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 기회 모색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새로운 성장 기회 모색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고은지 | 2002-10-23 |

생명공학의 발전은 여러 가지 치료제의 발견과 개발을 가능하게 하였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은 항체의약품 등 2세대 제품의 출시와 더불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2년, Eli Lilly가 Humulin (인간 인슐린)을 출시하면서 바이오 의약품은 의약품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뒤를 이어 1980~90년대에 Protropin(인간성장호르몬: 1985), Intron-A(인터페론 : 1986), Epogen (빈혈치료제: 1989) 등 획기적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바이오 의약품은 의약품 산업의 한 부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바이오 의약품의 등장은 수많은 난치병들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신제품 파이프라인 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던 제약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왔다.


바이오 의약품이란

바이오 의약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나 세포배양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치료용 단백질이나 호르몬 등을 말한다.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등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은 주로 세포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원하는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단일클론 항체 의약품은 면역세포와 무한 증식이 가능한 암세포의 융합을 통해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기술인 하이브리도마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1세대 의약품과는 약간 차원이 다른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1세대 의약품이든 항체의약품이든 간에 형태는 단백질로 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면서 DNA(유전자 치료)나 RNA(안티센스 의약품) 같은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 의약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의약품은 인체 내에서 질병에 대항하여 생산되는 단백질들로 질병에 대해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통적 신약개발 방식인 화학적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비교적 작고 임상시험 성공률도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은 낭포성 섬유증이나 크론병, 비 호지킨성 림프종 등 환자수가 적은 희귀성 질병(orphan disease)의 치료에 큰 공헌을 하였다. 초기의 바이오 의약품은 이렇게 소수의 환자군을 겨냥한 제품들이었지만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DNA 조작기술, 대량 발효기술, 고도의 단백질 정제기술 등 첨단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우위에 따른 독점권이 강하고,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90년대 중반 들어 성장 둔화

한편 1982년에서 1991년 사이에 5대 단백질 의약품(인슐린, 인간성장호르몬, 인터페론, EPO, G-CSF)이 출시되는 등 지속적으로 신제품이 등장하고 기존 제품의 인지도가 확대되면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1990년대 초반에 최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혁신적 신제품의 출시가 둔화되면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은 10% 정도에 머물렀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5대 의약품과 같은 기존 제품들의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단일클론 항체의약품과 같은 신개념 바이오 의약품의 출시와 인간지놈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발달한 지노믹스, 프로티오믹스 등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정체된 성장률을 보이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새로운 성장 계기 모색

이처럼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00년도를 전후하여 새로이 활기를 띠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지놈프로젝트 완료에 따라 개발이 가능하게 될 맞춤 의약과 같은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기대 심리가 많이 작용했다. 또한 20여 년의 연구 끝에 1990년대 후반 들어 비로소 빛을 보게 된 항체의약품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제품들 중 현재까지 확실한 바이오 의약품 수익 모델로 입증된 것은 항체의약품 밖에 없으며, 많은 기대를 했던 유전자 유래 의약품의 경우는 단기간 내에 시장이 형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예측해 본다면, 이미 출시된 주요 바이오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인 2005년경까지는 이들 제품과 항체의약품 등의 신제품의 매출 신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연평균 15% 가량의 안정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Datamonitor에 따르면 1999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1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위의 가정에 의하면 2005년에는 약 465억 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이후의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안티센스 의약품이나 유전자 치료, 대체조직공학기술 등이 2010년 이후에는 열매를 맺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최근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낸 요인들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 신개념 의약품의 등장

바이오 의약품의 미래 성장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증해 주고 있는 것은 단일클론 항체의약품이다. 항체의약품은 해당 항원과 결합하여 병에 걸린 세포만을 특정적으로 공격한다.

또한 항체들은 특정 타깃에 대해 다른 치료제를 운반해서 공격할 수도 있다. 이들 항체의약품의 대부분은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항체의약품은 이와 같은 혁신적 효과(독성 및 부작용 감소)와 더불어 신약개발 성공률도 높으며, 개발 기간도(임상) 1~3년으로 짧다. 1997년에 비 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인 Rituxan이 출시된 이후 2002년 현재 11개 제품이 승인되었는데, 임상 단계에 있는 제품만도 350여 개에 달한다. 이와 같은 속도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면 항체의약품 시장은 2001년 30억 달러에서 2005년 약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Datamonitor), 전체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개발이 진행중인 바이오 의약품으로 유전자 치료법과 안티센스 의약품이 있다. 그러나 항체의약품을 제외하고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유전자 치료나 안티센스 의약품 등은 2010년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 기존 제품의 제형 개선 활발

이미 출시된 제품을 바탕으로 하여 적응증을 확대하거나 제형을 개선한 제품들 또한 지속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페론 베타, 성장호르몬, EPO 등에 대한 서방형 제품(서서히 분비되는 제품으로 투약의 편리성을 지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애초에 소수의 환자군을 목표로 했던 의약품들이 점차 그 적응증을 넓혀 더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 내고 있기도 하다. 그 예로,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 의약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Amgen의 Epogen은 처음에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빈혈치료제로 승인받았으나, 점점 적응증을 넓혀 현재는 암 치료의 화학 요법에 따른 빈혈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 혁신적 신약발굴 기술의 도입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은 질병의 메카니즘에 관련된 여러 유전자들과 단백질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노믹스와 같은 여러 신약 발굴 기반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이 단백질인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에 크나큰 동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만~4만개로 추정되고 있는 유전자 중 질병 치료에 이용되는 유전자는 극히 일부지만, 인간지놈지도의 완성으로 새로운 질병 타깃이 5천개 이상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타깃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효능이 큰 후보물질을 발굴해 낼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효율적인 임상시험의 설계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 성장의 저해 요소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아직 대부분의 바이오 의약품이 매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같은 성격의 합성의약품에 비해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덜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높은 가격은 매출을 올려주는 데에 기여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제품의 수용이 늦어 같은 성격의 합성의약품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공급 부족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연간 200kg의 bulk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어 현재 약 30여 종에 이르는 시판 단백질 의약품의 공급 부족 현상을 낳고 있으며, 앞으로 출시 예정인 의약품들의 생산에 있어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P Morgan의 분석에 의하면,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의약품 생산 능력이 2005년까지 현재의 4배 정도로 늘어나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곤란을 겪고 있는 분야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항체의약품 생산이다. 대표적인 것이 Immunex의 관절염 치료제 Enbrel의 경우로, 수요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충분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세포를 배양하는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해도 5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며, 공사 기간도 5년이나 소요된다. 이는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개발중인 기업이라도 적자 상태를 벗어나기 힘든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공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동물세포가 아니라 담배와 같은 식물이나 소의 젖에서 인간 단백질을 증식시키는 transgenic production(형질전환 동·식물을 이용한 생산)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성공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윤리적 문제 또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유전자 조작에 관련된 유전자 치료나 안티센스 의약품, 특히 인간복제와 관련된 줄기세포 유래 의약품은 그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규제에 걸려 개발에 난관을 겪고 있다.


국내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현황

한편 국내의 경우 1980년대 이후부터 상위 제약기업들과 몇몇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LG생명과학을 비롯하여 녹십자, 동아제약, 대웅제약, 제일제당 등이 EPO, 인간성장호르몬, 인터페론 등 이미 세계 시장에서 발매된 제품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개발을 진행하여 왔다. 또한 바이오벤처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전자 치료제나 항암제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제품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의 현실을 돌이켜 봤을 때 국내의 바이오 의약품이 갖는 경쟁력은 아직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우선 선진국과의 확연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같은 기초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이고, 생산기술 중 미생물 개량 및 발효기술 등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단백질 분리 정제기술, 세포배양 기술, 안전성 평가기술 등은 크게 뒤쳐진 상태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 FDA가 공인하는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수준의 생산설비는 국내에 단 한 곳밖에 없다.

또 비교적 환자 타깃이 제한적인 질병에 작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국내 시장의 수요에만 의존하기는 시장이 너무 좁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제품 개발에 주력할 때라고 보여진다. 아직까지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FDA 특허를 보유한 제품이 전무한 실정이나, 현재 LG생명과학, 대웅제약 등 몇몇 기업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임상시험을 통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탄탄한 제품력을 갖춘 선진 기업들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인도나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신(新)제형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

이와 같이 국내 기업들은 현재 세계적인 수준으로 볼 때 경쟁 열위에 있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바이오 의약품은 성공 확률이 높으며 아직 바이오 신약으로 개발 가능한 후보물질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국내에서 적은 자본과 단기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성공하려면 DDS(Drug Discovery System) 기술 개발을 통한 기존 제품(특허 만료를 앞둔)의 신제형 개발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물질의 개발을 위해서는 한 가지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바이오벤처가 개발을 맡고 이를 국내의 대기업에서 받아들여 어느 정도 단계까지 진행한 후, 이를 해외 메이저 기업에 기술수출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제품력 있는 물질을 해외의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부터 라이센싱하는 전략도 활발히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벤처와 대기업 간의 공동연구 시스템이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국제 규격의 cGMP 생산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며, 현재 해외 전문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의 안전성 평가(생물학적 동등성 평가) 시스템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취약한 마케팅 및 영업에 대한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해외 등록 업무에 대한 전문 인력 유치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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