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김재문 | 2003-05-21 |

거시적인 경제 사회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개별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의 종류는 더 다양해지고 강도는 심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위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경제 불황, 지역간 분쟁 등 여러 측면에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더 어려운 점은 이런 위기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90년대말에도 경제가 어려웠으나 이때는 인터넷 붐이 불면서 경제가 호황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발전을 견인할만한 새로운 산업이나 상품이 등장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거시적인 경제 사회 환경이 어려우면 개별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그 강도는 심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효과적인 위기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이러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한 신속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위기 관리의 프로세스에 있어서 놓치기 쉬운, 그러나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포인트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기로 한다.


위기의 유형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는 어디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외부적 위기와 내부적 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 위기의 발생 속도에 따라 돌발적 위기와 점진적 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두가지 축을 기준으로 위기를 유형화해보자.

● 외부-돌발적 위기

우리가 흔히 위기로 인식하는 많은 위기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전쟁, 유가 폭등, 주가 폭락, 특정 국가의 채무 불이행 등은 대표적인 외부-돌발적 위기다. 또한 금융 정책, 노동 정책 등의 변화도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돌발적 위기가 될 수 있다.

● 외부-점진적 위기

소비 트렌드의 변화, 유통 채널의 변화, 산업간의 경계 붕괴, 노동 조건의 변화, 대체품의 개발과 같은 변화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유형의 변화들은 서서히 다가오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둔감하다가 어느 순간에 위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진적 위기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의한 것이 많기 때문에 사고와 같은 돌발적 위기에 비해서 더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리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돌발적 위기에 비해서 더 크다.

● 내부-돌발적 위기

제품 불량, 사고 등 회사 내부의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의해서 유발되는 위기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돌발적 위기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서 품질 관리 체제의 개선, 재난 방지 활동 등을 전개한다. 내부-돌발적 위기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효과적인 위기 관리 체제를 통해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내부-점진적 위기

자사의 핵심 역량이 약화되고, 조직 문화적 문제가 불거지며, 소비자들이 이탈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내부-점진적 위기다. 외부-점진적 위기가 그렇듯이 내부-점진적 위기 역시 기업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자라나게 된다.

그런데, 내부-점진적 위기는 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둔감한 위기가 바로 이 유형이다. 따라서 다른 유형의 위기에 비해 위기 관리의 필요성이 더 크게 대두된다.

지금부터의 논의는 위기 유형 전반을 대상으로 하되, 논의의 초점은 내부-점진적 위기에 두도록 한다.

물론, 위기의 유형에 따라 기본적인 대응 방향이 다르지는 않다. 잠재적 위기를 명확히 파악하고 먼저 행동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은 어느 유형의 위기에나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보다 강조해야 할 점은 위기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잠재적 위기 인식

위기 관리의 출발은 바로 위기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사가 어떤 유형의, 어떤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면한 위기뿐만 아니라, 먼 장래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위기의 유형에 따라, 위기가 발생 가능한 분야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간별로, 잠재적 위기의 목록을 만들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목록에 올라간 잠재 위기들의 원인과 파급 효과 등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증상(Symptom)과 그 증상이 발생하게 된 본질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미래의 잠재적 위기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는 시나리오 분석이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 시나리오 분석 활용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나리오 분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나리오 분석은 ‘몇 개의 상황 시나리오를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 시나리오를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상황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방법은 시나리오 분석의 핵심이다. 자사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 중 불확실성이 높은 요인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방법으로 상황 시나리오를 도출함으로써,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잠재적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 확산적 사고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시나리오 분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창의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잠재적 위험 요인을 샅샅이 찾아내기는 어렵다. 생각의 폭이 현상의 언저리에서 맴돈다면 시나리오 분석은 형식적인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확산적 사고를 통해 시나리오 분석의 내용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 확산적 사고는 나무보다 숲을 보는 거시적 사고 방식이다. 또, 기존의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고 방식이다.

확산적 사고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사고의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확산적 사고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유연한 기업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서 위기를 확인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뒤따라와야 하는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쉽게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 관리의 포인트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선행(先行) 활동과 위기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필요한 대응 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선행적 위기 관리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선행적 위기 관리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과 위기를 예방하는 활동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 컨틴전시 플랜 수립

시라니오 분석에 의해 잠재적 위기가 확인되면, 각 위기별로 그에 대한 대응 계획, 즉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할 때는 먼저, 자사가 어느 수준까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자유도는 곧 자사의 자원 제약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뛰어난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면 사실상 의미없는 계획이 되고 만다.

또,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트리거(Trigger) 포인트를 명확히 해야 한다.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실행 시점을 놓친다면 컨틴전시 플랜은 한번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상황이 종료될 수도 있다.

컨틴전시 플랜의 실행 포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지표들을 개발하여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할 때는 장기적 관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만 위기에 대응하게 되면,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 계획과의 적합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 유지와 위기 대응이라는 두가지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할 때 단기적 계획과 장기적 계획을 분리하여 작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 우리 몸에 생길 지도 모르는 질병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위기라는 것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초 체력이 좋아질 때 질병이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기업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체력이 좋아질 때 위기에 닥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는 특히 외부적 위기보다는 내부적 위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선행적 위기 예방을 위한 기업의 체력 강화는 세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 책임 경영 의식 정착

대외적 손실을 입히는 위기인 경우에는 기업이 책임을 지고, 대내적 위기인 경우에는 경영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식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책임 의식이 정착되어 있어야 미래의 잠재적 위기를 보다 잘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전적 예방 활동에도 충실하게 된다.

● 고객과의 신뢰 관계 강화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고객과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회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판매, AS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고객의 관점에서 재설계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 종업원에 대한 존중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에 직원에 대한 존중이 회사의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존중이 위기를 해결했던 사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의 로열티(Loyalty)가 높기로 이름난 이 회사는 노조의 고발에 의해 ‘Sixty Minutes’ 프로그램에 연장 근무에 관한 문제가 보도됨으로써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이때 시애틀 소재 5개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종업원들은 투표를 통해 노조를 해산시킴으로써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대응적 위기 관리

아무리 예방 활동을 철저히 하더라도, 위기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포인트에 대해 생각해보자.

● 신속하고 유연한 위기 극복 활동

위기 극복 계획이 세워졌더라도 실행이 지연되면, 조직 내에 불안감이 팽배하고, 생산성이 저하되므로, 위기 극복 활동은 신속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체험이나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 비전과 목표의 재정립

위기 상황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구심점을 잃고 혼동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위기 극복은 커녕,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직의 역량을 한 방향으로 결집하기 위해서는 현실성을 갖는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가 필요하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가 정립되었더라도 이것이 일부 경영층의 생각일뿐, 종업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업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모든 임직원이 비전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 CEO의 솔선 수범

위기 극복은 전임직원이 이루어내는 것이지만, 임직원의 힘과 노력을 결집해서 위기 극복 활동을 리드하는 역할은 CEO가 할 수밖에 없다. CEO가 솔선수범하여 위기를 극복하는데 스스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조직은 움직이게 된다.

위기는 사람의 실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위기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절한 위기 관리를 통해 위기의 발생 빈도를 줄이거나, 위기의 강도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변화의 속도와 강도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관리를 위한 노력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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