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 산업 침체는 단순한 경기순환적 수요 둔화에 더해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버블수요와 공급과잉 문제, 정보통신 산업 부문별 발전단계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산업부문별 수요 및 공급구조적 문제, 기술적 문제가 해소되고 신규 투자 및 대체 소비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IT 산업 회복이 예상된다.
미국 IT 산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아직까지 바닥을 모르는체 하강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1990년대 후반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다시피한 미국의 IT 산업의 이면에는 무엇이 존재하였길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빠른 속도의 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또 침체는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가?
IT 침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동시 작용
정보통신 산업의 침체는 지난 해 하반기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언뜻 보기에 단순히 수요 둔화에 의한 경기순환현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러나 IT 산업 침체를 좀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붐”과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을 중심으로 발전한 IT 산업의 산업별 구조와 그 변화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의 IT 침체는 단순한 경기순환적인 요인에 더해 미국 IT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 정보통신 산업 부문별 발전단계와 구조변화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IT 산업은 크게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장비,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 등의 세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이를 통신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분류하여 보면 유선통신시장과 무선통신시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선통신시장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인터넷 단말기로서의 컴퓨터 및 주변기기 산업과 유선통신장비 및 통신망 산업이 존재한다. 무선통신시장에서는 최종 단말기로서의 무선통신 단말기(mobile phone) 산업과 무선통신장비 및 통신망 산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유무선 통신산업에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및 관련 부품을 제공하는 중간재, 소재 산업으로서의 반도체 산업이 존재한다.
IT 산업을 이런 식으로 분류하여 보는 것은 IT 산업이 기술발전과 함께 인터넷이라는 유선통신시장과 이동전화라는 무선통신시장, 두 개의 시장수요가 형성되면서 비로소 폭발적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부문들을 합친 IT 산업은 2000년 기준으로 전체 미국 산업생산의 8.47%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와 사무장비의 경우 2.37%, 통신장비 산업은 1.94%, 반도체 및 관련 전자부품 산업은 4.16%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및 부품관련 산업이 IT 산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IT 모든 부문이 오일쇼크이래 최대 침체
IT 산업은 현재 반도체와 관련부품 산업이 가장 깊은 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통신장비 산업과 컴퓨터 및 사무기기 산업이 뒤를 잇고 있다. 산업생산 추이를 보면 세 산업 부문 모두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가동률 수준도 7월 현재 컴퓨터 산업 66.9%(1967~2000 평균 81.2%), 통신장비 산업 68.7%(80.4%), 반도체 산업 61.8%(80.0%)를 기록하고 있다.
가동률 수치는 각 산업 모두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컴퓨터 산업의 경우 1967년 통계이후 최저치인 1982년 8월 65.5%에 근접하고 있고, 통신장비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경우에도 가동률이 7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오일쇼크기인 1970년대 초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 각 IT 산업이 오일쇼크 이후 가장 큰 침체를 맞고 있으며 계속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월 기점으로 재고는 감소
이에 따라 IT 산업별로 높아지는 재고물량을 축소하고자 하는 재고조정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중반 이후 IT 산업의 둔화가 시작되면서 이들 산업에서 재고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나 기업들의 재고조정 노력이 본격화 되면서 2월부터 재고규모 자체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IT 산업의 재고수준은 2월이 정점으로 컴퓨터 산업은 전년동월대비 14.2% 늘어난 37.4억달러, 통신장비 산업은 4.7% 늘어난 126.2억달러, 반도체 산업은 24.1% 늘어난 86.4억달러의 재고물량(stock)이 있었다.
이후 기업들의 재고조정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7월 현재, 2월 정점에 비해 컴퓨터 산업은 3.0억달러, 통신장비 산업은 18.8억달러, 반도체 산업은 6.7억달러 규모의 재고가 감소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IT 산업의 재고조정노력과 그에 따른 재고 감소를 근거로 향후 IT 산업의 조기회복을 예상하기도 한다.
재고감소에도 불구 출하대비 재고비율은 오히려 상승세
그러나 IT 산업의 재고수준이 큰 폭으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이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미국 IT 산업의 향후 산업생산과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IT 산업 전체의 출하대비 재고비율은 지난 해 9월 최저치인 1.21를 기록한 이후 기업들의 재고조정 노력이 있은 후에도 계속 상승하여 7월 현재 1.58을 기록하였다. 각 산업별로 보아도 지난 해 후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상승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그림 3> 참조). 결국 IT 산업의 높아졌던 재고가 다시 줄어들고 있지만 수요 감소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전체 출하대비 재고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출하대비 주문취소 비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IT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T 산업 전체의 출하대비 주문취소 비율은 지난 해 12월 3.65에서 올해 7월 4.21까지 상승하였다.
IT 산업의 부문별 침체 원인
따라서 미국 IT 산업의 침체는 단순한 경기둔화시기의 재고조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유무선 통신시장을 둘러싼 각각의 산업별로 수요와 공급측면, 장기적인 산업발전단계상의 구조변화, 경기 순환적인 요소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산업에서의 PC 신규수요 둔화, 기술 불균형문제, 유선통신장비산업에서의 닷컴 기업 붕괴와 전통기업들의 신규 및 업그레이드 투자 감소, 무선 통신시장에서의 3G 사업 지연, 통신망의 과잉설비 문제, 그리고 반도체 산업에서 IT 산업의 전반적 수요 감소와 과잉설비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하 본문에서는 IT 각 부문별로 구조적인 측면에서 침체 원인을 알아본다.
1. 수요 둔화, PC시장 포화, 기술 발전 불균형으로 인한 PC산업 침체
현재 미국 IT 산업 침체의 중심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핵심 단말기로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해 오던 PC 수요의 급감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3/4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PC 판매액은 전년동기대비 15.7% 성장하였으나 4/4분기 들어 1.5% 성장하는데 그치더니 올해 들어서는 1/4분기 -3.5%, 2/4분기 -8.1% 하락하는 등 그 하락세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판매 둔화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Y2K 특수에 대비된 반사침체와 미국경제의 둔화라는 경기순환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Y2K를 대비하기 위하여 1999년 대대적으로 PC 및 운영체계 등을 교체하였는데 현재 경기둔화의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사적인 침체로 PC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개인 소비자들의 경우에도 경기가 둔화되고 소득감소와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PC에 대한 소비지출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PC 수요 시장의 포화라는 산업발전단계상의 구조적인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즉 미국시장에 있어서 기업과 가정의 PC 보급률이 실질적인 포화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PC 보유 비율은 95%에 달해 신규수요시장을 찾기 어려우며, 개인용 PC 보급에 있어서도 미국 가정의 PC 보급률이 전체 가구의 51.0%(2000. 8월 기준, 미국 센서스 조사), 자녀가 있는 기혼가정의 PC 보급률은 73.2%에 이르고 있어 PC와 친밀감이 떨어지는 노인계층과 여성계층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컴퓨터 및 주변기기에 대한 투자는 올해 들어 감소세를 나타내어 1/4분기에는 전분기대비 32억달러 감소, 2/4분기 269억달러 감소하였다.
신기술과 신상품의 보급률을 설명하는 S-curve에 의하면 보급률이 중간지대에 이르면 보급률 자체는 증가하지만 보급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가장 높은 PC 보급률을 자랑하는 미국시장에서 보급률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PC 산업이 신규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대체수요가 늘어나는 성숙산업으로 진입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의 경기둔화기에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 소비자들이 전반적인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비지출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PC 매출은 지난 해 크리스마스 세일 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PC 산업에서의 기술발전의 불균형도 PC 산업 침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PU, RAM, 그래픽 카드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치열한 기술개발의 영향으로 성능이 한층 높아졌다. 따라서 업그레이드된 PC 운영체계나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기존의 컴퓨터 사양으로 충분한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PC를 업그레이드할 유인이 작아진 것이다. 여기다가 PC 제조업체들은 가격원가 하락을 위한 제조와 분배체계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및 출시가 부진하였다. 결국 기존 소비자들은 PC를 이용하는 주된 목적인 이메일, 인터넷 사용과 엔터테인먼트, 워드 프로그램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어 현재의 컴퓨터 기종을 새로 교체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다.
결국 PC 산업의 침체에는 Y2K 특수에 대한 반사침체, 경기둔화의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PC 보급률의 둔화에 따른 신규수요 둔화라는 PC 시장 자체의 구조적인 요인, PC 산업 내부의 기술발전 불균형 등의 공급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 닷컴기업 파산, e-biz 수요 둔화, 과잉 설비가 초래한 유선통신장비산업 침체
미국의 인터넷 붐이 가져왔던 또 하나의 IT 산업 침체 요인은 유선통신장비 산업에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 닷컴 기업들과 인터넷 사업자(ISP)들이 대거 파산함에 따라 유선통신장비 신규수요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일반 전통기업들도 경기둔화에 따라 IT 신규 및 업그레이드 투자를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붐 기간에 증대된 광 통신망 등의 유선통신장비의 과잉설비가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1990년대 후반 B2C, B2B e-business에 대한 열풍과 함께 닷컴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벤처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기존의 전통기업들도 온라인 상에서의 e-business화를 추진하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와 LAN 및 인터넷 통신망에 대한 장비산업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닷컴 기업들의 파산과 주식시장 폭락, 벤처 투자자금 감소 등으로 닷컴 기업들의 LAN 장비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유선통신장비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선통신장비 및 통신망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닷컴 기업들에 대한 벤처 투자자금은 1999년 470억달러, 2000년 890억달러로 폭등하였으나 주식시장의 폭락과 닷컴 기업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올해에는 2/4분기까지 186억달러에 그치고 있다(VentureOne). 파산한 닷컴기업들의 수도 2000년 4월 이전에 월 1~2개에 불과하였으나 지난 해 2/4분기부터 급증, 올해 6월 최고 60개사가 파산하였고 8월 현재에도 38개사의 닷컴 기업들의 파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공식펀딩 벤처업체들의 6~9%에 해당하는 숫자이다(WebMergers).
여기에 일반 전통기업들의 통신장비망에 대한 신규수요가 줄어들고 경기둔화로 업그레이드 투자도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인 유선통신장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신경제의 핵심으로 불려 각광을 받던 B2C 시장은 1999년 4/4분기 52.7억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 4/4분기에 88.8억달러로 빠르게 증가하며 전체 소매시장의 1.09%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부터 전분기 대비 감소하기 시작하여 2/4분기에는 시장규모 74.6억달러, 소매시장의 0.92%로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전통기업들의 e-business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신규수요는 줄어들고 있고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선통신장비에 대한 업그레이드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의 몰락과 전통기업들의 통신 분야 투자의 부진으로 미국 기업들의 컴퓨터 부문을 제외한 통신장비 등의 IT 투자는 올해 1/4분기 전분기대비 124억달러, 2/4분기 150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인터넷 열풍과 더불어 크게 증대된 광통신망 설비 등의 유선통신망 설비는 유선통신장비에 대한 수요 급감으로 과잉상태에 놓여지게 되었고 이는 유선통신산업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3. 3G 사업지연, 과도한 부채, 유럽 시장 포화에 따른 무선통신산업 침체
무선통신산업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3세대 방식이 기술문제와 부채과다, 투자재원의 부족 문제로 공급측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여기에 유럽의 기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 보급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신규수요 측면에서도 산업침체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3세대 방식은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이유로 유럽과 미국시장에서의 서비스 실시가 지연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3세대 서비스 사업권을 따기 위한 과도한 지출과 통신망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심각한 부채문제를 겪고 있고 주식시장의 폭락 등으로 신규 투자재원 마련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기술적인 결함과 과도한 부채, 신규 투자재원의 부족으로 이동통신장비 및 통신망에 대한 신규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선통신 산업은 대규모 투자수요의 부족으로 추가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유럽 시장의 경우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수는 어느 정도 보급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서유럽의 경우 이동통신서비스 보급률은 67%(2001년 3월 기준)에 달하고 있어 신규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 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세계 휴대폰 시장은 올 해 2/4분기 들어 처음으로 작년대비 -8.6% 감소하였다(가트너 그룹).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기술결함과 투자재원 부족, 과도한 부채로 인한 통신장비와 통신망에 대한 신규투자 지연은 결국 미국 이동 통신장비업체들의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원인이 되었고 미국 IT 산업의 한 축인 이동통신장비 산업의 침체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 시장 자체의 이동통신서비스는 아직 성장단계로 신규가입자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1999년말 8천6백만명에서 2000년말 1억9백5십만명으로 늘어났고 모든 IT 산업이 침체하는 올해에도 7월까지 1억1천8백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CTIA).
4. IT 버블 수요 붕괴와 그에 따른 과잉설비, 과당경쟁으로 침체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
IT 산업에 핵심 부품을 제공하면서 미국 IT 산업생산의 49.1%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산업은 유선통신산업과 그 단말기인 PC산업, 무선통신산업과 그 단말기인 휴대폰 시장의 수요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여타 IT 산업의 빠른 침체는 반도체 산업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DRAM 등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PC가 가장 중요한 수요처인데 구조적인 수요둔화로 PC 산업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어 반도체 가격 폭락과 함께 현재까지도 회복의 기미가 없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여기에 세계 휴대폰시장마저 2/4분기 감소세를 나타내어 플래시 메모리 등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아날로그 IC, 마이크로 콘트롤러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도 주요 수요처인 통신기기 시장에서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생산확대가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의 가동률은 7월 현재 61.8%로 전례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주목할 것은 작년 6월경만 해도 그 가동률은 99.9%를 나타내어 오히려 설비시설이 모자랐었다는 것이다. 결국 IT 버블수요에 따라 가동률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것이 버블이 붕괴되면서 반도체 및 관련부품 산업이 과잉설비, 과잉투자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IT 산업의 유례없는 호황은 반도체 경기 호황을 촉발하였고 이는 신규사업자 진입, 생산설비 증가,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조공정 기술의 발전 등을 가져왔다. 이는 결국 반도체 생산공급능력이 1990년대 후반 크게 증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IT 산업의 경기순환적, 구조적 침체는 이들 산업의 버블적 수요에 기반한 반도체 및 부품산업의 설비능력을 과잉상태로 만든 것이다.
IT 산업의 단기회복 어려워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IT 산업의 침체는 경기둔화의 영향도 크지만 그 보다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시장을 둘러싼 개별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어 IT 산업의 침체는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각 개별 산업에 있어서의 수요포화와 버블붕괴 등의 수요구조적 문제와 과잉설비, 기술적 결함, 투자재원 부족 등의 공급구조적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미국 IT 제품에 대한 신규주문 추이는 단기간에 IT 산업의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컴퓨터 산업의 신규주문은 1~7월까지 전년동기대비 -9.6% 감소하였으며 통신장비 신규주문은 -33.2%, 반도체 신규주문은 -31.1% 감소하였다. 이들 산업에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신규주문 규모가 작년동기대비 두 자릿수 이상 하락하고 있어 향후 단기간내의 IT 산업 회복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IT 산업에서의 투자축소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생산능력(industrial capacity) 증가율에서 산업생산(industrial production) 증가율을 차감한 투자조정압력을 각 산업별로 살펴보면 컴퓨터 산업의 경우 지난 해 산업생산 증가율이 산업생산능력 증가율을 앞질렀으나 올 해 들어 산업생산이 크게 부진해 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역전되어 향후 설비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통신장비 산업과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여서 통신장비는 올 해 4월부터 반도체 산업은 지난 해 12월부터 투자조정 압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7월 현재 각각 21.8%, 56.8%로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IT 산업별 침체 원인 해소와 향후 회복 전망
산업별로 살펴보면 PC 산업의 경우 기업과 가정에의 보급률이 1차 포화상태에 진입함으로 새로운 신규수요가 창출되기 어렵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PC 산업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여기에 비록 올 하반기 윈도우 XP 버전의 출시와 인텔 칩의 가격인하가 이루어 졌으나 통상 신규버전의 에러조정 기간이 2~3분기인 점과 PC 산업 내부의 기술발전 불균형 문제등으로 단기간내의 수요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 PC 산업의 회복은 결국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들의 매출이 호전되면서 실업률도 줄어드는 시점, 즉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PC에 대한 대체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인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 시장의 경우에도 유무선 통신장비와 통신망 시장에서 각각 인터넷 버블 붕괴와 3세대 신규서비스 지연이라는 구조적인 투자 부진을 겪고 있어 단기간의 회복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유선통신장비와 통신망 등의 과잉설비 문제는 전반적인 유선통신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신규투자는 내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휴대폰 시장도 유럽 시장에서 포화상태를 보임에 따라 전반적인 무선통신장비 시장의 침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통신장비 산업의 회복은 통신망 등의 과잉설비가 해소되고 B2C, B2B 등 인터넷에 대한 신규수요가 진작되며 무선통신 신규투자도 재개되는 내년 하반기이후, 내년 말경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및 관련부품 산업의 경우 주요 수요처인 PC 산업과 유무선 통신장비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수요측면에서의 조기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공급측면에서도 몇몇 회사들의 생산감축이 이루어 지는 반면 주요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한 경쟁를 지속하고 있고, 공정기술 또한 빠른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어 공급물량이 단기간 내에 크게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과잉설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PC 수요와 통신장비 수요가 어느 정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의 회복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우리 수출 부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듯 :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계속 상승세
우리나라의 수출은 작년 4/4분기부터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3월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그 감소율이 계속 심화되어 8월에도 전년동월대비 -19.4%의 감소세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수출 감소세는 IT 산업과 철강, 석유화학 제품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반도체와 컴퓨터로 대표되는 IT 산업의 수출감소가 전체 수출감소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IT 수출은 크게 반도체, 컴퓨터와 주변기기, 휴대폰 등의 무선통신기기 수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미국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반도체의 경우 2000년 전체 기준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이 30.5%, 아시아 전체로의 수출비중이 53.7%인데 동남아와 일본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최종적으로 미국시장에의 컴퓨터, 휴대폰 등의 IT 수출에 간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체 반도체 수출은 미국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출도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이 34.5%, 아시아로의 수출비중이 40.7%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시장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또한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이 메모리 분야, 특히 PC 수요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DRAM에 크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경기도 PC 시장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수출의 1, 2대 품목인 반도체와 PC 수출 회복은 미국의 PC 시장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의 PC 산업이 경기순환적, 구조적인 문제로 조기 회복이 불투명하고 반도체 산업의 조기 회복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어 전반적인 우리 경제의 수출부진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 우려된다.
반면에 재미 있는 사실은 다른 IT 산업이 모두 고전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올 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유럽시장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CDMA 방식이 상존하고 이동통신가입자수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 더욱 특화되어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휴대폰 등의 무선통신기기의 경우에도 미국시장이 3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소비수요도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도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단말기 시장에 대한 신규수요의 증가 덕으로 우리나라의 미국시장으로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그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