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보통이었다. 자금조달이나 투자업무에 있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으며, 분산투자나 여러가지 금융상품 등을 이용하여 재무적인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인 위험관리 활동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경영 환경의 변화는 위험관리의 의미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현대의 기업 경영은 세계화(Globalization), 전산화(Digitization), 분권화(Decentralization), 금융화(Capitalization) 등으로 특징 지워지며, 이에 따라 전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기술적 불확실성은 경영 활동에 직접,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회와 위험의 양면을 가진 동전과 같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수많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불확실성을 대상으로 위험관리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제 위험관리는 무조건적으로 위험을 회피(Avoidance)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수익의 상관관계(Risk-return Trade Off)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Manage-ment)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만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차별화 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성장 동력과 가치 극대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위험관리는 그저 비용을 발생시키는 활동(Cost Center)이며, 기업 성과 및 가치제고와는 비교적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기업의 가치사슬 (Value Chain)에서도 알 수 있듯이, R&D, 생산, 마케팅 등의 활동들은 직접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한다. 물론 위험관리가 이들 활동처럼 직접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이바지하게 된다. 경영 성과의 안정성을 강화하여,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목표 달성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칭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위험관리로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실현하는 기업이 높은 점수를 받고, 가치가 증대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결국, 기업 경영에 있어 효과적인 위험관리는 단순히 위험을 회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위험의 실체를 이해하고, 이러한 위험 속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구체화된 일련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위험관리의 의미는 단순한 위험 감소에서 기업가치 극대화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한 위험관리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 것인가?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계획하고 실행하기에 앞서 ‘위험’이 뜻하는 정확한 의미를 먼저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우산 장사와 위험의 의미

일반적으로 위험(Risk)이란 손실이나 상해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서의 위험도 이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겠지만,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위험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개념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산장사의 이야기를 통해 위험의 의미를 알아보기로 하자.

우산 장사에게는 내일 비가 올 지, 해가 날 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 발생하게 되며, 날씨에 대한 불확실성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내일 비가 많이 오게 될 경우 우산이 잘 팔려서 많은 돈을 벌게 될 가능성과 해가 나게 될 경우 우산이 잘 팔리지 않아서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다. 이 중 두번째 경우, 즉 해가 나서 우산이 팔리지 않고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 (Possibility)’을 우산 장사의 위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개념이 위험 요인(Risk Factor)이다. 위험 요인은 위험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지칭하는데 이 경우에는 맑은 날씨가 바로 경영상의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 요인이다.

그렇다면 위기(Crisis)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위기를 생각할 때, 이라크 전쟁이나 세계무역센터 테러 등 재해 사건들을 주로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도 위기의 한 유형이지만, 위험관리의 관점에서는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되어 부정적인 결과가 이미 발생한 상황을 의미한다. 내일이 찾아오고 날씨가 맑아서 이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 이를 우산 장사의 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면, 불확실성 하에서 위험 요인으로 인해 위험이 발생하고, 위험이 현실화되어 위기가 되는 것이므로, 각각의 개념들은 일종의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위험관리에서는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위험을 예방, 회피하려는 사전적인 대응 활동을 위험관리(Risk Management), 기 현실화된 위험에 대한 사후적인 대응을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기업이 직면하는 여러가지 위험

그렇다면 기업에게 발생 가능한 위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위험의 유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나서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영 위험은 그 발생 원천, 즉 위험 요인에 따라 시장 위험, 신용 위험, 운영 위험, 사업 위험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시장 위험(Market Risk)은 환율, 금리 등과 같은 금융 시장 지표들의 변동성(Volatility)이 기업의 성과 및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위험을 의미한다. 환위험이나 금리위험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수출이나 해외 사업의 비중이 클수록, 금융 거래의 규모가 클수록 시장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는 커지게 된다.

신용 위험(Credit Risk)은 경영상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채무 기업의 파산, 대손의 발생, 신용 등급 하락 등과 관련하여 발생하게 되며, 특히 여신 거래가 많은 금융 기관에서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위험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운영 위험(Operational Risk)은 기업 운영 과정에 차질을 빚는 데서 발생하는 위험을 지칭한다. 이는 사람이나 기술적 요인에 의해 기업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위험과 자연재해, 전쟁, 법률 소송 등의 외부 위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네트워크 및 전자상거래의 중단과 관련된 e-위험(e-risk)과 임직원의 부정과 비리에 의한 내부 위험은 대표적인 운영 위험이라 하겠다.

사업 위험(Business Risk)은 경제 성장률, 국가 정책 등 거시 경제 환경과 산업 내 경쟁 원리(Rule of the Game) 등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이다. 다른 유형의 위험들에 비해 비교적 뒤늦게 부각되고 있는 위험의 유형이지만, 전략적 의사 결정의 성패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위험이라 할 수 있다.


전사적 위험관리의 등장

이처럼 기업들은 외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위험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위험관리는 단순히 위험 요인을 제거 또는 감소 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인식되었으며, 재무, 인사, 감사 등 각각의 조직 및 부서에서 개별적인 활동으로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현대의 경영 환경 하에서 발생하는 복잡, 다양한 경영 위험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관리 업무의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내부적인 비효율성까지도 초래하게 되었다. 또한 엔론 등 대형 기업의 실패 사례들은 기업의 위험관리에 있어 보다 확장된 역할과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소개되기 시작한 전사적 위험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의 개념은 기업이 직면하는 복잡, 다양한 위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 미국, 유럽 등지의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41% 정도의 기업들이 전사적 위험관리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여러가지 경영 위험들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사적 위험관리는 기업의 장기적인 목적(Purpose)과 전략적인 목표(Goal)를 저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영 상의 위험들을 전사적인 시각에서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일련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기업 가치의 극대화”이다. 첨단 기술 개발이나 원가 절감이 수익성을 제고하여 기업 가치 극대화에 공헌하는 것처럼, 전사적 위험관리는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통해 경영 성과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 극대화에 이바지 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관리의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사적 위험관리는 시스템(System)과 프로세스(Process)로 구성된다. 우선 전사적 위험관리의 시스템은 위험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으며, 기업의 경영 전략 및 방침과 일관성을 확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는 구체화된 위험관리 목표 및 정책, 책임자의 선정과 전담 조직의 구성, 보고 및 평가 체계, 정보 DB의 구축 등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GE 캐피탈 등과 같은 선진 금융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CRO(Chief Risk Officer)라는 위험관리 전담 임원을 중심으로 전사적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점차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화학 기업인 Dupont의 경우도 90년대 중반, 위험관리 정책, 지침, 전략으로 구성되는 전사적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전사적 위험관리의 개념과 목적, 위험관리 위원회의 구조와 역할 등을 명시하는 한편, 위험관리 활동의 책임 소재, 위험 노출 수준의 측정 방법 및 위험 대응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사적 위험관리의 프로세스는 위험의 인식, 평가, 대응, 관찰의 4단계로 구성된다. 물론 이 4가지 활동들은 일회성 업무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 지속되는 것이어야 한다. 먼저 위험의 인식 단계(Identify Risk)는 기업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들을 이해하고 각각의 위험 요인들을 확인하는 단계이다. 사업 전략, 경영 계획,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관계자 인터뷰 등에서 얻어지는 여러 가지 정보와 의견들로부터 기업의 위험 요인들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확인되는 위험 요인들을 발생 빈도(Frequency)와 파급효과(Impact)에 따라 분류하여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차별적으로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위험 평가는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를 선정, 이를 통해 위험의 수준을 정량화하여 측정하는 단계이다. 위험관리에 관련된 의사결정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정보와 분석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위험 요인들을 대상으로 계량화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운영 위험이나 사업 위험의 경우는 정량적인 측정이 곤란하며, 이중 일부는 조직의 주의와 관심만으로도 제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험 대응 활동들은 전략, 사람, 프로세스, 시스템 등과 관련되는 조직 차원의 대안(Organiza-tional Solution)과 정량화 된 시장 위험과 관련되는 재무적 대안(Financial Solution)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최우선

급변하는 현대의 경영환경 하에서 효과적인 위험관리는 경영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위험관리는 이익을 창출하는 활동이 아니라, 불확실성으로부터 경영 성과를 보호하고 안정성을 제고하는 활동인 것이다. 또한 단순히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기업 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총체적인 활동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위험관리는 일시적인 행사나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기업의 핵심 경영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여러가지 경영 위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위험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기술적 역량의 강화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CEO에서 일반 사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위험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주관하는 위험관리 컨퍼런스(Risk Management Round Table)가 개최되었다. 이 컨퍼런스는 마이크로 소프트, 모토롤라, GM 등 세계적인 기업의 위험관리 담당자들과 대학교수 등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위험관리의 트렌드와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모인 세계적인 경영 석학들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가장 큰 적이 바로 ‘위험불감증’이라고 지적하였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그 동안 외형적인 성장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내실을 위한 위험관리에는 문외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경기의 부침에 따라 실적이 등락하는 “환경 의존적”인 특성을 갖게 된 것 역시, 전사적인 위험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튼튼한 경영 체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우 대상 기업의 44.7%가 위기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 효과적인 위험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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