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 2004-07-02 |
지난 수년간의 저금리 기조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주택가격 하락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확산될 국내의 금리인상 압력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향후 주택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각국의 거시경제는 물론 주택 등 자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알아 본다.
집값 상승동력인 저금리기조의 전환
2001년 이후 세계적인 주택가격의 상승 붐은 전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초저금리 현상이 가장 큰 동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기지론 등 주택수요자 금융의 발전으로 주택구입자금의 80% 정도를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어 금리변동 시 주택구매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주택 실수요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투자수요의 경우에도 주택 임대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높아지자 주택 등 부동산의 투자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자산 간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나타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저금리 시대가 종식되고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경우 주택가격은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저금리기조는 미국이 주식가격 폭락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억제하기 위해 11번에 걸쳐 1% 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하면서 촉발되었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자국의 통화 및 환율 안정을 위해 동시에 금리인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국, 호주, 이탈리아 등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해 오고 있는 데다 제로금리 상태인 일본도 경기회생을 배경으로 금리인상 논의가 진행중이고 중국 등 여타 국가들도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금리인상 여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적정 금리수준에 대해 논쟁 중이어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이 1회성이 아니라 수 차례 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기관은 물론 유수 언론들이 거품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주택가격 버블논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01년 이후 우리 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저리의 자금은 과도한 차입과 주택 및 채권시장 투기를 촉진해 왔다. 특히, 세계 각국은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가계 소득 대비 임대료 및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어 과도한 저금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금리와 주택가격은 역의 관계
금리와 주택가격과의 관계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뚜렷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인과관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오르면 부동산 보유의 기회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역으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므로 부동산가격은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또한 금리상승은 투자자산으로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 메리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예금 등 금융상품은 부동산의 대체투자 수단으로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 금융자산 투자대상으로서 예금의 매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부동산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가격은 일반 재화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것은 주택의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이다. 주택의 내재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내재가치-실제가격’만큼의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실제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주택의 내재가치는 주택의 보유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현재와 미래 수익 그리고 수익을 현재가치화 할 때 사용되는 할인율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의 수익은 임대료의 기대상승률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주택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좌우하는 경제성장률, 인구증가율, 가구증가율 등의 영향을 받는다.
미래 임대료 수익을 현재가치화할 때 사용되는 할인율은 주택보유의 기회비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할인율이 상승하면 기회비용이 커져 주택의 내재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 때 할인율로는 주로 시중금리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주택의 내재가치가 떨어져 실제가격과 내재가치의 차이(Gap)를 조정하기 위해 주택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실물경기가 불황을 겪게 되면 임대료가 떨어져 주택의 내재가치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기대성장률도 하락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폭은 커지게 된다. 실질금리의 상승이나 실물경기의 침체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 주택의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택을 현금화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경우 마이너스 유동성 프리미엄으로 주택가격은 추가로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하락하거나 경기가 호황일 때 주택가격은 실질성장률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데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도 금리하락에 따른 내재가치 상승을 반영한 부분이 작지 않을 것이다.
적정금리와 현실금리의 차이와 주택가격 변동
실제로 금리와 주택가격과의 관계를 보면 금리의 절대수준보다는 적정금리(경상GDP성장률)와 현실금리와의 차이(Gap)가 주택가격 변화에 설명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의 절대수준과 아파트가격은 부의 상관관계가 낮았으나 적정 금리와 현실 금리와의 차이는 아파트가격과 비교적 높은 부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7)를 보였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금리 변화가 아파트가격 변동을 비교적 잘 설명하고 있으며 현실금리가 적정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가 높은가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금리보다 현실금리가 낮았던 87∼88년, 90년, 94년, 99년, 2002년의 경우 예외 없이 아파트가격이 상승했다. 반대로 적정금리보다 현실금리가 높았던 시기인 88년, 92∼93년, 95년에는 주택가격 상승이 둔화되거나 하락하였다. 외환위기 전후 현실금리가 적정금리를 초과하였을 때에도 주택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2002년 이후 현실금리가 적정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면서 아파트가격 상승이 가속되었다. 그 만큼 금리변동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금리인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주택가격은 하향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이 자산디플레 현상으로 이어질 것인가
문제는 금리인상이 단순히 주택가격의 하향조정에 그치지 않고 주택가격의 지속적이고 큰 폭 하락과 이로 인한 실물경기의 침체가 맞물리는 자산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택가격은 금리뿐만 아니라 소득을 변화시키는 실물경기 변동, 정책, 수급상황, 주택 가치관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만으로 자산디플레 현상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하반기에 주택경기를 지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거시경제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저금리를 제외하면 주택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침체는 심화되고 있다. 주택경기는 순환상 지난 5년 동안의 상승을 끝내고 이미 하강 초기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가구수 증가 및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유효수요에 비해 과다하게 분양되었던 물량의 완공이 이루어지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착공과 완공의 시차로 볼 때 공급과잉은 시작에 불과하고 2∼3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투자수요로 인해 분양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이루어졌으나 완공된 주택에 들어가서 살 가구수는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파급경로를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에 몰고 올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2001년 이후 가계가 전세가격을 올려주거나 주택구입시 비용 조달을 위해 워낙 단 기간에 대출을 급격하게 늘려왔다.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이전인 2000년말 241조원에 그쳤던 가계대출 잔액이 2004년 3월말 현재 426조원으로 급증했다. 이 잔액 규모는 카드 등으로 물건 구입 시 들어간 신용은 제외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주택관련 대출 증가로 볼 수 있다. 중도금 대출이 많은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까지 계속 증가할 예정인 데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중도금 무이자를 실시한 곳이 많아 입주가 임박할수록 후유증은 커질 것이다.
결국 현재 적정금리 수준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국내금리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빠르게 상승한다면 주택가격의 하락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신용카드에 이어 가계부실의 또 다른 축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소 느슨한 자산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일본과 같이 급격한 자산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복합불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주택가격대비 담보대출비율(LTV)이 60% 이하로 떨어져 부실에 대한 흡수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평균 LTV는 2002년 6월 66.4%에서 2003년 6월 61.3%로 낮아진데 이어 지난해 10.29부동산대책으로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40%를 적용하고 있어 2004년 4월말 현재 6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담보자산이 부실화돼 신용경색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쿠션이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연착륙 위해서는 금리안정 긴요
이상 주택시장의 여건을 고려할 때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당분간 국내금리의 안정이 절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금리의 절대수준이 크게 올라가거나 경기침체로 미국을 좇아 금리를 인상할 상황은 아니지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금리인상을 예상한 게임을 할 경우 국내금리도 인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기조로 전환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발앞서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호주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듯이 국내에서도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주택가격 하락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영국과 일본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저금리로 급등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단기간에 급격한 금리인상 정책을 실시한 결과 주택시장의 연착륙에 실패하고 거시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바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확산될 금리인상 압력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주택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아파트가격상승률이 경상GDP성장률보다 4배 이상 높아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단기간에 집값 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하향조정 과정이 필요하고 또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여 자산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 가계부실을 통한 소비억제로 거시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책당국은 거시경제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세계적인 금리인상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