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쟁 어디로 가나 줄기세포 논쟁 어디로 가나

고은지 | 2004-11-12 |

인간의 배아를 복제하여 얻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겁다. 줄기세포 논쟁은 결과에 따라 해당 분야는 물론 바이오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여성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복제의 성공은 동시에 인간 복제 또한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며, 한 동안 잠잠했던 인간 복제 연구에 대한 논란을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0월 UN에서는 인간 복제 금지 협약 결의안 채택을 위한 위원회가 열렸다. 인간 복제 금지 협약이란 인간 복제를 UN 차원에서 금지하자는 것으로, 이번에 논의된 사안은 인간 개체 복제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 금지에 관한 것이었다.


UN의 191개 회원국들은 우선 복제용 아기를 만들어내는 인간 개체 복제에 대해서는 모두 원칙적으로 금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배아복제에 대해서는 UN 회원국들이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한 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현재 UN에서는 인간 복제는 금지하되 치료용 목적의 배아복제는 허용하자는 벨기에안(한국, 영국, 중국, 일본 등 22개국 참여)과 모든 복제 연구를 전면 금지하자는 코스타리카안(미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61개국 참여)이 대립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은 2000년 독일과 프랑스가 인간 복제를 UN 차원에서 금지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1년부터 UN에서 인간 복제 금지 협약 마련을 위한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미국이 앞장서서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를 모두 금지하자는 의견을 주장하면서 다수의 국가들이 복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복제 연구에 대해 개방적인 영국과 일본 등은 이미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등 반대 입장의 국가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줄기세포 논쟁은 진행형


배아복제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는 찬성과 반대의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아직까지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여기서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의 장기 조직에 극소수로 존재하면서 장기 조직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근간세포를 말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성체줄기세포도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워낙 얻을 수 있는 양이 적어 임상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배아줄기세포로,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복제 기술 여하에 따라 무한한 양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착상 직전의 배아나 혹은 임신 8~12주 사이에서 유산된 태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말하며,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배아(Embryo)란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을 말한다. 수정된 배아는 8주에 걸쳐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가 마무리되며, 이후 세포분열을 거쳐 자궁에 착상하고, 착상된 배아는 분화 과정을 통해 인간 개체로 발생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따라서 종교계 등에서는 인간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윤리적 측면에서 배아복제 연구를 강력히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간으로 발생 가능한 배아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배아의 폐기는 생명을 해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배아 복제 연구는 자연히 인간 복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를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다르다. 복제 금지론자들이 복제를 위해 조작한 난자나 정자 자체를 생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난자와 정자 자체를 생명으로 볼 수 없고, 이를 조작한 것도 생식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인간 존엄성 훼손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한편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국가들의 반대 이유가 단지 윤리적, 종교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나라나 영국 등 EU 국가들에 비해,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국가들의 경우 연구 수준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국익 보호 차원에서 금지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난치병의 치료제가 될 줄기세포


연구 허용에 대한 찬반 논란과는 별개로 줄기세포 연구는 그 자체가 지닌 막대한 잠재력 때문에 과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골수와 피부에서 채취한 성체줄기세포가 혈액 질환, 화상 등의 치료에 이용되는 데 그치고 있으나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는 훨씬 다양한 분야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새로운 세포와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질병의 근원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여, 기존의 약물과 수술로 대표되는 치료법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의 의학적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당뇨병, 각종 암, 알츠하이머병(치매), 척수 손상 등 난치병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줄기세포는 인간지놈프로젝트와 연계하여 각종 유전자의 기능을 해석하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병이나 각종 기형의 원인 연구뿐 아니라, 신약 개발 임상 시험에 있어서도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얻은 각종 세포 및 장기를 활용하여 후보 약물을 보다 쉽고 빠르게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erry의 보고서에 의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법이 개발되었을 경우 미국에서만도 약 1억 2천만 명의 난치병 환자가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표> 참조). 


실제로 각종 난치병으로 괴로움을 겪는 전세계의 환자들은 줄기세포 치료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배아 복제 연구가 하루빨리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레이건 대통령(치매)이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척수 손상) 등 유명 인사가 앞장서서 줄기세포 연구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줄기세포 연구가 갖는 상징적 의미 중요


현재 줄기세포 연구는 연구 역사가 5년 여에 불과한 초기 단계로,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하더라도 본격적인 상업화에는 앞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줄기세포가 세포 치료제로서 활용되려면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복제배아를 다량으로 생산해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환자에게 분화된 세포를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이라든지 이식 거부 반응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줄기세포가 지닌 잠재력이 막대하기는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가 허용된다고 해서 그 효력이 즉시 발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줄기세포 논쟁은 단기적으로 줄기세포 연구 자체보다 오히려 바이오테크 산업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줄기세포 연구가 본격 허용된다면, 제약이나 의료 등 관련 산업은 물론, 바이오테크 산업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에 당장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 개발로 바이오테크가 소개된 이후 유전자 조작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윤리 논란 및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하였는데, 이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는 현재 바이오산업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생명윤리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유전자/세포 치료나 장기 이식,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생산, 동물 복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상업화가 진행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경우 종자 업체와 환경단체/농부들 간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현재까지 안전성 검증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21세기 초 발표된 인간지놈프로젝트 결과는 생명윤리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유전자 해석 기술의 진전과 보급을 통해 개인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될 위험이 생겨났으며,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 아기 생산도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 단계이긴 하지만 복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바이오테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들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도 판단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따라서 줄기세포 논쟁은 이제까지의 그 어떤 생명윤리 논란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줄기세포 연구가 허용된다면, 이는 기존 바이오테크 관련 윤리 논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따라서 그 동안 생명윤리와 결부되어 본격적인 성장이 어려웠던 바이오테크 분야들이 좀더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줄기세포 연구가 전면 금지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향후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투표에 붙여진 ‘Proposition 71’이라는 줄기세포 연구 지원 법안 제안은 줄기세포 연구의 상징적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줄기세포 연구의 허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법안의 취지는 줄기세포 연구 허용을 통해서 바이오테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간 침체되어 있던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데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치료 목적의 제한적 연구 허용 움직임


줄기세포 연구 논쟁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줄기세포 연구는 치료용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라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경쟁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다, 오래 동안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미국에서조차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현재의 줄기세포 연구 논란과는 별개로 물밑에서 각국의 연구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제양 돌리 생산으로 주목받은 영국이나 일본 등 기존 선진 기술국들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도 줄기세포 연구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여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매우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으며, 그 동안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오던 일본조차도 올해 기초 연구 목적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공식 허용하였다. 이와 같이 줄기세포 연구가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 이후에는 인간에 대한 임상 실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부시 행정부가 2001년 8월 이전에 이미 확립된 줄기세포주 이외의 배아복제 연구를 금지한 이후, 현재까지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수 년간 NIH(미 국립보건원)의 본격적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미국은 영국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연구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도 조만간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Harvard 등 대학과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벤처 등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이전부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독자적으로 진행하여 왔을 뿐 아니라, 얼마 전 통과된 캘리포니아 주의 ‘Proposition 71’ 법안으로 미국 내 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현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서도 조만간 제한적 허용 쪽으로 입장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 국가들이 줄기세포 연구의 효용을 인지하고 R&D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공학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공식적인 지원 입장 표명은 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국내에서도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에 성공하는 등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 발표에 자극받은 각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적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국내의 경우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기초기술 단계로 기업의 지원보다는 정부 등 공공 기관을 통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국가적으로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생명윤리법안 등 세부적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정립하여 연구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도와 줄기세포 연구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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