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경제하에서 기업들이 취하는 네트워크의 선점전략, Catch-up전략, 네트워크 관리 전략을 포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네트워크의 가치를 활용하는 주요 방안을 알아보도록 한다.
작년 12월 7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로또(lotto)복권은 ‘열풍(熱風)’을 넘어서 ‘광풍(狂風)’으로까지 불리며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지난 2월 8일 10회차를 정점으로 하여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로또 복권은 복권시장의 절대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논의는 덮어두고 오로지 ‘상품’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로또 복권이 소위 ‘히트상품’이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로또 복권이 반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게임 형식의 변화, 당첨금의 이월과 같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총 판매액에 비례하여 당첨금이 증가하는 로또 복권의 당첨금 배당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임계 수준(Critical Mass)을 넘어가게 되면, 사람들은 당첨금이 고정되어 있는 복권보다는 당첨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란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네트워크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단 앞서가게 되면 더욱 앞서게 되고, 우위를 잃으면 더욱 우위가 약화되는 이른바 정의 피드백 효과(Positive Feedback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기업의 전략 방향을 네트워크의 창출과 선점에만 집중하게 하였다. 물론 네트워크 선점은 여전히 유효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후발 기업들이 선발 기업의 대규모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하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후발기업의 경쟁 전략, 그리고 향후 네트워크의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하에서는 네트워크 경제하에서 기업들이 취하는 네트워크의 선점과 후발 기업들의 경쟁전략, 그리고 네트워크 관리에 이르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네트워크의 활용 방안을 살펴 보도록 한다.
네트워크 선점 전략
네트워크 경제하에서 초반 일정 규모의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증대하여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네트워크를 선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네트워크 선점 전략의 주요 포인트는 무엇일까?
● 포인트 1 : 기업간 협업을 실시하라
네트워크 선점의 첫 번째 포인트로 기업간 협업을 들 수 있다. 시장에서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곧 퇴출을 의미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잠재적인 경쟁사들과도 협업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간 협업의 대표적인 방법은 표준 개방(Open Architecture)이다. 표준 개방이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저가의 기술료나 또는 무료로 다른 기업이 사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심비언은 노키아, 모토롤라 등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연합하여 설립한 휴대폰 OS 전문업체이다. 심비언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시리즈 60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대한 소스 코드를 라이센스 형태로 공개하여 향후 무선 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편 기업간 제휴를 통해 서로의 고객 네트워크를 통합하여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휴를 맺은 기업들은 서로의 네트워크에 호환가능한 부가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자사 네트워크로 편입시키고 이들에 대한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각국 항공사들이 서로 제휴를 맺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포인트 2 : Freeware를 활용하라
두 번째로 프리웨어의 활용을 들 수 있다. 프리웨어란 무료로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프리웨어를 수용한 고객은 자연스럽게 다른 경쟁사의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게 되고, 현재의 제품에 만족하는 한 큰 이탈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사 입장에서 ‘공짜’를 상쇄할만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후발 기업의 경우 자사 제품에 대한 정보조차 고객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이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주간경제 632호 “네트워크 시대, 고객을 선점하라” 참조).
프리웨어를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 선점에 성공한 기업은 나아가 이미 제공된 프리웨어를 기반으로 한 부가 서비스의 제공이나 유료화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몇몇 인터넷 포탈사이트가 무료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이를 유료화한 사례는 프리웨어의 효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 기업은 무료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유료화를 단행하였다. 그 결과, 기존 고객 중 회원이나 컨텐츠가 적은 커뮤티니의 고객들은 네트워크에서 탈퇴하였지만, 기업은 로열티가 높은 우수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광고 수익 이외의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Catch-up 전략을 개발하라
그렇다면 네트워크 선점에 실패한 기업들은 모두 시장에서 도태할까? 후발 기업이 초반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경쟁에서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후발 기업 역시 하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게다가 후발 기업은 시장 형성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발 기업들보다도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발 기업이 선발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포인트 3 : 네트워크를 세분화하여 새로운 트랜드를 창출하라
후발 기업이 기존 트랜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만으로 선발 기업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이미 고객 네트워크를 선점한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여 갈 수 있지만, 후발 기업은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트랜드를 개발하지 않는 한 선발 기업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후발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트랜드를 창출하는 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네트워크를 세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네트워크를 세분화하여 목표 고객을 명확히 한 후, 이들의 공통적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한 니즈를 바탕으로 구매 고객들간의 동질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몇 해전, 커뮤니티 사이트인 “I Love School” 은 잊고 지낸 동창들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만나게 해 주면서, 동창회 신드롬을 일으켰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회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동창회 커뮤니티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I Love School”의 하부 네트워크인 각각의 동창회 커뮤니티 중 일부는 동창들을 거의 확보하게 되자, 다른 포털사이트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후발 기업들도 선발 기업의 거대 네트워크를 잠식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포인트 4 : Killer application을 활용하라
후발 기업들이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사용하는 두 번째 전략은 바로 Killer Application의 활용이다. Killer Application이란 활자, 인터넷과 같이 원래의 사용목적을 훨씬 뛰어넘어 산업을 변화시키고 시장을 재편하여 경쟁제품을 몰아내는 강력한 힘을 지닌 제품이나 기술을 일컫는다. 규모에서 열세에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이라도 혁신적인 Application을 개발하고, 이를 자신의 네트워크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ony와 JVC간의 VCR 전쟁이다.
1975년 Beta방식의 VCR을 출시한 Sony와 1977년 후발주자로서 VHS방식의 VCR을 출시한 JVC는 당시 VCR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서로의 기술적 표준이 상이했기 때문에 비디오 테잎 제조업체들은 VHS방식과 Beta방식의 테잎을 모두 생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때 Killer Application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성인 영화이다. JVC를 비롯한 VHS방식의 VCR제조업자들은 자금이 부족한 성인 영화 제조 업체들로 하여금 VHS방식으로만 생산하도록 다양한 로비활동을 펼쳤다. 소비자들은 성인 영화를 보기 위하여 VHS방식의 VCR을 구매하기 시작하였고,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던 일반 영화 제조 업체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VHS방식이 시장의 표준으로 선택되었다. 이러한 예는 Killer application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 전략
이제 어느 정도 네트워크 규모를 확보하고 경쟁 상황에 접어들었다면, 자사 네트워크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 고객 네트워크 활용의 폭이 범용재로까지 확산되면서 네트워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능에 큰 차이가 없는 범용재의 경우, 고객들의 브랜드 로열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포인트 5 : 브랜드의 희소성을 높여라
이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명품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전략이다. 명품을 소비하는 계층은 브랜드가 주는 가치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고객은 브랜드의 가치가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 한다고 판단되면 다른 네트워크로 쉽게 이전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들이 바라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패션업체인 루이비통사가 몇 해전, 일본에서 한시적인 매장 철수를 결정한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루이비통사는 자사의 제품이 일본에서 과도하게 유통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었다고 판단, 한시적으로 영업을 중지하였다. 세계 최대의 명품 소비지인 일본에서 영업을 중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입었지만,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됨에 따라 네트워크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었다.
● 포인트 6 : 브랜드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일반적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는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인 동호회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들은 동호회를 통하여 제품에 대한 정보 교환, 공동구매 등의 활동을 하고 있고, 그 범위는 우유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서 이루어져 있다. 기업은 이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제품의 보완점이나 결함등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동호회에 대한 적절한 지원활동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구매를 결정하려는 일반 소비자들 역시 브랜드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는 제품이라면 신뢰성이 증가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제품의 제반 사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드 커뮤니티를 활용함으로써 기업은 또 다른 지원군을 얻을 수 있고, 고객들 역시 기업으로부터의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 커뮤니티 역시 네트워크의 힘을 잘 활용한다면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커뮤니티로 LG-IBM의 ‘씽크패드 클럽’을 들 수 있다. 98년 몇 명의 씽크패드 유저들이 결성한 동호회가 현재 약 35,000명의 브랜드 커뮤니티로 성장하였다. 이는 전체 LG-IBM 노트북 유저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씽크패드 클럽’은 적극적으로 제품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LG-IBM R30시리즈의 경우는 이들의 지적으로 30G인 하드디스크 용량을 두 배로 증가시켰다. LG-IBM도 월 1회 “클럽 문화 행사의 날”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홈페이지 제공은 물론, 동호회 시삽도 LG-IBM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트워크 경제하에서 기업들이 활용하는 네트워크 선점, 경쟁, 관리 방안들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하여야 할 점은 네트워크 관리에 있어서 고객간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기업 활동에 유리한 정보뿐만 아니라 제품의 결함, 악성 루머와 같은 기업에 불리한 정보의 교류 역시 활발히 이루어 질 수 있다. 또한 대규모 네트워크로 발전할 경우 커뮤니티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은 고객과 기업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객은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품과 기업에 대해서는 매몰차리 만큼 쉽게 발걸음을 돌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