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는 SF 영화들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과학기술 발전을 토대로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향후의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짐작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3D 컴퓨터 그래픽, 다양한 특수효과 등 영화 제작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머리 속에서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모습들이 스크린을 통해 현실감 있게 그려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SF (Science Fiction) 영화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F 영화의 의의는 철학, 심리학 등 인문학적인 측면, 정치, 사회적인 측면 등에서 다양하게 조망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SF 영화들은 고도로 발달해가는 문명 속에서 점점 더 깊어져 가는 현대인의 심리적 병폐와 이에 따른 범죄의 확산 문제,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집단과 그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집단간의 갈등,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고 등을 주요한 주제로 설정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SF 영화를 통해 나타나는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경우도 많다. ‘20년 후, 아니 50년, 100년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하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인데, SF 영화는 이러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탁월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SF 영화의 상상력은 과학기술 발전의 모티브로 작용
SF 영화는 주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비록 상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미래 사회를 구성하는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잠재적인 니즈가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잠재적인 니즈의 상당부분이 과학기술 발전의 모티브가 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이미 실현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의 일부 SF 영화에서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기술의 향후 실현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SF 영화의 효시는 1902년에 조르쥬 멜리에스가 제작한 ‘달세계 여행’이라 볼 수 있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이 영화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7분짜리의 조잡한 영화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당시로서는 실로 엉뚱하기까지 한 상상력의 소산인 달 여행을 소재로 다룸으로써 영화의 표현 영역을 한층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이 영화가 인간이 우주선을 띄우기 훨씬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상상력의 기발함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이처럼 SF 영화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장면들을 담아 내어 관객을 즐겁게 한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 특수 촬영 등 영화 제작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에는 영화를 통해 표현 불가능한 장면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로봇은 이미 초기 SF 영화에서부터 등장
SF 영화에서 예견된 미래의 모습에는 달 여행 외에도 다수가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봇의 출현일 것이다. SF 영화가 그려 내는 미래 세계에서 로봇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되어왔다. 로봇은 SF 영화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등장했는데, 최초의 본격적인 SF로 인정 받고 있는 독일 출신의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 폴리스’(1926)에서는 이미 로봇의 개념이 나타났다. 초기 SF 영화에서의 로봇은 다소 엉성하거나 조잡한 형태였으나 이후 영화제작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정교한 이미지의 로봇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이센테니얼맨’, ‘AI’에서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로봇인 앤드로이드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 앤드로이드는 현재 로봇 기술 발전의 주요한 모티브로서 역할하고 있다.
개발이 진행 중인 과학기술이 반영되기도
한편 지금까지의 SF 영화들은 미래 사회를 주로 원작자와 제작진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창조해왔지만 최근에는 상상력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고, 현재 진행 중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하여 미래 사회를 그려내는 SF 영화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금년 7월에 개봉한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속의 시간적 배경은 2054년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영화 속 미래 사회의 모습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과학기술상의 지식을 토대로 하여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의 주요한 기술적 배경이 되고 있는 E-paper(Electronic Paper), 3D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생체인식 기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기술들은 현재에도 활발한 연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제작 후기에 따르면 1999년 4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2054년 워싱턴 D.C.의 미래 모습을 그리기 위해 Think Tank를 구성했다고 한다. 이 Think Tank 내에서 제작진과 저명한 ‘미래학자’들이 도시 경관에서부터 미래 무기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여 철저한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영화 제작을 시도한 것이다. 마침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유수의 전문가들이 개발해 낸 실제 이론을 기초로 미래 세계를 훌륭하게 창조해내었다는 찬사를 받았고 흥행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이제 SF 영화에서 소개되고 있는 일부 기술들의 내용과 향후의 발전 전망에 대해 살펴보자.
로봇은 세분화된 용도로 개발 중에 있어
먼저 로봇 기술 분야다.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로봇은 인간을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그 존재 가치가 있는데, 이에 따라 초기의 로봇 제작도 산업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위험도가 높거나 보다 정교하며 기계적인 반복이 필요한 작업에 로봇이 이용되면서 인간의 안전도는 제고되고 생산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산업용으로 출발한 로봇은 이후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활용 범위가 확장되어 왔는데, 현재는 간호, 경비, 길 안내, 인명 구조, 의학,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용도가 세분화되어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의 상용화 속도는 소니가 이미 1999년에 장난감용 로봇 ‘AIBO’를 출시한 것에서 나타나듯 무척 빠른 편이다. 의학용 로봇은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또는 NEMS(Nano-Electro-Mechanical System)기술과 결합되어 개발되고 있다. 의학용 로봇은 주로 인간의 장기나 혈관 속에 들어가 인간을 대신하여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수술을 실시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크기가 마이크로 혹은 나노 수준으로 극히 미세한 의학용 로봇은 2010년 경쯤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밖에 참사현장에서 부상자를 찾아내고 구조대에 연락하는 한편,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물과 식량을 공급하는 인명 구조용 로봇도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상용화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RT, 21세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부상
최근에는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휴먼형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Honda사가 개발한 ‘ASIMO’라는 로봇은 인간처럼 두 다리를 이용한 직립보행이 가능하며 보행 속도 또한 인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시속 4.7Km에 달한다고 한다. 5개의 손가락도 서로 독립하여 움직임으로써 섬세한 손동작이 가능하며 계단이나 경사면과 같은 3차원 이동도 가능한 이 로봇은 현재 박람회 등에서의 안내 용도로 대여되고 있다. 현재의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SF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인간에 가까운 로봇들이 궁극적으로 실용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SF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온 로봇이 현실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발히 개발되면서 점차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가고 있는데, 결국 로봇 기술 부문에서는 SF 영화에서 예견한 내용들이 이미 일부는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에도 편의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니즈가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로봇 기술은 미래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의미에서 21세기의 핵심 기술로 기존의 6T, 즉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 ET(환경), ST(우주항공), CT(문화)에 RT(로봇)를 더하여 7T로 보는 이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미쯔비시 연구소에 따르면 아직은 공장 자동화 시스템 등 산업용 로봇이 중심이 되고 있긴 하지만, 로봇 관련 제품의 2002년 시장 규모를 5.45조 달러의 IT 시장에 이어 약 1.4조 달러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1조 달러로 전망되는 BT 시장을 넘어서는 규모이다.
그 외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
SF 영화에서 소개된 기술 중에는 로봇 기술 외에도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이 다수 존재한다.
첫째,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많은 영화에서 3차원 입체영상을 가능하게 하는 3D 디스플레이 기술과 E-paper 기술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타나는 E-paper 기술은 매우 흥미로운데, E-paper는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로 구성되어 있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 소재다. 전자기적인 원리에 의해 흑백의 화면이 구현되는 이 기술은 현재 미국의 ‘E ink’라는 벤처기업에서 상용화를 준비 중에 있는데, Lucent Technology, Motorola, Philips 등 유수의 IT기업들도 자본참여 등의 형태로 이 기업과 제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E-paper 기술은 아직 흑백화면을 구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에는 컬러화면 구현도 가능할 전망이어서 신문 등 인쇄용지는 물론 보다 얇고 간편한 휴대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기술이다. ‘제 5원소’, ‘스타워즈 에피소드Ⅱ’,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영화에서는 미래형 자동차들이 매우 근접한 상태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자동차들의 차간 거리를 최소화하여 고속 주행이 가능하게끔 하는 시스템은 ITS의 핵심 연구과제의 하나로서 현재에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차간 거리는 주행속도의 1,000분의 1 이상으로 보고 있다. 즉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경우 100m 이상이 안전한 차간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5~10m 정도의 차간 거리로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면 도로의 효율성은 10~20배 정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ITS가 상용화되고 자동항법시스템(Auto Navigation System)과 연계된다면, 고속도로 및 도심에서의 고질적인 교통 정체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셋째, 생체 인식 시스템 기술이다. 이 기술 중 지문 인식 및 음성 인식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007 시리즈 등 첩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해 왔다. 따라서 SF 영화에서는 이보다 훨씬 진보한 형태의 생체 인식 시스템을 사용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홍채 및 망막 인식 시스템 기술이다. 홍채 인식 혹은 망막 인식 시스템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로는 ‘데몰리션맨’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생체 인식 기술은 전자기술이 바이오 테크놀러지와 결합되어 ‘바이오 메트릭스’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엄격한 출입통제가 필요한 주요 건물에서는 홍채 혹은 망막 인식 시스템이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는 피식별자가 인식기에 눈을 가까이 대어야만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그러나 인식기술이 보다 발전하면 영화에서처럼 인식 범위가 확대되는 등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도 홈네트워크 기술이 ‘6번째 날’이란 영화에서 소개되는 등 상용화 근접기술이 SF 영화를 통해 제시되는 예는 다수 존재한다.
SF 영화 속 미래 기술들의 의의
물론 SF 영화에서 소개된 기술들이 미래의 중요한 기술들을 모두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또 반드시 그 기술들이 상용화 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처럼 일선 과학자들이 SF 영화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경향이 일반화된다면 그 기술들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 소비자들의 잠재적인 니즈가 일정 정도 반영된 원작자 혹은 영화 감독들의 상상력이 일선 학자들의 현실감 있는 과학 지식에 의해 결합되어 미래 기술들을 제시한다면 그 기술들의 장래성은 일정 정도 확보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최근의 SF 영화에서 소개되고 있는 기술들을 통해 미래 기술 발전 방향을 짐작해보고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성 등을 검증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