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전과 이후 부도기업의 특징 IMF 이전과 이후 부도기업의 특징

오정훈 | 1998-02-25 |

지난해 이후 발생한 부도기업의 특징은 고성장, 저수익, 불안전한 재무구조, 낮은 유동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IMF 이후에는 흑자를 내던 기업이 쓰러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부도의 위협이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연초 한보사태를 시발로 우리 경제는 과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부도사태가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30%대로 치솟고 금융기관들의 대출기피와 자금회수가 빨라지면서 부도기업이 급속도로 양산되었다.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3/4분기까지만해도 0.23∼0.25% 정도였으나 10월 이후 급격히 높아져 12월에는 사상 최고수준인 1.49%를 기록하였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달동안 매월 3,000개 이상의 법인, 즉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기업이 쓰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10% 이상 부도

상장사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올 2월초까지 약 13개월동안 87개의 기업이 부도를 내고 관리종목에 편입되었다. 1993∼1996년 4년동안 상장기업 부도가 총 25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부도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전체 부도기업중 절반이 훨씬 넘는 48개의 기업이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12월 이후 2달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부도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부도에 대해서는 대개 높은 부채비율과 과다한 단기차입금 비중, 수익성 악화로 인한 누적적자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97년 이후부터 올 2월초까지 부도를 낸 상장기업중 금융업종을 제외한 69개 업체를 대상으로 성장성,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 4가지 관점에서 재무구조를 살펴본 결과 부도기업들은 외형적인 성장세는 높았으나 수익성과 안전성 면에서는 부도가 나기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도불구 매출, 자산증가율 높아

부도기업들의 성장성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성은 보통 매출액이나 자산증가율로 나타낼 수 있다. 96년말 회계년도를 기준으로 부도기업들의 매출은 평균 13.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상장기업 전체 평균치(15.1%)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 부도기업들의 자산 역시 15.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다른 상장기업들(20.3%)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도기업중 세양선박, 해태전자, 효성기계공업, 신화 등은 100%가 넘는 자산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도기업의 자기자본은 96년중 -4.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상장기업 전체적으로 11.9%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자기자본이 그 전해보다 줄어든 이유는 96년들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기자본의 구성요소중 이익잉여금 계정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자기자본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도기업들의 자산이 오히려 대폭 늘어난 것은 이들의 신규 자본조달이 대부분 차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부도기업, 자기자본이익률 -11%

부도기업들의 수익성은 상장기업 전체와 비교해볼 경우 확실히 나빠지고 있었다.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의 비율인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 ROE)이 상장기업 전체로는 2.6%인 반면 부도기업은 평균 -11.0%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해 부도를 낸 기업들은 경기가 호황기였던 94년과 95년에도 ROE가 계속 마이너스(94년:-1.3%, 95년:-1.2%)를 기록했던 점에서 볼 때 이들 기업의 부도가 결코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경영난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삼미특수강, 진로인더스트리 등 8개 기업은 3년 이상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나 경영상태가 과거부터 계속 악화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경영활동 성과를 총괄적으로 나타내주는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 역시 95년까지는 (+)를 기록했으나 96년에는 -1.8%로 반전되었다. 경상이익이란 고유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뿐 아니라 이자지급이나 이자수입, 외환차익 등 재무활동을 통한 이익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다. 96년 부도기업들의 매출이 대부분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부도기업들이 고유한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영업 외적인 측면에서도 손실이 많았을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부도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내수침체, 수출가격 하락 등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이 1차적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불안전한 재무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도가 난 기업들은 대개 금융비용부담률, 부채비율 등 안전성을 나타내는 재무지표가 상당히 취약한 상태였다.


금융비용부담률, 상장기업의 2배 이상

부도기업들의 영업외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은 금융비용이다. 부도기업들 대부분이 과도한 금융비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도기업들의 평균 금융비용부담률(금융비용/매출액×100)은 9.1%로 나타났는데 이는 상장기업 전체의 평균치(4.3%)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전체 69개 기업 가운데서 금융비용부담률이 상장기업 평균치보다 낮은 기업은 불과 2개업체에 불과했고 특히 진로와 기아특수강의 경우는 매년 매출액의 1/4 이상을 이자로 지불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부도기업들이 대부분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출이 아무리 늘어난다고 하여도 수익성은 저하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높은 금융비용의 이면에는 과다한 차입, 즉 높은 부채비율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도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무려 484.6%로 상장기업 평균 부채비율인 255.6%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부채와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부도기업의 대부분이 자기자본의 5배에 가까운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셈이었다. 특히 삼미특수강(1762%), 진로인더스트리(1453%), 한라시멘트(1068%) 등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000%가 넘어서고 있었고 우성식품, 한주전자, 대농 3개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부채비율 자체를 계산할 수도 없었다.

결국 과도한 부채비율이 기업의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경쟁력을 저하시켰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가 호황이고 수익이 많이 날 경우에는 외부차입이 많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외부차입이 많을수록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여기에 금리가 갑자기 상승하는 등 일시적인 충격이 올 경우 쉽게 부도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 94∼95년에 설비를 확장하고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하여 외부차입을 대폭 늘리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따라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부도사태는 지난 호황기때 이미 잉태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유동성 압박

기업부도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유동성이다. 흑자기업이라 하더라도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자금시장이 경색되어 만기연장이 어려워진다거나 금융권이 대출을 기피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부도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유동성, 즉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사이의 비율인 유동비율을 들 수 있다. 부도기업들의 평균 유동비율은 92%로 나타나 상장기업 전체 유동비율(98%)과 비교하면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단기지급능력이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유동비율 기준이 200%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유동자산중 현금화가 쉬운 당좌자산과 유동부채 사이의 비율인 당좌비율을 보더라도 비슷하다. 부도기업 평균 당좌비율은 67.2%로 오히려 상장기업 평균치(63.7%)를 능가하였지만 일반적으로 건전하다고 평가되는 100%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과 관련 부도기업들의 또다른 특징은 차입금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매출액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볼 경우 부도기업의 경우 평균 34.9%로 상장기업 평균치(21.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어 부도기업들의 유동성이 지난해들어 급격히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에서 부도기업의 특징을 성장성,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 부도기업들의 대부분은 매출, 자산 등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등 소위 전형적인 ‘거품성장’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부도가 양산된 것은 전형적인 경기침체에 기인한 탓도 없지 않으나 근본적으로는 과다한 차입, 특히 단기차입에 의존하여 수익성보다는 확장위주의 경영을 해왔던 것이 부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구조적 부실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금융권의 여신회수 등과 맞물리면서 부도의 급증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IMF 지원 이후 흑자도산 늘어

한편 지난해 12월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금리가 30%대로 치솟으면서 부도기업의 특징은 또 달라지고 있다. 한보사태 이후 IMF 구제금융 이전까지 부도가 난 기업(37개)과 IMF 지원 이후 최근까지 부도가 난 기업(32개)의 차이를 살펴보면 우선 업종이 훨씬 다양해졌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한보, 기아, 삼미, 진로, 해태 등 대기업 부도가 많았고 업종별로도 주로 제조업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제조업, 유통, 건설, 금융, 벤처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부도가 양산되고 있다.

재무구조에서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도가 난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IMF 이전 부도기업들보다 훨씬 양호한 편이었다. IMF 지원 이전 부도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16.5%였던 반면 최근 부도난 기업들은 0.8%로 나타나 최근 부도기업들중 상당수가 높은 당기순이익을 내고도 흑자도산하는 사례가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IMF 지원 이전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527%였던데 반해 최근 부도기업들의 부채비율은 394%로 재무구조도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보사태 이후 IMF 구제금융 이전까지는 소위 ‘부도가 날만한’ 혹은 ‘부도나는 것이 당연한’ 한계기업들이 부도가 난 반면 현재의 부도사태는 부실기업, 우량기업을 가리지 않고 조금만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재무제표상으로는 계속 흑자를 내는 우량기업마저 부도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중 상당수가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부도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우리 기업들은 극소수의 우량기업만 빼놓으면 거의 모든 기업이 부도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도기업만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들이 단기지급능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금시장은 더욱 경색되고 있다. 무역수지 개선, 외자유입 등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동안 강도높은 통화긴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BIS 기준 충족을 위해 신규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재무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제고 등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부도를 막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지만 우선 당장은 경색된 자금시장을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보인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추세가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부도가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수출 생산기반 와해, 금융기관 부실채권 급증 등으로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