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plus 중국 자유무역지대의 의미와 전망 동남아 plus 중국 자유무역지대의 의미와 전망

송민선 | 2002-01-09 |

동남아 국가들이 2010년을 목표로 중국과 자유무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구체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동남아와 중국의 경제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동남아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예기치 못한 발표가 있었다.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에 중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2010년을 목표로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그동안 역내 자유무역 실현에 노력해 왔지만 역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를 보여왔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AFTA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표명했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매우 유보적인 답을 보낸 바 있고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이 제의했던 동아시아(동남아+한, 중, 일) 자유무역지대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2000년말 중국이 동남아에 대해 자유무역을 처음 제의했을 때에도 싱가포르를 제외한 현지 언론들은 논평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투자가 중국으로 몰리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동남아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상황이었으므로 동남아 국가들로서는 중국과의 자유무역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 변화

이번 발표 역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자유무역 추진을 선언한 것일 뿐 합의를 위한 합의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이 표면적으로나마 중국과의 자유무역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합의한 데에는 보다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중국경제의 부상이 분명한 만큼 중국의 성장활력을 동남아 경제발전를 위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동남아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5.4%였던 데 비해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0.1%로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2010년까지의 전망을 비교해 보아도 중국은 7%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동남아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성장률이 5%대를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또한 동남아가 중국보다 시장개방이 많이 이루어져 있어서 양 지역의 자유무역을 위해서는 중국측이 먼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동남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2001년초에 결성된 ASEAN-China Expert Group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평균 관세는 각각 8.1%, 9.5%인데 비해 중국의 평균관세는 15.1%로 높은 편이다. 중국은 WTO 가입에 따라 2005년까지 평균관세를 9.5% 수준으로 낮출 계획인데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를 더 빨리 인하하지 않는다면 국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요 동남아 국가들은 2005년까지 중국에 대한 관세인하를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중국은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입쿼터, 통관절차, 검역, 표준 등을 정비하는 일에서도 동남아보다 뒤져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측의 양보를 먼저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동남아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화교기업이 많아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태국의 CP 그룹 등 대규모 화교기업들은 이미 상당 규모의 對중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므로 동남아 내수시장을 보호하는 것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동남아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동남아 경제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 지역간 교역 확대 전망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설립된다면 인구 규모 18억, 경제규모 2조3천억 달러의 거대시장이 형성된다. 이는 인구 규모로 세계 최대이며 개도국간 자유무역지대로는 GDP나 무역 규모 면에서 모두 최대가 된다.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성사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남아와 중국의 무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2000년 동남아의 對중국 수출은 222억 달러로 동남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를 기록했다. 중국의 對동남아 수출은 173억 달러로 중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였다. 동남아와 중국의 절대적인 교역규모나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지만 90년대 들어 양 지역간 교역이 연 20%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성립된다면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ASEAN-China Expert Group에서는 자유무역이 실현될 경우 양 지역간 교역규모가 1.5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컴퓨터, 전기기기 분야가 중요

양 지역간 자유무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어느 부문의 교역이 어느 방향으로 확대되느냐 하는 점이다.

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에 비해 광물자원, 플라스틱, 고무, 목재, 펄프 등의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고, 중국은 금속, 섬유, 의류, 신발, 식료품 등의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동남아와 중국의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컴퓨터/기계와 전기기기 부문이다. 이 분야가 동남아의 對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 중국의 對동남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나 되는데 이 부문은 동남아와 중국 중 어느 지역이 비교우위를 갖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 분야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동남아와 중국이 각각 특정 품목에 대한 생산기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이를 보완적 관계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동남아와 중국의 주요 수출대상국이 미국, 일본 등으로 유사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주요 수출품목도 컴퓨터/기계, 전기기기로서 양 지역이 세계시장에서 경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기계, 전기기기 분야에서는 최근 들어 중국의 역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동남아 기업들이 중국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루거나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자체를 차별화하지 않으면 동남아 내수시장과 중국시장 모두에서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자유무역에 내심으로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은 이러한 우려에 기인하는 것이다.


외국인투자 중국 집중 지속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다국적기업들의 무역이 양 지역간 제조업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와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컴퓨터/기계, 전기기기 분야에서는 외국인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사실상 양 지역간 무역은 향후 다국적 기업들이 어느 지역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동남아는 중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중국은 구매력 기준 경제규모도 동남아보다 월등하게 크지만 저렴한 노동력, 부품산업의 성장, 안정적인 정치 등 생산기지로서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도 동남아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따라서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동남아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이로인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의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는데,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이 추진된다면 이런 기업들의 발길을 묶어놓을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기업들의 對동남아 투자도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국기업들의 해외투자 여력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점차 커지겠지만 동남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중국으로의 외국인투자를 더욱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남부지방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들은 중국 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까지 쉽게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동남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만약 앞으로도 동남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자체적인 기술 및 자본 여력이 부족한 동남아에서는 산업발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전기전자 산업을 비롯한 동남아의 對중국 수출이 중국의 對동남아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화교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적극 투자한 후 동남아로의 역수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동남아 국가들은 가뜩이나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까지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자유무역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가 실익 못지 않게 크다는 점은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것이 추진력있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아직 AFTA 조차 아직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이 가져올 결과가 나라마다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상에 대비한 동남아 내부 의견조율도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예를 들어 섬유, 의류 부문에서 중국에게 밀리고 전자산업에서도 자체 역량이 부족한 필리핀은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실현될 경우 중국에 대한 수출확대 효과는 미미한 채 내수시장만 잠식당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의 유력 일간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 합의에 대해 ‘That must be a joke’라는 제목의 사설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산업발전 단계가 높은 말레이시아에서도 국제무역산업부 장관이 ‘중국과의 자유무역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일 뿐이며 언제 가시화될 것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측에 대해서도 동남아에 대한 자유무역 제의가 사실은 외교용이라는 해석이 있다. WTO 가입 이후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므로 이를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동남아와의 자유무역 목표시한을 2010년으로 제의한 것은 자유무역을 위한 협상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도 제조업 역량을 충분히 축적한 이후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자유무역 논의 본격화 계기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배타적인 자유무역지대로서 성립하려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에서 추진하고 있는 汎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 목표 시한인 2020년보다 훨씬 이전에 동남아와 중국의 자유무역이 성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일본이 아세안과의 자유무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동남아 이외 지역과의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매우 유보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접근이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 논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일본까지 동남아와의 자유무역을 추진하게 되면 한국 정부도 동남아에 한, 중, 일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을 다시 제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동남아, 중국, 일본의 자유무역 논의에 한국까지 가세하면서 자유무역 논의를 동아시아 차원으로 확대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유무역 논의에 너무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면서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못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 논의가 향후 활발해질 것은 틀림없지만 그 논의들이 언제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동남아와의 자유무역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려는 중국, 일본, 한국 간의 경쟁 속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투자유치, 해외원조 확대, 수출시장 확대 등의 실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汎중국경제권 예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동남아와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최근 들어 밀접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곳에서는 밀무역이 성행하면서 중국제 상품이 널리 퍼져있다. 인도네시아의 모터싸이클 시장은 2~3년전까지만 해도 일본기업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어느 새인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크게 잠식하는 등 중국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아직 교역규모는 미미하지만 중국의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對동남아 수출은 98년~2000년 동안 연 40~280%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상품은 이제 경공업 제품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 TV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서도 동남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 동남아가 중국과 자유무역을 하기 이전에 이미 중국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아시아 사업 전략 요구

동남아가 중국경제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동남아에 관심있는 한국 경영인들에게 여러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동남아 시장을 둘러싼 경쟁에 중국기업들이 본격 가세함으로써 동남아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가 글로벌 차원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도 글로벌 차원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 된다. 아직까지는 중국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저가시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생산공정 혁신 등을 통해 지속적인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브랜드, 품질, 디자인, A/S 등 비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성사될 경우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므로 동남아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은 조달, 물류, 생산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 것인가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국가 차원에 머물러 있던 시각을 중국, 나아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체 아시아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 신규 투자를 할 때에도 중국지역까지 고려하여 부품 소싱, 마케팅, 판매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한다. 시각을 넓히는 일은 단순히 공간적인 차원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자유무역 논의가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늘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되 5년 후나 10년 후까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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