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 대중화의 조건 LCD TV 대중화의 조건

최정덕 | 2004-06-18 |

TFT-LCD 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등장한 LCD TV의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 Mass Market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과감한 가격 인하가 요구 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TV를 구매할 때 주된 관심사는 화면 크기 즉, 몇 인치 제품을 살 것인가였다. 그러나 TFT-LCD, PDP, 프로젝션(PRT, DLP, LC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화면의 크기뿐 아니라 어떤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TV를 구입할까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전체 TV 시장의 96% 정도를 차지하는 40인치 이하의 영역에서는 CRT TV를 대신할 제품으로 LCD TV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LCD TV는 CRT TV에 비해 동영상 구현 능력, 밝기 등 화질 부분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가볍고 얇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가정 내에서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뛰어난 인테리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PC용 모니터로서 이러한 LCD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에 TV로서의 LCD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시장조사 기관과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LCD TV가 빠른 속도로 보급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시장은 예상과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LCD TV 시장을 확대시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LCD TV를 겨냥한 투자 활발


지난 해까지 노트북과 모니터에 사용되는 PC용 패널이 중대형 TFT-LCD 시장의 95%(대수 기준) 정도를 차지하며 TFT-LCD 산업을 이끌어 나갔다. TFT-LCD는 대형화가 어려워 TV 시장에서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졌지만 2002년 말부터 LPL(LG. Philips LCD), 삼성 등의 국내 기업들이 대형화 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TV용 TFT-LCD 시장에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였다. 2003년 하반기 AUO, CMO 등 대만 기업들까지 46인치, 47인치 LCD TV를 개발하면서 TV용 TFT-LCD 시장의 앞날은 더욱 밝아졌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여 IDC, CIBC 등 시장조사 기관들은 2002년에 150만대 수준에 머물던 LCD TV 시장이 2003년에 520~54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CD TV 사업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기업은 Sharp였다.

 

Sharp는 2003년 6세대 라인에 투자해 이미 올해 초부터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TFT-LCD 산업에서의 Top tier인 LPL, 삼성 등 국내 기업들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양산을 목표로 6~7세대 라인을 건설 중이며 이후 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AUO, CMO, Hannstar, Quanta 등의 대만 기업들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TV용 패널 사업에서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 대형 패널 생산에 유리한 5세대 이후 라인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5세대 라인의 생산성 향상과 PC용 패널 가격의 안정화에 힘입어 대만 기업의 경영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차세대 라인 투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예상 외로 부진한 시장


LCD TV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대부분의 TFT-LCD 기업들이 TV용 제품 생산에 의욕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LCD TV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LCD TV 시장은 2003년에 많게는 500만대 이상, 적어도 440만대 정도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시장조사 기관인 DisplaySearch에 의하면 실제 LCD TV의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최대 150만대 가량 적은 390만대 정도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LCD TV 시장은 탄력을 받지 못해 1분기의 규모가 지난해 4분기보다 14%나 감소한 130만대 정도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의 예상과 달리 LCD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 여파가 TFT-LCD 산업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TFT-LCD 기업들이 TV 시장을 겨냥해 2~3조원 정도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6~7세대 라인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TV용 패널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중대형 TV용 패널 생산을 염두에 두었던 5세대 이후 라인에서 TV용 패널이 아닌 PC용 패널이 생산된다면 결국 6~7세대 라인 하나당 PC용 패널 생산에 적합한 5세대 라인이 2~3개나 더 생겨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수량으로 환산할 때 6~7세대 라인에서 30인치급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대신 15인치 또는 17인치 패널을 만들 경우 3~4배 정도에 상당한 수량의 PC용 패널이 시장에 공급되는 상황이 된다. 현재 PC용 패널 수요는 5세대 라인까지의 공급량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며, 오히려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6~7세대 라인까지 PC용 패널을 만들어 낸다면 막대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 DisplaySearch 등은 PC용 패널은 대수 기준으로 향후 4~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하겠지만 매출액면에서는 2006년 이후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LCD TV는 TFT-LCD 기업들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시장 성장의 걸림돌은 높은 가격


LCD TV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CRT TV에 비해 ▲ 높은 가격, ▲ 동영상 구현 및 밝기 등에서의 낮은 성능, ▲ 다양한 평판 TV와의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문제는 경량 박형의 프리미엄으로 상쇄 가능하기 때문에 LCD TV에게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다른 평판 TV가 주로 40인치 이상의 대형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LCD TV의 초기 시장은 20, 30인치급 중형대인 점을 생각하면 다른 평판 TV와의 경쟁 역시 당장 직접적인 장애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LCD TV 시장을 증대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가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CRT TV 가격의 2배 이내로 낮춰야


2003년 TV 시장을 보면 CRT TV가 전체 시장의 94%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LCD TV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체 TV 시장에서 LCD TV의 비중은 대수 기준으로 2.4%, 매출 기준으로는 8.7%이다. 과거 모니터 시장에서 LCD가 CDT(Color Display Tube, 모니터용 CRT)를 대체하기 시작했던 1998년으로 되돌아가보면 그 당시 모니터 시장에 진입한 LCD 모니터의 비중이 대수 기준으로 2.5%, 매출액 기준으로 9.4%였다. 수치상으로 보면 2003년의 LCD TV 시장과 1998년의 LCD 모니터 시장은 매우 유사하다. LCD TV의 성장은 시장 상황과 기존 디스플레이인 CRT의 대체적 관계 등을 고려할 때 LCD 모니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DT와 LCD 모니터의 주력 사이즈와 서로의 화면 크기를 고려하여 각각 17인치, 15인치를 선택한 후 가격 차이와 대체율의 관계를 계산해 보았다. LCD 모니터의 가격이 CDT 대비 4.7배, 4배, 3.7배, 2.4배, 2.0배, 1.7배로 좁혀지면서 대체율은 2.5%, 6.1%, 7.4%, 18.5%, 30.3%, 45.1%로 증가하였다. 가격 차이가 2.3배 정도일 때 LCD 모니터 비중이 일반적으로 Mass Market의 기준이 되는 20%에 접근하였다.


모니터의 경우에서 얻어진 가격 차이와 대체율의 상관관계를 LCD TV에 그대로 적용시키면, CRT TV 가격보다 약 3.3배(2003년 기준) 높은 현 시점에서 LCD TV는 전체 TV 시장의 6.8%를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2003년에 LCD TV의 실제 비중은 2.4%로 이보다 훨씬 적게 나타난다. TV 시장은 CRT를 대신할 다양한 평판 디스플레이 제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평판 TV에 대한 호기심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소비자들의 구매가 분산된다는 점, 모니터에 비해 고가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에 신중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LCD TV 수요는 과연 그 가격이 CRT TV 가격에 얼마나 더 가깝게 접근해야 상당한 규모로 폭발할까? TV 시장에서 가격차이와 대체율의 상관관계식은 모니터에서 구한 회귀식을 현 상황에 맞춰 Y축(대체율)을 따라 아래로 평행 이동시킴으로써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식에 비추어 볼 때 LCD TV의 가격이 최소한 CRT TV 가격의 2배까지 떨어져야 비로소 Mass Market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 참조).

 

 
가격 하락의 열쇠 쥔 가전 기업이 발상 전환해야


‘기술 수용 주기 모델’에서 보면 LCD TV의 현 상황은 새로운 제품 구매에 적극적인 초기 수용자들(Innovators)에 의해 구매가 이루어지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후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 개선이나 가격 하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수요층은 쉽게 포화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LCD TV 시장은 성장 경로상 일종의 커다란 틈(Chasm)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LCD TV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LCD TV의 가격을 하락시키는 데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1차적으로 LCD TV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의 가격이 낮아져야겠지만 아직 중대형 TV 패널 생산에 적합한 6세대 이상 라인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패널의 가격 하락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세트 기업이 LCD TV의 가격 하락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하겠다. 패널과 세트의 가격 차이가 아직 3배 이상 나고 있으며, 20인치 이상 LCD TV에서의 마진율이 25~40%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전 기업을 포함한 세트 기업의 가격 인하 여지는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Premium 제품은 Commodity 제품보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적은 가격 변화에도 민감한 수요 변화를 보인다. 지금까지 LCD TV는 고부가가치 제품임을 자처하며 틈새 시장에 안주했지만 세트 기업이 LCD TV 가격을 조금 더 낮춘다면 수요 증대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수익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LCD TV 가격을 인하하여 수요를 창출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신제품의 가격 인하를 통해 수요를 창출시킨 예는 DVD 플레이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제품인 DVD 플레이어의 등장은 아날로그 제품인 VCR 중심의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덜미가 잡혀 수요를 촉발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DVD 플레이어 시장은 제품 출시 초기인 1999년의 제품 가격이 350달러 선일 때 전체 영상 재생 제품 시장의 10% 미만에 불과했으나 제품 가격이 60% 가까이 떨어져 150달러 정도가 된 2000년 하반기에 이르러서는 전체 시장의 25% 정도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결국 LCD TV 관련 기업(패널, 부품, 소재 등)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으며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TV 시장에 공격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LCD TV의 수요 증대는 패널 기업과 세트 기업 모두에게 Win-Win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LCD TV 원가 절감을 위한 과제


LCD TV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은 세트 기업과 패널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수익성은 무시한 채 LCD TV의 가격만을 무조건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LCD TV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세트 기업의 몫으로는 마진폭을 덜 줄이면서도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CRT TV에 비해 LCD TV를 비롯한 평판 TV는 물리적 충격에 약해 유통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에 유통 단계를 단순화 시킴으로써 원가 절감을 가속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패널 기업의 경우 라인의 효율성을 단기간에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LCD TV의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세트 기업이 전향적으로 마진을 줄인다면 LCD 패널을 비롯한 부품들의 원가 하락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LCD TV의 부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패널의 경우 패널 기업이 차세대 라인 구축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라인을 안정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판가 하락 압력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것이다.

 

또한 TFT-LCD 패널 기업은 평판 TV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있는 만큼 세트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끝-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