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 경쟁력 상품화 역량이 좌우한다 IT 산업 경쟁력 상품화 역량이 좌우한다

조준일 | 2003-10-08 |

IT 산업에서 시장 지향적 R&D에 기초한 상품화 기술 역량의 중요성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IT 분야에서는 기업들 간의 기술력 격차 축소, 고객 니즈의 개인화/다양화 심화, 제품 수명주기의 단축 등으로 시장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 능력이 과거에 비해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기업 입장에서 과거 가격경쟁력 중심의 사업 전개, 모방에 의한 Catch-up 전략 등은 더 이상 그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게 되었으며, 선진 기업들도 원천기술력 자체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시 말해 고객 니즈의 신속·정확한 파악,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 중심의 R&D와 Time-to-Market 실현 등 상품화 기술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상품화 기술력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부각

IT 분야의 기술은 원천기술, 상품화기술, 생산기술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원천기술은 해당 분야의 기반이 되는 핵심요소기술이면서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의미한다. 원천기술은 미래 선도형 기술로서의 독창성과 가치가 인정될 때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상품화기술은 디자인/소형경량화 역량, 사용자 편의성 제고 능력, 고객 니즈 변화를 신속히 반영한 상품기획 역량,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부가기능을 개발하여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능력 등을 포괄하는 응용기술이다. 이는 즉시 시장에 판매 가능한 제품의 개발 능력으로 단기적인 경제성 및 양산가능성을 고려한 기술이다. 생산기술은 제품의 품질이나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신속한 양산대응 등과 같은 전반적인 생산활동상의 기술역량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선진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기술 라이센싱을 통한 로얄티 수입 창출, 핵심부품의 자체 개발, 제품 신뢰성 확보를 통한 브랜드이미지 구축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간 기술 격차가 줄어 들고 소수 기업들이 독점하던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원천기술력 자체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게 되었다. 경쟁 심화와 더불어 제품의 라이프싸이클이 갈수록 단축되면서 단일 제품을 통해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신속한 제품 출시를 통한 시장 선점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니즈가 개인화/다양화되면서 보다 정교한 시장 세분화에 기초한 제품 개발과 출시가 필요하게 되었다.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의 진전으로 제품 영역이 다양화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보다 심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고객 니즈에 기초한 상품 기획 및 R&D 역량, 시장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 등 상품화 기술 역량이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물론 원천기술력이 뒷받침될 경우 기술응용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품화기술 역량 확보에 있어서도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원천기술력을 확보했더라도 고객 지향적인 기술/제품 개발을 등한시할 경우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상품화 기술의 중요성 심화

최근의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IT 산업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부품 및 세트제품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상품화 기술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증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양산 능력과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과 Cost 절감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며, 향후에도 이러한 생산/공정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요소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메모리의 수요가 PC 뿐만 아니라 디지털가전, 게임기, 모바일 기기 등으로 확장됨에 따라 CPU 등과 One-chip화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수요처 기업의 니즈에 맞춰 One-chip 규격을 선 제안하는 능력 등 상품화 기술 역량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CRT, LCD, PDP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도 메모리 반도체와 비슷한 경쟁 룰을 가진 사업으로 생산/공정 기술력이 최우선시되고 있으나, 최근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의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반투과형 LCD 개발, 소형화를 위한 구동회로 집적 등 상품화 관련 기술도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휴대폰 산업은 과거에 통신 원천기술력 확보가 곧바로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의 범용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추가 등으로 신제품의 교체 주기가 계속 단축되고, 개인화/패션화 경향의 심화로 시장은 보다 세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 역량, 다양한 제품라인업, Time-to-Market 실현 등 상품화 기술 역량이 핵심 경쟁우위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PC 산업은 그 동안 성능 향상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CPU 속도, 하드디스크 용량, 메모리 용량 등이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을 초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주 관심사는 성능 향상 대신 이동성 강화, 원활한 네트워킹, 홈씨어터 수준의 AV 능력, 새로운 제품 형태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개발 전략도 슬림화를 통해 디자인이나 외관을 차별화하거나, 무선기능 및 AV 등 신기능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능과 스타일로 무장한 스마트 디스플레이, 태블릿 PC 등 신개념 PC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전산업도 백색가전의 경우 화장품 냉장고, 김치냉장고, 무세제 세탁기 등 관련 시장이 보다 세분화되고 있으며, AV 가전 또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진전, 홈네트워킹 분야로의 확산 등으로 새로운 제품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상품화 기술의 중요성 사례

최근 휴대폰 산업에서 노키아의 성공과 에릭슨의 쇠퇴는 고객 및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R&D 활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먼저 노키아는 고객의 라이프싸이클 특성을 기초로 시장을 세분화하여, 각 시장의 구매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등의 One-stop 솔루션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ow-end에서 High-end에 이르는 광범위한 제품 개발 역량 및 라인업을 확보하였으며,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 및 R&D 체제를 확립하여 현지인의 니즈를 적절히 반영한 제품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에릭슨은 기술력 중심의 제품 개발에만 집착하여 고기능 High-end 제품 중심의 R&D 활동을 전개하였고, 고객니즈 파악에 소홀하여 디자인 등 단말기의 감성적인 측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였다. 또한 시장 예측에 실패하여 다양한 Low-end 단말기에 대한 개발 역량 및 라인업 확보가 미흡했고 제품 개발은 빨랐으나 적기 출시에 실패하여 경쟁사 제품에 시장을 빼앗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그 결과 노키아는 1998년 세계시장의 23%를 점유하면서 모토롤라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2002년 현재 시장점유율 35%에 달하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에릭슨은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3위의 지위를 유지해 왔으나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여, 급기야 2000년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지멘스에게 추월당하게 되었다.


생산기술력 우위 점차 상실

IT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수준이다. 생산 측면에서 2002년 107조원 규모로 전체 GDP중 1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은 2002년을 기준으로 636억달러를 달성하여 전체 수출액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전체에서도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에 이어 6위의 생산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DRAM, LCD, 모니터, 휴대폰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IT 산업은 최근 대부분의 분야에서, 빠른 성장과정에서 우위를 보여 왔던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높은 금융비용부담, 급격한 임금상승률, 높은 물류비용, 핵심부품의 높은 해외의존 등의 요인으로 원가절감 수준이 낮아지면서, 특히 인건비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중국 및 동남아 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열세에 놓이게 된 것이다. 기존 중저가제품 분야에서의 가격경쟁력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전환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원천기술력, 브랜드이미지, 상품화 기술력 등 내부역량이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열세에 놓여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의 전환 또한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중 원천기술력과 브랜드이미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며, 상품화 기술력은 현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으로 단기간 내 개선이 요구되는 과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전반적으로 열세인 상품화 기술

IT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의 상품화 기술 역량을 평가해 보면 휴대폰, 백색가전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기업 특히 일본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기업의 경우 워크맨, MD 플레이어, 8미리 캠코더, 게임기, 디지털카메라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혁신적 아이디어의 발굴, 제품디자인의 차별화, 소형·경량화 기술, 다양한 부가기능 개발 등의 측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VAIO와 같은 디지털 카메라 장착 노트북 등 새로운 고객 니즈를 자극하는 제품들을 히트시켰으며, 무선인터넷단말기, PDA 및 스마트폰 등 포스트 PC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각종 AV 기기 뿐만 아니라 백색가전의 네트워크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기업의 상품화기술 역량은 상품기획 능력, R&D 역량 및 생산기술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국내기업의 경우 현지 시장조사체계나 상품기획 능력 등 전반적인 고객 니즈에 대한 분석능력, 상품기획과 R&D 부문간의 연계, R&D 투자활동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차별적 제품개발능력이 일본기업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모방 전략(Fast Follower)에 익숙해 시장 선도적인 기술/제품 개발에 소홀한 실정이다.

분야별로 살펴 볼 때 컴퓨터 산업은 디자인 차별화, 신기능 강화, 신개념 PC 개발 등과 같은 능력이 뒤져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전 산업의 경우 에어컨, 컬러TV, 전자레인지, VCR, DVD 플레이어 등을 중심으로 최근 상당 부분 상품화 기술 역량을 제고하였으나, 디자인 차별화나 새로운 부가기능 개발 능력 등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등 소형 AV가전 분야의 역량 격차는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만 휴대폰 산업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상품화 기술은 선진기업에 비견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상품화 기술 측면의 경쟁력은 국내 단말기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CDMA를 중심으로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뛰어난 설계기술력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화 역량을 크게 개선해 왔다. 견고한 외형, 폴더형을 중심으로 유행을 자극하는 혁신적인 디자인, 소형·경량화 능력 등이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CDMA 부문에서는 신제품의 적기 개발 및 조기 출시, 다양한 제품라인 보유 등의 차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중심의 R&D 체제 구축 필요

향후 IT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중심의 R&D 수행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상품화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첫째, 기업 내부적으로 R&D 활동이 조달, 생산, 마케팅 등 비즈니스 시스템 상의 타 부문과 긴밀한 연계를 갖고 진행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Concurrent Engineering을 통해 각 부문에서 파악된 고객니즈와 관련된 제반 지식 및 경험, 최근 시장정보 등을 연구개발 과정에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시장성 있는 신제품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신기술 및 선진기술에 대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외 연구소 설립 및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글로벌 차원의 R&D 활동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R&D 활동의 전문화가 가속됨에 따라 기업 내부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서 기술자원을 조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이때 R&D의 글로벌화는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R&D 전략방향에 부합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즉 연구소의 입지 선정, 분산된 연구소간의 효과적인 조정과 통합, 연구소간의 의사결정 권한 배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에 대해 전사 R&D 전략과의 일관성 하에 철저한 검토 및 방안 마련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요의 개인화/다양화가 보다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고객의 라이프싸이클과 제품의 기능 등에 기초한 체계적인 시장 세분화와 더불어 공통의 공유 기반을 구성하여 파생제품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 전략을 동시에 전개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경우 플랫폼 로드맵을 통해 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기술의 재사용이 가능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신속한 시장 대응, 고객요구에 맞는 솔루션 제공 등의 잇점을 기대할 수 있다.

끝으로 원천기술에 대해서도 선별적인 투자 및 개발이 필요하다. 수요자 중심의 Game Rule 변화로 과거 원천기술의 우위가 전반적으로 퇴색되고 있으나, 원천기술력 확보가 다양한 응용기술 개발력과 상품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원천기술력 개발에 있어서는 기술변화의 흐름에 대한 면밀한 분석, 자체개발 및 아웃소싱 간의 경제성 비교 등을 통해 선별된 기술분야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하는 R&D 전략이 필요하다. 자체 개발의 경제성이 낮은 기술의 경우 기술제휴를 통한 공동개발, 전략적 아웃소싱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시기를 단축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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