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강승훈 | 2004-08-27 |

디지털 생활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즉 디지털 원어민이라는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켰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21세기형 디지털 조직으로의 변신을 모색해보자.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기성 세대의 푸념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항상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급격한 디지털 생활 환경의 변화는 신세대와 기성 세대 사이의 간격을 더욱 넓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신세대를 살펴보자. 그들은 항상 컴퓨터와 TV, 오디오를 켜놓고, 그들의 귀에서는 휴대폰이 떨어질 날이 없다. 그들은 계속해서 친구들과 휴대폰 메시지와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미니홈피와 블로그 관리에 시간을 보낸다. 한편으로는 월드컵 거리응원과 촛불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렇듯 지금의 신세대를 보면 어쩌면 이들과 기성 세대는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만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이들은 우리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성장하여 기업 조직의 일원으로서 활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들만의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원어민, 디지털 네이티브


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 90년대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편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은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이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현재 20대 후반까지의 세대, 즉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인류를 함축적으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즉 ‘디지털 원어민’이라 부른다. 이 세대에게는 인스턴트 메신저 세대, 디지털 키드, 키보드 세대, Millennial 등 다양한 별명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뜻에서 디지털 원어민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반면 30대 이상의 기성 세대는 디지털 언어를 구사함에 있어 마치 외국어를 구사할 때 모국어의 억양(Accent)이 남아있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 이전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런 뜻에서 기성 세대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 이주민은 디지털 언어의 습득 및 활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미 스탠포드 대학에서 나온 자료를 살펴보자. 디지털 네이티브에 해당하는 현재 미국의 대졸자들은 살아오면서 50만개 이상의 광고를 시청했으며, 20만개 이상의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또한 TV시청에 2만 시간 이상, 휴대폰 사용에 1만 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데 1만 시간 이상을 보내며 성장했다. 한마디로 이들의 성장환경은 기성 세대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러한 성장환경의 차이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두뇌구조를 기존의 세대와 다르게 만들었다. 즉 최신의 의학연구 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 내의 경로가 기성 세대와는 분명히 달랐다고 한다.

 

 

조직구성원으로서의 디지털 네이티브


올해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30세 미만의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2000만 명을 넘어, 이미 총인구의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층은 이미 전체 취업인구의 20%에 달할 정도로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기성 세대에게 이제 이들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조직 내의 기성 세대와 차별적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특성을 살펴보자.

 

 

●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멀티 태스킹(Multi-tasking) 또는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에 능숙하다. 600개 이상의 TV 채널, 80억 개 이상의 인터넷 페이지와 같이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두뇌구조가 변화되었다. 즉 기성 세대가 한가지 일을 수행하면서 다른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에 서투른 반면, 이들은 여러 대상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주의를 분산하여 집중하고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내부조직은 점차로 유연한 매트릭스(Matrix) 조직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구성원들에게 기존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다양한 TFT에 속해서 활동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제반 여건만 적절하게 조성된다면,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조직이 바라는 이른바 ‘멀티 플레이어’로서 가장 적합한 인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 신속한 반응을 추구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고 느긋한 마음으로 그 답장을 기다리던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즉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성장했다.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 그리고 인스턴트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 이들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나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또한 이들이 즐기며 성장한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스테이지가 끝나면 즉각적인 피드백과 평가가 따른다. 이들은 방금했던 게임에 대한 평가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 익숙하다. 또한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서도 이들은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로 연결 되어 있는 페이지를 그때그때 넘나들며 궁금한 사항을 실시간으로 해결하며 자라왔다. 많은 부분에서 이들에게 실시간 반응이란 개념은 당연한 것이다.


조직 생활에서도 그들은 실시간 반응을 요구한다. 의사소통, 각종 평가, 그리고 지식 습득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한다. 신세대를 말할 때 흔히 ‘참을성이 없다’라는 말을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성장환경을 고려한다면 그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이들의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조직이 너무 느린 것일 수도 있다. 

 

 

●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정보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소한 일에까지 개인이 의견을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고, 또한 의견의 교환과 합의를 통한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성장환경은 겸양의 미덕을 중시하는 기성 세대와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을 펼치며 합의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청중(Audience)이기 보다는 주연 배우(Actor)이길 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거리 응원이나 최근 촛불 시위에 보였던 신세대들의 관심과 참여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들은 개인 차원에서 자신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각종의 정보 통신수단을 활용한 집단행동을 통하여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조직 생활에서도 그렇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의 이런 ‘튀는’ 행동들은 이들의 기본적 특성 중 하나이다.

 

 

● 도전적이고 재미있을 때 몰입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놀 때 놀고, 일할 때 열심히 일하자’라는 놀이와 일의 이분법적 구분이 설득력이 없다. 그들은 일 자체가 놀이나 게임처럼 도전적이고 재미있기를 바란다. 반면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몰입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을 어떻게 과업에 몰입 시킬 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을 요구하는 수준 높은 게임을 즐기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동기부여 시키는 요인은 목표의 도전성과 재미이다.


흔히 ‘요새 젊은 친구들은 주위가 산만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전에 과연 이들에게 도전적인 목표와 즐거움을 제공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수업 시간에 도저히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PC 게임 레벨을 올리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잠까지 설쳐가면서 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라. 이들은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몰입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새로운 조직문화


새로운 특성을 지닌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조직문화 창출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 빠르게 반응하는 조직으로 변신하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시간의 세계에서 성장했다. 따라서 이들의 즉각성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조직은 빠르게 반응하는 조직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조직 내의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의사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재 및 보고단계의 개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결재 단계를 간소화하고 전자 결재 시스템 등을 적극 도입, 활용하는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업무 결과의 피드백이란 측면에서는 평가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일반적인 연 1 회 평가가 아니라 수시평가를 통해 이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줌으로써 이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필요지식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그것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식경영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의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반드시 공식적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비공식적 의사소통 루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 내에서 활용하는 메신저나 메일 시스템, 혹은 멘토링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 즐거운 일터를 제공하라


재미를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몰입을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Fun 경영’을 일상화 시켜야 한다. 직장과 일이 즐겁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 등의 기업 내 비공식 집단(Informal Group) 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 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회사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교류를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시킨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형태로 바꾸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업에서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경영게임을 통해 경영시스템을 이해 시키거나, 기술 교육을 하면서 게임을 활용하는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미국에서 설계 기술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등장했던 CAD 교육 프로그램인 ‘Monkey Wrench Conspiracy’의 성공을 꼽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이미 익숙한 게임인 ‘Doom’과 유사한 형태인 과제 해결식의 비디오 게임이었다. 따분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 CAD교육과정을 즐거운 게임으로 변화시킨 이 프로그램은 큰 호평을 받았으며, 전세계적으로 백만 개 이상 활용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참여 지향적인 조직을 만들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표현의지와 참여욕구가 강하다. 이를 만족시키고 이들의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제안 및 의견 수렴 제도를 도입하고 훌륭한 의견에 대해서는 포상을 하는 등 이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IBM사에서 이미 몇 년간 실시하고 있는 ‘Jam’ 이란 이름의 의견수렴 제도를 살펴보자. World Jams, Marketing Jams, Technology Jams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실시되는 이 제도 하에서 구성원은 CEO를 비롯한 경영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이메일을 통하여 제시한다. 그리고 경영진은 이렇게 조직의 하단으로부터 수집된 의견을 경영활동에 반영함으로써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기반 학습 그룹의 책임자인 Ken Landua는 이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신세대에 대하여 “그들은 이미 경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 조직 내 지식의 흐름을 변화시켜라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의 모색을 위해서는 조직의 디지털 감각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사업 경험은 풍부하지만 상대적으로 디지털 감각이 뒤떨어진 조직 내의 기존 인력들의 디지털 감각을 높여야 균형 잡힌 사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디지털 감각을 조직 전체에 확산시켜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디지털 네이티브의 유입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의 하부 즉 신규 인력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디지털 감각이 조직의 상부 즉 기성 세대에게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직의 상부에서 하부로만 흐르던 기존의 지식과 경험의 흐름을 하부에서 상부로도 흐를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에서의 지식과 경험의 흐름을 상향식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서 GE의 잭 웰치 회장이 도입했던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 제도를 들 수 있다. 기존 인력이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조언해주는 일반적인 멘토링 제도와 달리 이 회사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신규 입사자들이 기성 세대인 조직의 상위 1000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새로운 IT기술에 대한 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성 세대의 관리자들의 디지털 마인드를 제고 시키는 데 크게 공헌 하고 있다.

 

 

세대간 시너지를 이루어야


이제까지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 및 이들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조직 문화의 변화방향을 살펴보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처럼 새로운 인재를 담는 조직은 새로운 모습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기성 세대와 신세대, 이 두 세대가 모두 명심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어떤 한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우월한 것이고 다른 한 쪽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두 세대는 ‘다를’ 뿐이다. 자신이 속한 세대의 기준이나 방식을 강요하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아우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을 이루는 다양한 세대간 차이점을 이해하고 장점만을 뽑아내어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유연하고 다원화된 21세기형 디지털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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