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제금융 및 상품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약세를 띠고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유가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원화 강세와 해외 차입 여건 악화 요인이 되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종결된 지 3주일이 지났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나갈까? 이하에서는 국제 외환시장과 유가, 그리고 미국의 주식 및 국채시장을 중심으로 전쟁이 이들 금융 및 상품가격변수에 미친 영향을 지난 1991년 발발한 걸프전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짚어 본다.
달러화 약세, 금리 하락
먼저 이라크전쟁을 전후한 금융 및 상품가격 변수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전쟁 직전과 직후 반짝 강세를 보인 달러화는 전쟁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전쟁 중반까지도 약세를 보였다. 이후 단기전 양상이 굳어지면서 달러화는 다시 강세를 보였으며 종전 이후 현재까지 완만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4월말 현재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9%로서 전쟁 발발 당시에 비해 약간 하락한 수준이다. 전쟁 직전에는 불확실성 해소 기대로 7일간 0.5%p나 상승했으며 전쟁 중반 이후 국채수익률은 다시 하락했다. 그러나 전쟁이 종전으로 치닫게 되면서 금리는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된다.
주가는 완만히 상승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4월말 현재 전쟁 발발 시점에 비해 2.6%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전쟁 며칠 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쟁 발발 직후까지 미국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역시 유가이다. 전쟁이 예상되면서 꾸준히 상승하던 유가는 전쟁 직전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상승하다가 단기전 전망이 우세해짐에 따라 유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종전 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환율·금리 두 전쟁에서 비슷하게 반응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비교하면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달러화 환율은 전쟁을 앞두고 약세추세를 나타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전쟁 중반까지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굳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한 점도 유사하다.
둘째, 금리 역시 두 전쟁기간 중 달러화 환율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쟁 전 미국의 국채 이자율은 예상대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이나 회사채시장에 투자되었던 자금이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국채수익률이 하락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불안과 이로 인한 금리 상승효과를 채권수요 증가에 따른 금리 하락효과가 압도한 결과이다. 전쟁 발발 이후에도 국채수익률 하락현상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종전으로 치닫게 되면서 국채수요가 줄어, 금리는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된다.
주가와 유가는 다른 패턴 보여
환율과 금리가 두 전쟁의 전개과정에서 유사한 반응을 보인 반면 이라크 전쟁 중 주가와 유가는 걸프전 당시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특징적인 사실은 주식시장이 랠리 없이 끝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걸프전의 경우 개전 직전부터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종전시에는 개전시에 비해 10% 가량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이라크전의 경우 전쟁 발발 시점에 상승한 후 전쟁 중반까지 하락세를 보여 종전일에는 개전일에 비해 오히려 1% 가량 하락했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의 전쟁비용 부담이 엄청나다는 사실과 전쟁이 끝나는 시기가 마침 기업실적 발표시기와 맞물렸다는 점, 그리고 미국경기의 회복에 많은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유가 움직임에서도 다소간의 차이가 나타났다. 걸프전 당시 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인 반면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유가가 전쟁 중반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종반으로 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전쟁이 예상되면서 꾸준히 상승하던 유가는 전쟁 발발 시점에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쟁 중반까지 유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걸프전을 경험한 시장참가자들의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던 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변수간 관계에도 변화
금융변수들간의 관련성을 보기 위해 두 전쟁 기간 중 이들 변수들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면 몇 가지 차이점이 발견된다. 첫째, 유가와 금리간의 상관계수가 걸프전 기간 중에는 플러스 부호를 띠었으나 이라크전 기간 중에는 마이너스 부호를 보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가가 하락할 때 걸프전 당시에는 인플레 압력 완화로 인해 금리가 하락했으나 이라크전 기간 중에는 안전자산 선호 경향 해소로 인한 채권수요 감소로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전쟁의 경우 걸프전 당시(4% 대)와 달리 물가가 2% 수준에서 안정되어 있어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에 따라 금리와 주가간의 관계도 바뀌었다. 걸프전 기간 중 주가 상승시 금리는 하락했으나 이라크전 기간 중에는 주가 상승시 금리 역시 올랐다. 다시 말하면, 이라크전 기간 중에는 주가 상승시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채권수요가 줄어들고 결국 금리가 올랐으나 걸프전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저하로 인해 금리가 하락했다. 셋째, 주가와 환율간의 관계도 걸프전 당시에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이라크전 기간에는 정(正)의 관계가 뚜렷이 나타난다. 이라크전 기간에는 미국의 주가가 오를 경우 이것이 달러화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상관계수의 절대치가 더 커져 이라크전 기간 중에는 걸프전보다 각 변수간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음을 알 수 있다.
종전 후 상황 판이
유가를 포함한 금융변수들의 종전 후 움직임은 더욱 커다란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사실상 끝난지 이제 3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러 변수들에서 지난 걸프전 이후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걸프전 후 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달러화는 꾸준히 강세를 지속해 전쟁이 끝난 지 4개월 만에 달러화 환율은 마르크화에 대해 20% 가량 절상됐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4% 가량 절상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전 이후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로화에 대해서는 뚜렷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걸프전 이후와 이라크전 이후 달러화 움직임이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경제여건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걸프전 당시 미국경제는 경기후퇴기(recession)에 있었으며 걸프전이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미국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실제로 걸프전 이전 7개월간 평균 0.5%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는 종전 이후 6분기 동안 평균 2.8%의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당시 독일이 통일을 전후한 경제적 비용부담으로 마르크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인 점도 작용했다. 반면, 현재 미국경제는 GDP의 5%에 달하는 경상수지적자와 GDP의 3.5%에 달하는 재정적자 등 경제의 체질이 약화된 상태이고 경기 회복세도 예상보다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투자은행들의 투자처 선호도를 보아도 지난 10년간은 미국선호현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지난해 이후 유럽과 아시아 등 여타지역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표 3> 참조). 결국 달러화는 약세를 띨 전망이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할 듯
걸프전 이후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라크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채수익률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재정적자와 막대한 이라크전 전비부담으로 점차 국채발행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걸프전의 경우 전비 610억 달러 가운데 90%를 일본 등 동맹국들이 부담해 미국의 부담이 매우 작았다. 걸프전 당시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시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6차례에 걸쳐 1.75%p 낮춘 것도 장기금리의 상승여력을 약화시킨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 증가가 공급측 요인이라면 수요측면에서도 금리 상승 예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미증권투자를 보면 주식투자를 줄이고 채권투자를 늘려 왔다(<그림 7> 참조). 그러나 국제투자은행들은 전쟁 이후 자산선택에서 채권을 줄이고 주식비중을 늘려나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표 3> 참조). 그간 전쟁에 대한 우려감으로 채권편입 비중을 늘려나갔다면 앞으로는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로 주식매입을 늘려 가리라는 것이다.
유가도 걸프전 당시와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 종전 후 유가는 OPEC의 감산 합의로 꾸준히 상승, 1개월 후 5%, 3개월 후 15%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금번 이라크 전 후 국제유가는 이라크 유전시설의 손상이 미미한데다, 석유수요의 계절적 감소 등에 힘입어 종전 시점의 수준(배럴당 28달러)보다 하락, 20달러 대 초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강세, 해외차입여건 악화 전망
위의 논의를 종합하면, 향후 국제금융 및 상품시장 전망은 달러화 약세와 유가의 완만한 하락, 그리고 미국금리의 상승 등으로 요약된다. 최근 원화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북한 핵문제에 의존한다고 볼 때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낼 경우 이는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엔/달러 환율 하락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이므로 원화강세가 급격히 진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금리의 상승 가능성 역시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요부진이 미국경기의 회복세를 압박해 우리나라의 수출수요를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 국채 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더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차입조건이 결정되므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차입여건 악화도 우려된다. 유가 하락 가능성은 전쟁종결 후 불확실성 제거로 인한 심리 개선 효과와 아울러 경제여건 개선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재고수요 증가라든가 OPEC의 감산 결정 등 여러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어 향후 유가 하락세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